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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식(HMR)의 진화에서 얻은 교훈
박시훈(교육문화공동체 결 대표)
오늘 문화예술교육이야기를 마트에서 시작하고자 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식료품과 생필품을 사러 인근의 대형마트를 이용하는데 최근에 불현 듯 (가정)간편식이 이렇게나 종류가 다양하고 양적으로 많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형마트 자체 브랜드의 밀키트가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아하 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이제는 이렇게 편하게 나오는구나’ 정도로 여겼는데 다시 고개를 들어보니 이제는 그 수준이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와 간편식의 변화나 시장규모가 궁금하여 검색해 봤는데, 해외에서 이미 K-푸드를 주도하고 있고 2022년 예상 시장규모 또한 5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간편식이 진화해온 과정 또한 흥미로웠는데 관련 기사 내용을 요약해보면, ‘HMR(Home Meal Replacement) 1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는 레토르트 식품(3분 카레) 위주로 편의성을 가장 강조한 즉석밥이 등장했고, ‘HMR 2세대’(2000년 초반~2013년)는 냉동식품 위주의 냉장면·죽이 나왔고 냉동 만두 신제품이 대거 선보였다고 한다. ‘HMR 3세대’(2013년~2014년)때부터 집밥을 대체하기 시작하여 냉동밥·컵밥·탕·국·찌개 등 한식류 HMR이 늘어났고 모 대형마트는 자체 브랜드(PB)를 론칭했다. ‘HMR 4세대’(2015년 이후)가 우리가 아는 가정간편식으로, 동네 편의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도시락부터 연어·스테이크·랍스터 등을 활용한 별미들, 유명 셰프의 요리법을 담은 ‘밀키트(반조리식)’나 태국·베트남·스페인 등 해외 요리를 적용한 가정간편식도 늘고 있다고 한다.
문화예술교육과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간편식 이야기를 장황하게 한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사회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소비자의 욕구 변화에 따라 기업들은 매우 긴밀하게 대응하여 상품들을 끊임없이 개발해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간편식이라는 게 우리가 매일 먹는, 삶과 가장 밀접한 음식 영역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문화예술교육과 관련한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언급하는 부분은 바로 ‘대상’에 대한 얘기가 아닐까 싶다. “더 구체적인 대상을 발굴하세요”, “대상을 좀 더 들여다보세요”, “제일 가까운, 잘 아는 대상으로 선정하세요”, “할머니 경로당과 할아버지 경로당이 따로 있어요”, “초등학생이라고 다 같은 초등학생이 아닙니다” 등. 교육 주체는 교육 대상이 명확해야 진행할 교육내용을 분명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는 노인, 장애인, 초등학생, 청소년, 가족, 여성과 같은 매우 포괄적인, 그것도 딱히 내 삶과 거리가 있는 대상 선정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가?
1인 가구, 2인 가구, 3-4인 가구, 캠핑족, 요린이(요리에 익숙치 않은 사람을 어린이에 비유한 말), 혼술러, 맵부심족, 네트로&뉴트로족 등 다양한 소비자의 차별적인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관심과 접근, 분석과 연구가 소비자들의 지갑과 획기적인 시장을 열었듯이, 코로나19 시대에 봉착하여 어려운 처지에 놓인 그 누군가에게 문화예술교육이 진정한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되기 위해서는 그들, 즉 ‘대상’에 대한 나의 접근은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로 인해 그 누가 되던지 온라인과 키트만이 능사라는 주객전도의 접근법이 아니라 오히려 한 명도 좋고 두 명도 좋은 누구보다 가까운, 잘 아는 만족할만한 대상 발굴과 접근이야말로 현 시기에 요구되는 문화예술교육적 방법론일거라 생각한다.
이제 세상은 더욱 분화되고 사람들은 개별화되고 개성화하고 있으며, 말 그대로 거리두기(물리적 뿐 만 아니라 관계에 있어서도)도 일상이 되고 있다. 우리 감각을 다시 깨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