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호] 치료사를 넘어 예술교육과 치유를 향하여(오주현 예술약방 대표)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2-10-07 조회수 519

치료사를 넘어 예술교육과 치유를 향하여


오주현(예술약방 대표)



 



 

 

나는 음악치료사라는 직업으로 13년 동안 심리정서적, 재활, 특수분야의 음악치료, 대학원에서는 가르치는 일을 하며 음악치료 임상과 학문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세월호 사건과 소년원 보호관찰소 학교 밖 청소년 기관 성폭력 피해자 쉼터 등 청소년을 위한 음악심리치료를 하면서 음악치료에 대한 자부심의 균열이 오기 시작하였다. 이후로, 평화와 예술교육에 대하여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치료와 임상이라는 경계를 넘어서기 시작한 것 같다.

 

2014세월호에 탔던 학생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 한마디에 위협적이고도 불안한 상황에서 자신의 동물적 감각을 발휘하여 자기를 보호하지 못한 채, 왜 가만히 있었는지에 대하여 나는 한국의 주입식 교육과 주체성 결여에 대하여 돌아보게 되었다. 권위 있는 자의 말이 나 자신보다 더 중요하게 대하며 살았다. 이에 대하여 반항을 하거나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이탈자로 치부하는 환경들. 자신의 동물적 감각을 사용하여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충동적이며 감성에 빠져있다는 편견의 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또한 청소년 아이들을 최선을 다해 심리치료 중재를 시도해도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는 극적인 결말의 드라마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기엔, 아이들을 폭력의 상처로까지 이어지도록 만드는 환경은 변하지 않았고, 아무리 중재를 해도 억압, 차별, 트라우마, 우울, 분노의 감정은 점점 깊어지기만 했다. 나는 그때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게 하는 환경을 바꾸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왜 피해자인 이 아이들만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 내가 되고 싶은 나무 작업

 

 

 

그리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소진을 느끼면서도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끊임없이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양육에 대한 죄책감을 왜 느껴야 하는지에 대해서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하였고, 더 근원적인 삶에 대한 답을 필요로 한 적이 있었다.

 

의 본능과 감정 따위에 휘말려서 잠시 쉬고 가자하면, 뒤처지게 되는 듯 느꼈다. 어렸을 때부터 인력자원이 되기 위하여, 정답이 있는 교육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누군가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가 이 세상의 모든 것인 것 마냥 정해 놓은 선을 밟기만 해도, 실패자 취급을 받고, 나를 혹독하게 가두거나 학대하는 나를 인지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나는 자본주의’, ‘신경제주의등의 체제는 우리의 합의가 아닌, 정치적으로 누군가 정해진 틀에 맞춰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지시에 따라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세상을 조금씩 균열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시작한 것 같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치유나 치료의 개념은 개인에게 책임을 돌려 사회적, 제도적 작용 주체들이 소외계층의 자기실현, 건강, 병리의 규격들을 정하여 치유를 사회라는 장에서 생산, 유통, 재활용되어가는 과정에서 상품화가 되어가게 하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예술치유가 상품화되어가는 과정에서 예술치유가 가지고 있는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였고, 앞서 말했듯 개인의 치유와 변화에 집중하기보다는 공동체와 제도의 변화를 꿈꾸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던 것 같다.

그리고, 누구에 의함이 아니라 스스로 몸과 마음을 살피며, 사회적인 틀과 제도에 맞는 사람으로의 회복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인 틀과 제도도 균열을 내고, 벗어던질 수 있는 주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건강함을 갖는 예술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치유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연극으로 하는 즉흥음악

▲ 예술약방즉흥연주 워크숍연극에서 마음담기 사용설명서

 

 

예술하기에서는 창의적인 상상을 한다. 상상은 현실과 구별되는 공간과 시간의 틀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예술 안에서 놀이하는 것처럼 상상을 경험을 통해 현실 안으로 데리고 올 수 있다. 그리고, 개인과 공동체의 제약에서 주체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에 대한 것의 대안을 찾을 수 있게 되며, 꿈과 비전을 찾게 될 수 도 있고, 주체성을 경험하며, 탈중심화 과정이 일어난다.

 

특히, 나는 이러한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예술의 신비롭고 영적이면서 초월적 속성을 자주 사용한다. 이러한 음악과 미술의 속성을 사용하여 함께 글을 짓고, 만들어 갈 때 현실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았던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언어적 표현을 사용하여 내면의 저장되어있던 아름다운 언어들을 꺼내놓기 시작한다.

 

자신들에게 이렇게 아름다움의 미학적 표현의 언어들이 있음을 확인할 때, 감탄사를 외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몸과 마음이 부드럽고, 이완적으로 치유해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어둡고, 무서운 동굴에서 누가 저를 환한 곳으로 데리고 가는 느낌이에요라는 표현을 하는 사례에서는 고립되고, 암담한 현실에서 예술 매체 자체가 자신에게 해방감을 주는 상상력을 주는 것처럼 보였다.

 

이 자체로 현실에서 자신이 경험할 수 없는 안정감과 삶의 희망을 예술적 속성이 아이들과 관계를 맺고 치유해 가는 과정인 듯하다. 여기에서 예술 매체와 아이가 관계를 맺는 것을 개별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개별화 과정에서는 자기 자신을 충분하게 마음껏 발현하면서 몰두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점점 표현이 확장되어지고, 안정감을 찾아가며, 내가 어떠한 개입과 중재언어가 없어도 스스로 예술하기를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 노인공동음악작업

 

 

 

그리고 나면, 타인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것이 아닌, 서로 차분하게 분위기가 스며들어가며, 챙겨주기도 하고, 도와주며, 격려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서서히, 그룹작업을 시작하기 시작한다.

 

내가 정해놓은 시기가 아닌 아이들의 시기에 맞춰서 시작하려고 노력한다. 공동예술작업은 서로 관계를 맺고 그룹의 다른 구성원들과 다양한 연합을 시도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리고, 계속적으로 작업이 끝난 이후에도 집단 속에 머무르고 싶게 만들게 하려면 안전하고도 환대의 장치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 환대의 표현, 축하와 애도의 표현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러한 작업들을 위해 내가 얼마나 민감해야 하는지 알아차림을 갖으려고 한다. “신체, 감정, 사회적 변화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다.”라는 문구를 항상 문화예술교육사 강의 첫 시간에 알려준다. 그룹원들 한사람 한사람의 몸, 심장, , 온도의 변화의 알아차림과 예술교육에서도 어떤 음악, 어떤 미술 방식과 도구, 어떤 움직임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해야한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치료사의 중재 방식이 아닌 예술하기의 가이드로서 치유방식의 접근은 무엇일까, 치료사가 아닌 정체성은 무엇일까에 대한 답으로 적극적 경청의 방식을 선택했다.

한번도 붓을 잡아보지 못한 할머니, 뇌졸중으로 인한 편마비 여성분의 피아노 연주, ADHD증상으로 학교에서 다루기 힘들다고 중재가 필요한 방임아동, 외상 후 트라우마 아동 등 모두 치료적 중재방식으로 아이들의 부족하고, 힘든 것들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다가가지 않으려고 한다.

거친 붓터치, 다듬어지지 않은 연주, 표정, aura,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의 발걸음 등의 그 모든 표현을 고쳐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을 표현하도록 시간을 기다려주고, 허락하고, 수용하고, 경청하기를 시작하였다.

 

 

 

▲ 고창문화도시지원센터노인예술치유작업 '내가 꿈꾸는 천국​'

 

 

그들의 행동이 정상이 되도록 중재하거나 뽐내는 예술을 하는 방식이 아닌 그들의 삶, 에너지 그대로 예술로 표현 되고, 변형 확장 되어가며, 스스로 예술매체와 친구가 되면서 창의성을 발현시켜나가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표현에 반응하고, 나 또한 변형 확장되며, 다른 방식의 대화하기를 시도하고 공존하기를 배워나갔다.

 

그래도 가끔 신은 불공평하다라는 표현을 할 때가 있다. ‘왜 이런 사고를 당하게 했을까? 왜 이런 장애를 겪게 했을까?’라는 순간이 있다. 그러나, 그 자체가 나의 교만한 생각이였다는 사실임을 알아차렸다. 그의 자체로의 존재와 삶을 받아들이고, 창조적인 삶을 함께 꿈꾼다면,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의 삶을 최대한 존중하고 창조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러나 사실 도와야 할 존재, 돕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과 변형과 역동으로 인해 옆에 있는 내가 오히려 희망과 빛을 얻어가는 것이였다. 나는 그들이 꼭 필요한 선물 같은 삶, 선물 같은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나누고 싶다.

 

 

 


 

 

오주현대표는 


공동체 예술치유와 예술을 통한 세계 시민성교육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미디어 리터리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여 현재 '피스모모'의 연구위원, 광주에서 '예술약방'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 세계 시민성교육, 예술치유, 공동체, 문화예술교육으로 활동하고 있다.      

 ​

*경력 : (사)피스모모 평화교육연구소 연구위원 및 이사, 광신대학교 상담학과 겸임교수

*주요저서 : '평화와 공존의 화합, 음악활동을 통한 평화지향 역량 키우기(2021)' 등


존재의 울림 게시글 상세 폼
top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