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은 소통이다 - 이현경(플루티스트, (주)에꼴드뮤직대표)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1-08-09 조회수 820
첨부파일

문화예술은 소통이다.

 

이현경(플루티스트 에꼴드뮤직대표)

 

  

 

지금껏 수많은 연주를 해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연주가 있다. 작년 겨울 전남 신안군 장산중학교에서의 렉처콘서트다. 남도 섬마을 중학교의 초청이지만 거리가 멀어 흔쾌히 승낙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학생들이 실제로 한 번도 플루트를 직접 본 적이 없다는 말에 마음이 아려왔다. 문화 소외지역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지며 한 시간 반가량의 렉처콘서트를 준비했다. 렉처콘서트란 렉쳐(lecture)와 콘서트(concert)의 합성어로, 강연과 공연이 함께 하는 연주회다. 청소년 시기의 학생들에게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광주에서 목포로 한 시간 운전하고 목포에서 배를 타고 다시 1시간 반, 그렇게 찾아간 학교는 전교생 17. 음악실에서 교실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플루트와 기타 연주였다. 제자였던 기타리스트의 연주는 내가 들어도 멋졌다. 학생들은 난생처음 보는 플루트연주와 훌륭한 기타연주에 귀 기울이며 긴장된 얼굴로 무척 집중해서 감상했고 음악의 이해를 돕고자 설명했던 짧은 강연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학생들에게 음악이란 무엇이며 어떠한 유익이 있는 것인지, 클래식과 실용음악의 장르별 차이는 무엇인지, 진로는 어떻게 정하는 것이 좋은지 등 다양하게 설명해 주고 연주와 함께 진로코칭을 해주었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학생들은 궁금한 것을 메모지에 써서 붙여놓았다. 메모 하나하나를 뽑아가며 대답을 해주었는데 악기가 얼마예요~?’ ‘가장 힘들 때와 가장 행복한 때는 언제였어요?’ 이중 '좋은 연주를 여기까지 와주셔서 직접 들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메모가 적혀있었다. 가슴 뭉클한 메모였다.

 

나에게도 청소년 시절에 플루트를 처음 보며 들었던 기억이 소중히 남아있다. 그 기억의 소중함이 하루를 걸려 다녀오게 한 길이었지만 참 보람된 순간이었다. 문화를 직접 접할 기회가 없는 섬마을 학생들에게 애정을 담아 찾아갔던 연주가 청소년기에 좋은 경험과 추억으로 간직된다면 그것으로 기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또 다른 교육이 있다. 아동 정서발달 지원 서비스 바우처 수업이다. 정부에서 수입소득 얼마 이하의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가정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동과 청소년들의 정서를 발달시킬 기회를 주고자 하는 교육 서비스 프로그램이다. 연주자로만 활동할 때 내가 진행했던 플루트레슨은 기술적인 실력향상에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지금의 플루트레슨은 아동들의 정서함양에 중점을 두고 있다. 플루트를 부는 모습과 행동, 표정, 말하는 것을 관찰하며 그 아이의 성향과 감정을 읽고 이해하려 하며 무엇을 도와 성장시켜줄지 살핀다.

 

배려가 많은 아이, 주저 없이 도전하는 아이, 욕심은 있는데 생각이 없어서 힘들어하는 아이, 쉽게 즐기면서 하는 아이, 응용력과 적응력이 뛰어난 아이, 집중력이 좋은 아이, 수없이 많은 성향이 읽어진다. 그래서 학생들의 기분과 성향 말 행동 등에 더 관심을 두며 플루트 수업을 진행한다. 5명 정도 그룹 수업으로 이루어지며 한 달에 한 번은 모든 학생의 합주가 이루어진다. 개인 연주발표를 통해 할 수 있다는 성취감과 자존감을, 두 사람의 팀 중주 발표로 친밀감 배려와 존중 협력을, 전체 합주로는 여러 사람이 함께했을 때 서로 보완해 주며 풍성한 사운드로 더 멋진 웅장한 연주가 됨을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느끼고 배울 수 있게 한다. 나는 또 플루트 수업을 통해 개인의 건강한 정서와 사회성 또한 길러주고자 한다. 배려와 협동, 연습과 발표를 통해 나 혼자가 아닌 함께 사는 것을 배우게 하고 싶고 사회 속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야만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해주고 싶다.

 

앞으로 바우처 수업에 참여한 아동과 예술 문화 소외지역인 남도의 섬을 배경으로 예술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한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교육은 놀이처럼 쉽게 경험하고 깨닫는 교육이라 생각한다. 플루트 하나면 충분하다.

 

 

 

 

존재의 울림 게시글 상세 폼
top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