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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에 ‘같이’를 더하다
이강하미술관 <양림어린이예술학교>
통신원 김재철
△ 양림어린이예술학교 ‘키즈미디어아트’수업
여름방학. 손꼽아 기다려왔고 떠나보내기 아쉬운 시간이다. 저마다 새로운 추억을 쌓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계획해온 것을 시도해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 그 시간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 끝의 아쉬움을 잊게 해줄 더운 여름에 차가운 계곡 같은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이 있다. 이강하미술관 ‘양림어린이예술학교’에 시원하게 빠져보자.
남구 양림동에 위치한 이강하미술관. 이곳에는 방학동안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통해 그들 스스로 무언가를 얻어갈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있다. 일주일간 진행되는 ‘양림어린이예술학교’는 미술이론, 회화, 미디어아트, 동양화, 건축사진, 만들기 등 매일 지역의 청년작가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중 키즈미디어아트 수업에 참여해 보았다.
프로그램은 아이들과 함께 ‘새로움’을 만들 작가인 이조흠작가의 소개로 시작하였다. 미디어아티스트이자 지역청년작가인 이조흠 작가는 그간 작업했던 본인의 작품을 보여주며 어린이들이 조금씩 오늘 수업의 주제에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새로운 장르를 접한 아이들은 관심을 갖고 점차 수업에 빠져드는 듯 보였다.
△ 참여작가소개. 지역청년작가 이조흠작가 소개
작가의 소개가 끝나고 직접 작품 활동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본인들이 직접 챙겨온 미술도구를 활용하여 바다 속을 만드는 것이다. 함께 수업을 듣는 친구들과 조를 나누어 하얀 천에 각자 상상하고 있는 바다 속을 그렸다. 각양각색의 물고기들, 고래, 상어, 인어공주 등 다양한 바다 속 풍경이 완성되었다. 완성된 천에 빔 프로젝터를 활용하여 바다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 영상으로 아이들이 직접 들어갔다. 직접 그린 그림과 몸에 비춰지는 바다, 이 안에서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작품의 일부가 되고 미디어아트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었다.
△ 오늘 활동에 대한 소개
△ 각자 상상하는 바다 속 모습을 그려보기
미술관이라는 공간속에서 바다를 만들고 체험하는 것, 그림을 그리고 영상에 들어가 스스로가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 이런 경험을 통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얻는 것이 오늘 교육의 핵심인 것 같다.
△ 우리가 만든 바다 속으로 빠져보기
수업이 끝나고 본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선 기획자와 참여 작가인 이조흠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양림어린이예술학교’ 이선 기획자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우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작가들의 작업과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더해서 무언가를 해봤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르치는 사람이 재밌어야 참여하는 모두가 즐거운 프로그램이 된다.”고 작가들과 이야기했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우선 작가가 수업의 전부를 이끌어가는 것보다 작업의 다양한 소스를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해보는 것을 의논했다. 의논에 앞서 작가별로 연구를 했다. 전공은 무엇이고 어떤 작업을 했고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왜 그 작업을 했을까를 고민을 해보면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본적인 바탕이 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 중 교육적인 것들을 끌어다가 프로그램에 연결을 하는 것이다.
또한,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는 어린이의 눈높이와 작가의 작업을 맞추어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다.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어린이들이 예술적인 부분이나 대중적인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거나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이 두 부분의 사이를 기획자가 옆에서 조절하는 것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사전에 작가와 연락을 하며 재료도 구매하고 이 재료를 어떻게 아이들과 활용할 것인지 계속연락을 주고받았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아이들에게 미술이라는 것이 작품을 탄생시켜 그 결과물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창작에 대한 즐거움, 없는 것을 만들어 냈다는 즐거움을 맛보게 해주는 것이 ‘양림어린이예술학교’가 아이들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직접 그림을 그리고 그림으로 생업을 이어가는 작가들을 만나 함께했을 때 시너지가 생겨 더 많은 것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
‘양림어린이예술학교’ 키즈미디어아트 강사 이조흠 작가
이번 프로그램을 할 때 많이 신경 쓴 부분이 아이들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현대미술이나 미디어아트를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설명과 해설을 통해서 이해를 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서 점진적으로 받아드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강하미술관에서 열리는 수업은 조금 특별함이 있다. 가령 두 시간동안 미디어아트에 대해 강연을 부탁 받았다면 시간과 내용에 맞추어 자료를 설명한다. 반면에 이강하미술관은 기획자와 미디어아트로 아이들에게 어떤 체험을 해줄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고 강의를 준비한다. 그리고 각 수업마다 색깔 있고 다양한 장르를 갖춘 젊은 작가들이 참여하여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있다. 이것을 경험해 본 아이들은 지나고 보면 분명히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우리가 아이들한테 체험을 통해서 잘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생각을 조금 달리한다거나 만드는 법을 바꾸고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 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빔 프로젝션을 해서 영상이 나오고 자기가 손으로 그린 그림과 그것을 매칭시켜 본다. 프로젝션 속에 들어가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상의 공간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자체가 무언가를 담는 큰 그릇이다. 아이들에게 이런 것들을 이론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아주 단순한 체험이나 행위들을 통해서 이런 과정을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이것이 어떤 결과물로 남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을 얻으면서 나중에 자기가 어떤 사고를 할 때 경험을 떠올리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 이 수업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
‘양림어린이예술학교’ 이선 기획자
문화예술교육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생활 속에 자연스럽고 녹아져있는 문화예술을 스펀지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전거를 배운다는 것, 밥을 할 때 쌀의 물을 어느 정도 맞춘다는 것 등 기초적인 것들도 생활문화예술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생활 속에 녹아져 있는 것들을 어릴 때부터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드릴 수 있고 받아드려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아이들의 윗세대들은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정확한 경험을 한 세대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경험을 해주고싶어 한다. 그에 맞춰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부모님이 수업의 내용을 유추해 볼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내일은 어떤 수업을 할지 상상할 수 있고 아이들이 다녀와서 “오늘은 무엇을 배웠니?”라는 질문을 하며 아이들과 이야기 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부모님들도 새로움을 배우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한다.
양림어린이예술학교가 말하고 있는 것은 왜에 대한 답을 가르쳐주는 것 같다. 왜 안 되는지, 왜 해야 하는지, 왜 신기한지, 예를 들어 미디어아트가 왜 신기하게 보이는 이유는 과학이랑 기술이랑 미술이 연결되어있으니까. 이러한 과정들을 아이들에게 계속 노출시켜주고 설명을 해주고 어른들도 같이 이해하면서 배워나간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도 문화예술교육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프로그램이 어린이예술학교이지만 모두가 배우는 예술학교라고 생각한다. 수업을 배우는 아이들은 문화예술에 대한 새로움을 배워가고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과 오늘 배웠던 것들을 이야기하며 부모님들도 아이들과 함께 배워간다. 수업에 참여해주는 청년작가들은 아이들과의 활동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보고 느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배워간다.
‘양림어린이예술학교’ 키즈미디어아트 강사 이조흠 작가
미디어아트라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재료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빛을 활용해야 한다든지 물론 그것도 미디어아트이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영향을 받는 것 대부분이 미디어다. 미디어로 소통하고 우리가 시각적으로 크게 영향을 받는 것들도 미디어다. “우리의 시각이나 사상이 미디어에 영향을 받고 있다.”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이 그거에 대해서 받아들였을 때 열린 시각으로 미디어아트를 보고 받아드렸으면 좋겠다.
현대미술이나 미디어아트나 사실은 열린 결말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마지막 단추를 끼워 그들이 결말을 내리는 것이다. 창작자와 기획자가 만들어서 정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와 기획자가 전시, 교육, 프로젝트를 통해서 “우리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으로 끝나는 것이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관객이 답을 찾아나서는 여행과도 같은 거다.
아이들이 이런 것들을 어릴 때 많이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사회가 정답을 정해놓고 정답만 보여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워낙 빠른 고도의 성장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수치에 민감함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수치로서 판가름할 수 없는 행위나 체험이 있기 때문에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를 할 수 있어야한다. 앞으로 현대미술이나 미디어아트를 체험하고 접할 때 열린 마음으로 이해를 한다면 조금 더 다양해지고 재밌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양림어린이예술학교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활용하여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http://www.lkh-artmuseum.com )를 참조하면 확인 할 수 있다.
김재철 (10기 통신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