도시에 문화를 채워 넣는 다양한 방법 - 강회진(전남대학교 학술연구교수)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0-11-09 조회수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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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문화, 예술 생활을 엿보다

 

강회진(전남대학교 학술연구교수)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코로나’라는 단어는 이제 ‘팬더믹’, ‘뉴노멀’, ‘언택트’, ‘집콕’ 등과 같은 용어와 함께 일상의 언어가 되어버렸다. 코로나 19가 창궐하면서 이제까지 우리가 먹고, 입고, 사용했던 거의 모든 생활양식이 바뀌고 있다. 문화의 향유 방식도 당연히 바뀌었다. 취미도 강의도 이제는 온라인으로 배우는 시대이다. 낯설지만 이제는 낯설지 않은 변화된 생활양식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문학을 함께 읽던 행사가 그리워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 일까? 오늘만은 코로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시대를 읽지 못하는 나만의 어리석음 일까?

 

 

시(詩) 한 편의 힘

 


▲휴식작당소 

 

 

  오래 전 <북구 마을 만들기 지원센터> 주최로 시화문화마을 문화관에서 열린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우리 마을 한 줄 시 쓰기’ 와 ‘휴식 작당소’가 그것이다.
  ‘우리 마을 한 줄 시 쓰기’는 북구마을공동체 및 북구 주민 30여명이 모여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후 그것을 바탕으로 시를 한 편씩 작성하는 것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양한 작품들이 시로 탄생하였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그들이 받아든 종이에 꾹꾹 한 글 자씩 시를 적어내려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처방전

 

 또 다른 하나는 ‘휴식 작당소’라는 이름 아래 마을 활동가들의 쉼과 휴식을 위한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사막여우’라는 이름으로 시 읽어주는 방을 담당했다.  참여자들은 각자 문진표를 작성하여 ‘진단소’에 간다. 그곳에는 정박사와 김박사가 있다. 그들과 만나 이야기를 통해 상태를 진단을 받는다. 그 중 시 처방이 필요한 사람들은 내가 있는 ‘사막여우의 방’에 들어온다. 진단표를 확인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마음 상태에 맞는 시를 찾아 읽어준 후 처방 기록지를 써 주는 것으로 나의 역할은 끝난다.
  준비해 간 여러 편의 시집에서 각자에게 맞을 법한 시를 찾아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떤 사람은 시를 읽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즐거운 마음으로 문을 나서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한 사람이 있다. 70이 다 되신 한 분이 자서전이 쓰고 싶다고 찾아오셨다. 오랜 꿈을 이야기하던 그가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에게 어울리는 시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어떤 시를 찾아 읽어주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눈물을 닦고 나가는 그의 환한 얼굴은 기억이 난다. 기존 익숙한 일방적인 강의나 강연 형식이 아니라 참여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 운영이라는 것은 나에게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전혀 몰랐던 사람들이 시 한 편을 통해 서로 가까워지고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시를 쓰고 있는 나에게는 여전히 놀라운 일이다. 또한 시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것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를 읽고 쓰고 싶어 한다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 시를 쓰는 일은 돈이 되는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시를 읽고 쓰고 싶어 한다.

 


도시의 권리, 주민의 권리

 

  위의 두 가지 사례를 통해 도시의 권리, 그리고 주민의 권리 나아가 문화예술의 대중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지금 문화도시는 경제적 가치의 중심에서 사회적 가치의 의미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는 공공을 위한 소외계층의 포용과 공동체의 사회연대와 관련한 참여와 소통을 전제로 자발적인 역량을 키워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모든 구성원이 문화를 구성하는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 문화예술을 통해 자신의 욕구와 문제를 창의적으로 표현하고, 소통하는 “문화민주주의”와 맞닿아 있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는 “도시의 권리”에서 “도시 거주자들은 누구나 충분히 공간을 전유하고 도시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의사결정의 중심적인 역할을 할 권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의 역할은 더욱 능동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특히, 문화예술은 민주주의를 추진할 수 있는 적극적인 매개로써 구현된다. 그동안 문화예술을 통해 접근된 “문화민주화”의 개념은 고급예술을 대중에게 보급하는 예술가 중심의 계몽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그러나 문화예술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공론장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의 진정한 대중화와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이 형성되어야 한다.
 지역 주민의 능동적인 주체성과 참여, 소통을 이끌어내는 공동체 활력으로 예술 활동이 갖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예술의 사회적 영향은 문화도시를 구축하는 데 지역민의 사회 통합과 창의적인 사고의 제공, 행복한 삶에 대한 계기를 제공한다.
  도시 속에서의 문화 활동이 꼭 거창해야 할 필요는 없다. 위의 사례처럼 일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만나고 접할 수 있는 작은 계기들이 풍성해지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잠시나마 휴식을 얻을 수 있고 행복해지길 바란다.

 

 

위드 코로나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아쉽게도 요즘 시기에 나의 이런 희망은 환상일 수도 있겠다. 코로나 시대,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곳곳에서 문화 행사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막을 내린 제 3회 아시아문학 페스티벌도, 목포에서 열린 김현 문학 축전도, 시와 함께 하는 인문학 콘서트도, 각종 문학상 시상식도, 백일장도 개최되었다. 유튜브를 열면 매일매일 온라인 콘서트가 경쟁적으로 중계되고 있다. 모 싸이트에서는 뮤지컬, 연극, 클래식, 국악, 무용, 오페라, 콘서트, 전시까지 다루지 않는 분야가 없을 만큼 전반적인 문화예술 분야를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였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은 러시아 음악가들과 한국의 모 관현악단이 양 도시 간 6,565km 거리를 넘어 펼치는 ‘국제교류 음악회’가 비대면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으로 시작되어 시청을 했다. 이렇게 대부분의 문화행사들은 낯선, 그러나 이제 조금은 익숙한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당분간 대부분의 행사들은 더 진화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제는 굳이 행사장을 찾아가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집에서 언제고 행사를 볼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다. 이것은 분명 코로나 시대가 가져 온 문화향유의 다양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반대급부로 이제는 예전과 같은 자연스러운 만남의 공간과 시간은 요원한 것일까? 뭉쳐야 사는 세상은 어느새 흩어져야 사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새로운 시대는 항상 고통을 동반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인간은 내일의 희망이 있기에 오늘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휴식 작당소’에 들러 내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는 그런 시 한편 함께 읽을 날을 꿈꿔본다.

 

 

 

 

  

 

글쓴이 강회진은 2004<문학사상>에 시로 등단하여 시를 쓰고 있다. 전남대학교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있으면서 <해외 한인문학>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시집으로 일요일의 우편배달부와 사진에세이 했으나 하지 않은 날들이 좋았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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