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호] 어린이 문화를 고민하고 실천과 연대를 통해 행동하는 좋은 어른(한승모 홍천 남산초 교사)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2-09-02 조회수 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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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문화를 고민하고 실천과 연대를 통해 행동하는 좋은 어른

 

한승모(홍천 남산초등학교 교사)

  


 

 ▲ 홍대 롤링홀에서 선생님들을 위한 나눔콘서트(제공 한승모)

 

 

 

노래하는 선생님

유치원 솜씨 자랑 자리에서 모래성을 부른 게 노래 부른 가장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5학년 담임 선생님은 노래를 많이 알려주셨다. 음악 시간에 노래를 배우고 부르는 것도 좋았다. 중학교 합창부에 들어가 음을 잘 잡으니 알토!’라는 말에 으쓱댔고, 고등학교 때 9:1의 경쟁률을 뚫고 학교 중창단에 들어가 엄청 멋있다 생각하며 3년 내내 노래를 불렀다.

 

대학 때 아카펠라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선생님이 돼서도 대학로, 홍대, 인사동에 노래 부르러 다니며 아카펠라 축제, 대회를 기획해 무대를 즐겼다. 아카펠라 선생님 모임을 만들어 학생들과 함께 콘서트, 페스티벌 무대를 꾸렸고, 동요, 국악, 클래식 등의 아카펠라 음반을 십여 장 만들어 세상에 기록을 남겼다.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이 있었다. 난 교사인데, 이렇게 노래와 관련된 것에 너무 힘을 많이 쓰고 있지 않은가? 이래도 되는가?

 

 

아카펠라 교육, 음악 교육

교사 모임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아카펠라를 가르치는 것도 열심히 했다. 아카펠라 교육 시간은 나에게 교사로서의 뿌듯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학교라는 정해진 역할, 정해진 일과, 정해진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무엇인가로 아이들과 조금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다는 만족을 주었다.

 

아카펠라 교육을 열심히 하다 보니, 음악 교육 공부도 더 하게 되고 음악교육의 인연들도 많아졌다. 교과서를 쓰고, 국내외 강의를 다니고, 온라인 강의를 찍는 자리가 생겨났다. 내가 해온 아카펠라와 음악교육의 노력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감사한 자리가 계속 늘어났다.

이렇게 좋은 자리가 많음에도 부끄러운 감정이 들 때가 있었다. 교실에서 열심히 1년을 살아가고 밖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이런 삶들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생겨났다.

 

 

▲ 낯선 아이들과의 만남도 음악만 있으면 좋다(제공 한승모)


▲ 해마다 겨울이면 제주에서 청소년 캠프를 한다(제공 한승모)
 

 

어린이 문화연대

아카펠라 교육을 열심히 하면서 자료도 만들고, 세상에 나눌 방법을 찾을 때 즈음 어린이 문화연대를 만났다. 어린이 문화연대는 어린이 문화를 고민하고 관련한 사업을 하는 관련 단체 모임이다. 주로 어린이 문학, 독서, 연극, 노래, 영화 단체들이 속해있다. 처음 모임 자리에서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사업에 조금씩 참여하면서 모임에 교사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았다.

글쓰기 교육, 토론, 음악 교육, 연극, 그림책과 관련된 교사 모임이 전국에 크고 작게 존재하고, 여러 연수와 책을 통해 선생님들이 공부하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왜 그 자리에는 교사가 없는 것인지 의아했다. 어린이 문화연대에서 어린이 삶과 문화예술의 연계를 고민하는 좋은 어른들이 많음을 알았다. 자기 삶을 늘 돌아보고 조금이라도 좋은 어른이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오덕, 권정생, 방정환

얼핏 알고 있었지만, 더 공부하게 된 어른들이 있다. 바른 우리말 교육에 평생을 바치시고 글짓기가 아닌 글쓰기 교육을 세상에 알리신 이오덕 선생님은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격하신 분이었다. ‘이오덕 일기(양철북, 2013)’ 머리맡에 두고 자기 전에 읽고 잤다. 나는 나에게 얼마나 엄격했는가, 나는 교사로서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였는가를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강아지 똥으로 만난 권정생 선생님을 까투리, 해룡이, 아기 너구리, 몽실 언니로도 만났다.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하고 자연에 순응하면서도, 현실을 이겨내며 잘 살아가려 노력하는 순수한 영혼에 많이 울었다. 권정생 선생님 생가에 다녀오면서 만난 길고양이와 가을 하늘의 아련함을 내 마음속에 오래 담아두려 노력했다. 그래야 아이들을 순수한 마음으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혼자 기대하면서...

 

31살에 세상을 떠난 방정환 선생님의 작품과 삶을 공부하는 자리가 있었다. 공부하는 자리가 어느덧 방정환 노래잔치를 만드는 자리가 되었고, 아카펠라와 음악 교육의 공연 경험으로 노래잔치를 꾸린다. 시를 쓰고 노래하는 백창우와 굴렁쇠 아이들, 청소년의 꿈을 노래하는 박우진과 꿈틀이, 평화를 노래하는 화모니 가족 합창단과 세상을 밝게 만드는 무대를 꾸렸다. 방정환 선생님이 보시면 좋아하셨겠다고 생각하며 함께 뿌듯해했다.

 

방정환 노래 음반, 두 번의 노래잔치

어느덧, 방정환 선생님의 글로 노래를 만들어 아카펠라 음반을 내고, 두 번의 방정환 노래잔치를 만들었다. 내가 살아온 경험을 좋은 어른들과 세상에 잘 나누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적적하고 서운함이 있었다. 십 수년간 만나온 많은 글쓰기, 토론, 어린이 문학, 그림책, 영화, 음악 교육하는 선생님들이 그 자리에 없었다. 대부분 선생님은 학교와 교실이라는 현실 속 시공간을 알차게 만드는 실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방정환 선생님을 만날수록, 그동안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의 삶과 실천에 나와 선생님들의 눈이 머물러 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학교에 힘든 일이 많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 버거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란 걸 알면서도 눈을 울타리 밖으로 돌려보자고 말하고 싶었다.

 

철학이 없는 삶은 공허하다. 세상이 어려운 시절, 어린이 운동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꿈꾸고 문화 활동을 실천한 방정환 선생님이 나에게 철학으로 다가왔다. 나의 노래, 음악 교육, 교실의 삶이 공허해지지 않을 길이 보였다. 이제 나의 문화예술교육은 어떤가 봐야지.

 

 

▲ 언제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항상 어린이들과 함께 한다(제공 한승모)

 

나의 문화예술교육

교실, 가정, 여러 공동체와 만남의 자리에서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들고, 함께 화음 맞춰 노래한다. 이야기를 결합하고 몸짓과 물체, 악기 소리를 포함해 풍성한 경험을 만들어간다. 이러한 활동의 목적은 무엇인가? 난 무엇을 고려하고 있는가? 나의 활동은 어떤 철학과 원칙을 담고 있는가?

 

첫째, 온 마음과 몸을 쓴다. 음악 교육에서는 실음으로 하는 교육이라 말한다. 스마트 기기로 일부 대체하여 표현할 수는 있지만 모든 것을 대신할 수는 없다. 명상하고, 상상하고, 몸을 두드리고, 목소리를 내면서 예술을 깊게 만난다.

 

둘째, 함께 한다. 혼자 하는 시간도 있지만 함께 하는 활동에 많은 시간을 쓴다. 글을 나눠 읽고, 시를 같이 써본다. 내 몸짓과 다른 몸짓의 어울림을 느끼고, 내 목소리와 다른 목소리의 조화를 살핀다. 나무 악기와 가죽 악기 소리에 쇠가 들어오면 어떤 느낌인지 느껴본다. 이야기에 노래가 합쳐지고, 말이 이어져 극이 된다. 함께하면서 예술과 삶을 온전히 만난다.

 

셋째, 활동으로 배운다. 교사의 설명이나 글로만 배우지 않는다. 문화예술을 만나는 방법의 대부분은 활동으로 시작한다. 마지막에 마음을 나누는 것도 예술 활동이면 더 좋다. 활동의 시간이 끝나고 생각하고 글로 정리하는 것은 혼자 할 수 있다. 배움이 경험에서 영혼과 몸으로 녹아들기를 바란다.

 

넷째, 성장을 기다린다. 성장은 성장하자고 해서 되지 않는다. 삶의 주체들이 자신만의 일정한 시간과 과정을 거쳐 성장하게 된다. 어떤 나무는 물이 많이 필요하고, 어떤 곤충은 웅크림이 필요하며, 어떤 동물은 보호가 필요하다. 시간, 배움, 돌봄, 격려, 인정, 사랑이 필요하고, 때로는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어린이 문화운동의 향기

올해 학교를 쉬고 문화예술교육에 관해 공부하고 글 쓰고 나누는 시간을 보낸다. 음악 교과서 작업도 시작했고, 여러 예술꽃 씨앗학교를 만나며 학교 예술교육도 살펴본다. 10개가 넘는 문화예술교육 공부 모임을 직접 챙기고 있고, 청소년을 위한 아카펠라 대회, 캠프도 준비한다. 온라인으로 캐나다 청소년들과 함께 노래했고,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선생님들을 만나서 아카펠라와 문화예술교육을 이야기했다.

 

공부 외에도 2019년에 시작한 청소년 마을학교 마음소리로도 아주 바쁘다. 인문학 문화예술 특강을 준비하고, 조금 더 전문적인 교육과 결과물을 만드는 분과를 4개 운영하고 있다. 지역에서 살아가고 지역을 바꾸는 체인지 메이커로 용기 내 홍천’. ‘걷기 홍천캠페인을 시작했다. ‘청소년 살만한 가게를 준비하고 있고, 장애인 시설 삼덕원분들과의 백두대간 트래킹’, ‘찾아가는 음악회는 벌써 3년째 진행하는 행사다.

 

일상과 삶을 노래로 만들어 목소리로만 노래하는 아카펠라 별의별은 곧 3집이 나온다. 중간에 방정환 선생님 음반 작은물결 이브로만2.5집으로 냈으니 네 번째 음반이기도 하다. ‘사랑이었던 날들이라는 주제로 가족, 학교, 사랑 이야기를 목소리 노래로 아홉 곡 담았다.

1월에는 우간다에 갈 예정이다. 전주교대 교수님 두 분, 전국의 선생님 8명과 2년간 음악교육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었다. 음악교육이 교과목으로 없는 우간다와 주변 아프리카 나라에 놀이와 노래로 구성된 음악 활동을 안내할 것이다. 우리가 돌아와도 그곳에서 활동이 지속될 수 있게 콘텐츠를 남기고, 그 콘텐츠로 수업하는 자료도 남길 것이다.

 

이 다양한 일들은 모두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방정환 선생님은 이야기에 재주가 있으셨다. 그래서 많은 동화를 쓰셨고, 전국을 다니며 어린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노래 가사도 몇 편 쓰셨으며, 잡지를 만들기까지 하셨다. 어쩌면 나도 방정환 선생님의 삶을 따라 하고 싶은가 보다. 내가 좋아하고 재주가 조금 있는 함께 부르는 노래를 즐겨 만들고 나누기를 활용해서 세상을 만난다. 직간접적으로 즐겁다’, ‘행복하다’, ‘따뜻하다’, ‘재미있다’, ‘감동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매우 감사하게도 내가 하는 일에서 방정환 선생님의 향을 아주 조금 느낀다.

 

오늘도 읽고, 생각하고, 쓰고, 만나며 하루를 보낼 것이다. 이런 일상에 가장 많이 생각하는 질문 세 가지가 있었다. 어쩌면 이 생각이 나의 어린이 문화운동의 힘일지도 모르겠다. 좋아서 하는 일인가? 지금 세상에 이로운가? 다음 세대에 부끄럽지 않은가?

어린이 문화를 고민하고 실천과 연대를 통해 행동하는 좋은 어른이되고 싶다.

 

 

 


 


한승모 교사는


함께 부르는 노래를 즐겨 만들고 도와주는 사람

어린이 문화를 고민하고 실천과 연대를 통해 행동하는 좋은 어른을 모토로 문화예술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 경력 : 전국초등음악수업연구회 공동회장, 한국아카펠라협회 부회장 

* 주요저서 : '다함께 놀자 음악놀이터(2020, 에듀니티)' 등

* 음반(기획 등) : '작은물결 이브로만(방정환 아카펠라, 2020)' 등


개인블로그 : https://blog.naver.com/loving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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