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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제! 여름에는 예술바캉스 즐기러 가야제!
광주공연예술축제 '그라제'
통신원 이하영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많은 이들이 휴가를 준비하는 7월, 광주문화예술회관 앞마당에 예술 바캉스를 떠날 수 있는 예술섬이 생겼다. 제주도보다 가까이에서 바캉스를 즐길 수 있는 공연예술축제 ‘그라제’가 7월 13일부터 21일까지 9일 동안 진행됐다. 계단을 올라 잔디광장에 들어서자 ‘제주도의 푸른밤’ 노랫소리가 들린다. 푸른 바닷물은 아니지만 야외무대 옆에 마련된 미니 워터파크에서는 아이들의 물놀이가 한창이다. 광장은 돗자리를 펴고 간식을 나눠 먹으며 공연을 즐기는 가족들로 꽉 차 있고, 극장 로비는 클래식부터 국악까지 다양한 공연을 즐기러 온 관람객들로 붐빈다. 다들 예술의 물결 속으로 푹 빠져든 모습이다.
‘페스티벌의 계절’ ‘축제의 계절’이라고 불리는 여름이지만, 올여름은 광주 곳곳이 축제로 들썩이고 있다. 인류평화의 가치를 담은 ‘평화의 물결 속으로(DIVE INTO PEACE)’라는 슬로건 아래 2019광주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리면서 이를 기념하는 크고 작은 행사와 축제들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문화예술회관 역시 ‘예술의 물결 속으로, DIVE INTO ART’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제2회 공연예술 축제 ‘그라제’를 열었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고 회관 개관 28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한 여름의 축제인 만큼 ‘공연장에서 즐기는 휴식과 감동, 아트 바캉스’를 테마로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 계단을 올라 광주문화예술회관 앞마당에 들어서면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진다
대극장과 소극장, 야외극장, 잔디광장은 물론 대극장의 로비까지 보고 즐길 거리로 가득하다. 대극장에서는 한국 최초의 넌버벌 퍼포먼스인 ‘난타’와 전통음악과 힙합, 팝핀이 어우러진 색다른 무대를 즐길 수 있는 ‘월드뮤직 그룹 공명’의 공연, 배우 아이비와 대중적인 성악가 류정필의 갈라 콘서트, 광주시립교향악단과 광주시립오페라단의 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진행됐다. 특히 ‘만 9900원의 행복’이란 제목으로 진행된 유리상자와 서영은씨의 콘서트는 저렴한 가격임에도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 가족과 함께 서영은 콘서트를 관람했다는 한 관람객은 “나름 대가족이다 보니 가족들이 함께 콘서트를 가기에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망설여지는 경우가 많았다. (만 9900원의 행복처럼) 이런 콘서트의 경우 부담 없이 가족들과 함께 두 시간 가량을 신나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며 보다 자주 이런 기회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극장의 공연 역시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들이 펼쳐졌다. 영상과 3D 프로젝트 맵핑 등 다양한 기법을 도입해 마술 같은 공연을 선보인 융복합극 ‘스프레이’와 브런치와 공연을 함께 즐기는 ‘김이곤의 11시 클래식 산책 자유와 정열의 여인 카르멘’, 광주시립합창단의 공연과 ‘힐링 코미디쇼 투맘쇼’, ‘빅맨 싱어즈와 배진아가 함께하는 팝페라! 트롯페라!’, ‘코믹연극 고스트’공연이 열렸다. 특히 요리체험 뮤지컬 ‘빵 굽는 포포 아저씨’와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 애니메이션 OST, 어벤져스 페스티벌’은 아이들의 사랑을 받은 공연이었다. 멋진 무대를 눈으로 보고 신나는 음악을 귀로 듣고 맛있는 빵 냄새를 맡으며 비스킷을 맛볼 수 있는 오감만족의 체험형 공연 ‘빵 굽는 포포 아저씨’의 공연장은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아이들로 가득했다. 아이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한 어머니는 “아이와 즐길만한 문화행사가 드문 편인데,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연이라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끝까지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며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 잔디광장을 가득 매운 관람객들
제2회 광주문화예술회관 공연예술 축제 ‘그라제’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역시 풍성했다. 대극장 로비에는 수석회 광주지역 회원들의 수석 60점을 감상할 수 있는 수석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공연 시작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수석을 신기한 눈빛으로 감상하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한집 한 그림’이라는 콘셉트로 저렴한 가격에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아트마켓 전시가 한창이었다. 무료라고 해서 평범하거나 수준이 낮은 공연이 아니다. 잔디광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는 밤늦게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 저렴한 가격으로 예술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아트마켓 ‘한집 한그림’ 展
주말 오후, ‘버블 타이거’는 재치 있는 입담과 화려한 비눗방울쇼로 온 가족을 사로잡았다. 아이들은 버블타이거가 만들어내는 크고 작은 비눗방울들을 따라 야외광장을 마음껏 뛰어다녔다. 이어 준비된 ‘Jazz Night’의 재즈공연은 공연예술 축제 ‘그라제’가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축제임을 보여줬다. 젊은 연인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님들은 낭만적인 재즈 선율을 감상하며 축제를 즐겼다. 이밖에도 야외무대에서는 광주시립극단의 연극 ‘멍키열전’과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광주시립합창단, 광주시립창극단의 공연은 물론 발레와 피트니스를 결합한 ‘발레핏 클래스’ ‘가족발레 오픈 클래스’등이 준비돼 있었다.
△ 아이들을 사로잡은 버블타이거의 버블쇼
늦은 밤, 잔디 극장에서 열린 ‘달빛극장’에서는 ‘레미제라블’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그린북’ ‘물랑루즈’등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상영됐다.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은 광장 한쪽에 준비된 푸드 트럭의 음식을 즐기며 늦은 시간까지 축제를 즐겼다. 에어 빈백과 돗자리가 무료로 제공되어 관람객들이 피크닉 온 기분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도왔다. 해가 지자 아이들을 동반한 관람객들에게는 모기장이 제공되기도 했다. 문화예술회관 바로 앞에 산다는 한 관람객은 오늘이 세 번째 방문이라며 “해가지고 선선해질 때 이렇게 야외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어 좋다”라는 말과 함께 “모기장과 돗자리를 이용할 수 있어 정말 바캉스에 온 기분”이라고 즐거움을 드러냈다.
△ 늦은 시간까지 즐겁게 야외 프로그램을 즐기는 관람객들
야외무대에서 공연 진행을 맡은 사회자가 “그라제가 무슨 뜻인지 아시죠?”라고 질문을 던지자, 곳곳에서 “그라제~”라는 말과 함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렇죠! 전라도 사투리로 ‘그렇지’라는 뜻입니다. 이탈리아어로 ‘감사합니다’를 뜻하는 그라찌에(Grazie)라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축제 즐겨 주실 거죠?” 다시 한 번 “그라제~”라는 대답과 즐거운 웃음소리가 잔디광장을 채운다. 앞으로도 공연예술축제 ‘그라제’가 많은 이들이 예술의 힘을 실감하며 고마움을 느끼는 축제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하영 (10기 통신원) 미술대학 큐레이터학과를 졸업했다. 큐레이터가 뭐 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그때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 아세요?'라고 되묻는다. 예술작품을 전시라는 형태로 잘 꿰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을 좋아한다. 모든 일의 끝에는 사람이 있다고 믿으며 예술작품 너머의 사람을 보려고 애쓰며 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