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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문화항체를 만들자
(코로나 시대와 문화예술교육의 적응)
정민룡(광주북구문화의집 관장)
코로나로부터 100% 안전한 문화예술교육이 있을까?
올해 팬데믹 상황에서 그 누구도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최소 몇 년 동안은 이를 완전하게 극복한 안전한 삶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 전 세계적인 감염자 규모를 볼 때 이제 시작을 조금 넘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아직 정점은 멀었다고 한다. 이제 첫 고비를 넘어 다음고비를 넘어 준비하는 시기라고 한다. 언제쯤 과거와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1~2년 내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11월 7일부터 코로나 대응단계를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하여 적용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사실상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동절기로 접어들면서 코로나의 완전박멸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생활감염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선으로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코로나 확진자가 제로로 가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이다. 싫든 좋든 이제는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할 상황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단 한명도 생기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다면 앞으로 몇 년 내에 대면교육은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확진자가 생길 수는 있겠지만 규모를 최소화해서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범위에는 대면교육을 할 수 있다. 우리사회가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가를 사회적 논의를 통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 특히 대상과의 교감이 전부인 문화예술교육에서도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부분은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교육방법론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이야기가 그 주를 이룬다. 필자는 이러한 논의는 비본질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의 상황이 마치 우연히 닥친 재앙으로 생각하고 임시방편으로 대처하는 기능적인 논의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미디어 매체를 통해 비대면의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 예술로 소통한다고 하지만 본질적으로 예술교육은 사람들과의 관계문제에 있으며 대면하지 않고서는 예술적 소통은 절대 불가능하다. 비대면 상황을 전제로 한 온라인 교육공학에 대한 집착은 예술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노력이 될 수 없으며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코로나를 기회로 디지털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가 코로나 시대를 적응해 나가는 유일한 방법인지에 대해서 고민해 봐야 한다.
코로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시대, ‘with 코로나’ 시대를 문화예술교육에서는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문화예술교육의 코로나 적응력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코로나 시대를 계기로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과정에 있어 관계성을 더욱더 주목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의 관계 지향적 성격에 주목해야 한다. ‘커뮤니티(지역사회)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커뮤니티(공동체)와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 ‘커뮤니티(관계성) 자체’로서 문화예술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코로나 트라우마는 격리되고 단절되는 일상에 대한 마음의 상처로부터 시작된다. 잃어버린 관계에 대한 고립과 고독, 자기 존재성의 약화로 인해 일상을 그리워하는 것으로부터 생겨났다. 예술을 배움으로써 일상에서의 관계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를 더욱더 자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코로나로 소외된 이웃과 지역을 걱정해야 한다.
모든 생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이를 역설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소중한 사람들과도 연결되어 있고 자연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의 밥벌이도 연결되어 있다. 이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대응이 아니다. 다만 연결되어 있는 방식을 바꾸거나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에 임하는 우리들의 자세다.
연결되어 있는 자연생태계와 사람들 사이를 그동안 무감각적으로 대하고 외면했던 우리의 삶을 성찰해야 한다. 더 많이 연결하고 관계성을 회복하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며 서로 연대하고 도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코로나 시대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이다.
우리는 코로나와 함께(?)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제 코로나에 적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외부에서 침입한 모든 세균은 우리 몸에서 항체가 만들어져야 극복이 가능하다. 이제는 코로나에 대응하는 ‘문화적 항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는 소통의 매개체가 문화예술교육을 성립하게 하는 필수조건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비대면’이나 온라인만이 코로나에 적응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
이제 문화예술교육은 최소로 대면하는 방법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
코로나 시대에 문화예술교육 온라인 콘텐츠가 대면을 대체할 수는 없다. 문화예술교육 온라인 콘텐츠는 대체재가 아니다. 보완재다. 따라서 “코로나=비대면”의 등식은 맞지 않다.
온라인은 대면의 또 다른 소통 기술 및 방법의 일환일 뿐이다. 소통의 접근 방식, 기술, 가치, 관계특성 등 다른 차원으로 논의할 문제다.
문화예술교육이 기술과 기능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기술과 노하우의 전수, 생각의 교류, 감정의 상호작용, 즉 관계성을 익히는 것은 최소 대면해야만 가능하다. 만약 대면할 수 없다면 방구석에 처박혀 온라인 학습교안을 만드는 것보다 차라리 수많은 유튜브 선생님(?)으로부터 스스로 익히고 배우는 편이 훨씬 낫다.
※ 코로나 이후 문화예술교육의 방향
-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적정한 삶) 문화예술교육의 강화
- 환경생태를 주제로 한 문화예술교육의 확대
- 문화예술교육의 양적 확대에서 질적인 고양을 추구
- 소수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 코로나로 소외된 이웃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의 실천
- 비대면의 ‘데면데면한’ 문화예술교육에서 ‘대면한(최소)’ 문화예술교육으로
- 온라인 문화예술교육 콘텐츠에서 실시간(온에어) 문화예술교육으로
- 홈 문화예술교육 지원(집안에서 가족단위 예술교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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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정민룡은 전남 완도에서 나고 광주에서 공부했다. 그 뒤 어른이 되어 유일한 일터이자 놀이터인 광주 북구문화의집에서 쭉 자랐다. 현재는 주민들과 함께 골똘히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으며 앞날에 도움이 될 후배들이나 아이들을 양성하고 있다. 메이커문화 확산, 생활문화디자인, 공방프로그램, 노작중심의 예술교육 <바퀴달린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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