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삶을 위하여 - 김혜일(문화공동체아우름 대표)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1-09-13 조회수 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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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의 삶을 위하여


김혜일(문화공동체아우름 대표)

 

 

지난 5,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점검하기 위해 찾은 동네 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의사에게 들었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다. ”큰 병원에 가 보셔야겠습니다드라마에서나 들었던 말, 남의 이야기인줄로 만 알았던 일이 나에게 일어난 것이다. 그 길로 바로 대학병원을 찾아 몸의 문제를 정밀하게 진단했다. 현대의학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것이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조금만 더 방치 했으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몰랐을 상황 앞에서 적잖이 마음을 쓸어 내렸다. 호흡을 가다듬고 가만히 상념에 잠겼다. 나는 지금 나이도, 몸도, 마음도 생애전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나는 이 경험을 삶을 통째로 바꾸라는 신호로 받아 들였다. 그동안 익숙했던 것들을 밀어내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임재범의 비상이라는 노래는 누구나 한번쯤은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순간이 있지라는 가사로 시작한다누군가 정해 놓은 삶, 역할로 주어진 삶이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를 물으며 내 존재 그 자체를 들여다보게 되는 그런 시간을 말하는 것일게다. 갑작스런 건강 이상이 가져온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며 나는 지금 생애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생애전환의 시기란 무엇인가? 생물학적 나이로 구분되는 생애주기를 넘어 또 다른 삶으로의 전환을 꿈꾸어야 할 시기다. 누군가의 책임으로 살았던 삶에서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로 사는 훈련이 필요한 때이다.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독립적인 삶을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가 서로에게 종속되어 살아간다. 남편은 아내에게 자녀는 부모에게 혹은 부모가 자녀에게 어느 정도 관계를 유지하는데 관계적 종속은 필요하지만 결국 인간은 스스로 혼자라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이다. 함께 있지만 독립적인 상태, 어렵지만 행복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럼 어떻게 그 독립을 스스로 이뤄낼 수 있을것인가

 

문화예술은 예술을 접하는 이로 하여금 예술을 통해 라고 하는 존재에 집중하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새로운 를 만나는 경험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확장되고 있는 신중년 세대를 위한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이 좋은 사례다. 은퇴 이후 무료한 삶을 이겨내기 위해 단순히 뭔가를 배우는 버킷리스트차원에서 벗어나 예술을 매개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존재로 살 것인가? 에 대한 지금여기에서의 깊이 있는 사색이 시작되는 경험을 한다. 그 경험을 통해 역할로서의 를 벗고 진짜 를 발견하게 되며 그렇게 얻은 자신감은 앞으로 삶을 살아나가는데 큰 원동력이 되기에 충분하다.

 

지난 1년 반 동안 코로나로 인해 잠시 멈추어진 시간을 우린 경험했다. 이 시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우리에게 전환을 요구한다. 정치,경제,사회,교육,기후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전환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새로운 세상으로 변화될 것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 전환의 시기에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각자 개인의 삶에서 진정한 전환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어떤 가치를 우선 순위에 두고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인가? 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해야 할 시대가 도래했다

 

나는 3년전부터 신안군 도초 라는 섬에서 섬마을 인생학교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상에 지친 시민들이 섬으로 모여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인생은 내내 성장기다라는 철학을 모토로 자연에서 휴식을 취하며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어떻게 살 것인지를 잠시 쉬면서 묻는 기간을 갖게 된다. 섬마을 인생학교에서 만난 생애전환 시기의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삶의 전환왜 중요한지를 매번 깨닫게 된다. 우리가 살면서 잃어버렸던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 회복해야만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도 같이 나누며 공감한다.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니다.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걷고, 이야기 하고 조용히 홀로 있는 시간들을 확보 하는 것, 거기에서 새 삶의 전환은 시작될 수 있다. 몹쓸 역병의 시대가 물러나면 이렇게 내 삶의 전환을 위한 새로운 것들에 하나씩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바뀌어야 한다면 아니 바꿀 수 있다면 삶은 지금보다 더 풍요로워 질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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