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adingbooks00.jpg [size : 983.0 KB] [다운로드 : 43]
할머니 품에서 듣는 그림책 이야기, 다시 동심으로
운암도서관 '책 읽어주는 할머니'
통신원 김수환
책 읽어주는 할머니. 이름만 들어도 포근하고 따듯한 기운이 느껴지는 이 프로그램을 위해서 매주 수요일, 운암도서관 1층에 위치한 문화사랑방에 자칭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아직 서로가 낯설지만, 참여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모였다.
그런데 책을 읽어주기 위해서 교육까지 받다니.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니다. 자녀 또는 조카, 손주들에게 책을 읽어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책을 읽어주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는 버벅거리고, 책을 고르는 것부터 난관이다. 이 프로그램은 그런 고충들을 해결하고 누구보다 멋지게 책을 읽어줄 수 있는 할머니 그리고 할아버지를 지향한다. 더 나아가 개인 가정 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책을 읽어주는 독서전문가이자 자원 활동가로서 사회에 재참여 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준다는 것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행위에는 상상력과 집중력을 키워주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은 하루 내 있었던 경험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책을 읽어주는 사람과의 유대를 키우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아이의 생각이 깊어지고 언어능력이 향상되는 등의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그 시간을 온전히 할애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고 해도 알고 있다. 자신에게 쏟는 사랑과 보살핌을. 그렇기에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아이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읽어주기 좋은 책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책‘
‘책 읽어주는 할머니’ 강의를 담당하고 있는 전선예 선생님은 두 손 무겁게 가져온 그림책들을 책상에 올려놓았다. 오늘, 두 번째 강의 주제는 ‘어떤 그림책을 읽어줄 것인가’이다. 참여자들은 전선예 선생님이 가지고 온 그림책을 골라 읽고 그에 대한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가 고른 책은 ‘똥벼락’인데요. 제목이 재미있어서 마음에 들었고, 똥벼락을 맞으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에 골랐습니다.”
“싫어하는 책으로는 ‘곰 사냥을 떠나자’ 아이들은 살아있는 모든 것을 엄청 좋아해요 곰을 친구라고 생각하는데 사냥하면 곰을 잡는 것을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제목도 싫었고, 내용을 읽어보니 일단 가서 잡아야 하는데 무섭다고 도망가더라고요. ‘자기가 희망한 것을 관철시키지 못한 내용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심어줄까’ 하는 생각에 싫은 책으로 뽑았어요.”
“‘리디아의 정원’이라는 책은 삽화도 아름답고 편지글로 구성된 내용들이 따뜻해서 좋았습니다.”
참여자들의 솔직한 소감으로 읽어보면 재미있을만한 그림책들을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사노 요코작가의 ‘100만 번 산 고양이’는 귀여운 고양이 삽화와 내용이 딱 내 취향이었다. 사실 아이에게 읽어 줄 그림책을 고르다보면 대부분 듣는 대상에 맞춰 고르게 된다. 주고 싶은 교훈, 알았으면 하는 지식과 같은 것에 맞추어 책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전문용어만 나열하는 전공서적은 재미없듯 아이들도 우선 재미있고 즐거워야 책에 빠져든다. 자신이 읽었을 때 재미있고 즐거운 그림책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좋은 그림책이다. 이번 시간으로 ‘책 읽어주는 할머니’ 프로그램의 참여자들은 어떤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아직 세 번의 수업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일순 참여자는 39년 동안 교직생활을 해왔다. 그럼에도 다시 교육과 관련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할머니들의 따뜻함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줌으로써 전달하고 싶어요. 또 독서를 통해 삶을 마무리 할 때까지 잘 살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일에 봉사 해보고자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어요.”라고 답하며 “이 ‘책 읽어주는 할머니’가 어린이에게만 읽어주는 이미지가 아닌, 0세부터 100세를 아우르는, 병원에 있는 할머니에게까지 책을 읽어주는 그런 치유가 되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해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한 시간 반의 긴 수업을 마무리하기 전 투표를 통해 오늘 이야기했던 책 중 가장 읽어보고 싶은 책을 뽑았다. 1등은 조혜란 작가의 ‘똥벼락’이었다.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똥은 언제나 재미있는 소재임이 틀림없다. 앞으로 ‘책 읽어주는 할머니’는 10개의 강의가 남았다. 다음 시간에는 ‘좋은 그림책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북 토크와 내 맘에 와 닿는 그림책을 골라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하는 활동을 진행한다. 5,6,7차시에는 다양한 그림책의 세계를 알아보고 이후 실제로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에 대한 강의를 진행한다.
그 시간동안 참여자들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공부하면서 자기 마음에 들어오는 책을 찾아 자신만의 책 꾸러미를 차곡차곡 쌓아갈 것이다. 각각의 꾸러미 속에 어떤 재미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을까. 궁금하신 분들은 다가오는 12월 4일 그림책 꾸러미 전시회가 있으니 운암도서관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 김수환 (10기 통신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