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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예술인복지지원사업 라운드테이블
마스크 속 예술인이 살아가는 방법
With-코로나19로 살아온 지 6개월째, 이제는 종식보다는 장기지속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따라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을 중심으로 지금의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위한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하였다.
광주문화재단 정책연구교류팀
일시 2020년 8월 21일(금) 오후2시
장소 광주문화재단 문화사랑
사회 박경동 광주문화재단 정책연구교류팀장
패널 주 홍 메이홀 / 생각상자 큐레이터
김양균 전통문화연구회 얼쑤 대표
정헌기 아트주 대표
김옥진 마음놀이터 대표
▲ 2020예술인복지지원사업 라운드 테이블 <마스크 속 예술인이 살아가는 방법> 현장
[과거 – 지난 6개월, 자신의 일상은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박경동
오늘 이 자리는 그동안 현장에 계신 네 분이 각 영역에서 오랫동안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의견을 모아보는 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6개월이 지났습니다. 다들 어떻게 지내셨나요?
주 홍
저는 미술, 시각예술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실은 시각예술 분야는 관객을 많이 앞에 모아놓고 하는 행사 위주의 것이 아니기에 개인 전시 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전시를 준비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죠. 그러나 이것도 전시 공간이 어떠한 사업비를 가지고 한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곳에서 한 것이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시립미술관을 비롯한 공적 자금이 들어간 곳은 모두 폐쇄하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준비한 전시는 다 허투루 돌아갔습니다. ‘개인방역, 공간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그냥 열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했어요. 518전야제 때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꼭 취소만이 답이었을까? 다른 방법을 찾을 노력을 우리가 왜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지요. 개인의 일상도 말 그대로 코로나블루였습니다. 대부분 융자를 찾아다니면서요. 그러나 저희뿐만 아니라 다 어렵기 때문에 예술가라해서 어렵다고 말하는 것도 힘듭니다.
김양균
공연 쪽은 많이 힘들죠. 매년 있었던 일들이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원래 이런 삶을 살았기 때문에 크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지만 조금씩 있었던 공연마저 없어져 버렸죠. 특히 올해에는 문제가 이 기간이 장기화 된다는 거예요. 우리 단원들도 힘들게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인건비 지급이 힘들지요. 사실 비대면 같은 공연의 형태가 문제가 아니고 본질은 이 바닥에 있는 모든 종사자, 이를테면 무대, 조명, 음향 등의 업체는 정말 힘들어요. 즉 공연생태계시스템이 완전 붕괴되고 있습니다.
정헌기
두 분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저도 대출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대출을 한 번 더 받게 되었죠. 경제적 어려움은 항상 있습니다. 두 번째는 ‘불확실성’ 때문에 도저히 기획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괜찮아졌다가 급격히 안 좋아졌다가, 이러한 일상들이 계속되니까 거기에 따른 스트레스가 점점 쌓여가요. 그리고 전시, 작가, 공연 등 모든 것들이 다 연결되어 있으니까 일정 조율도 어렵습니다. 시에서 지침이 내려와요. 모든 걸 멈추라고 하면 멈춰야죠.
김옥진
저희는 문화예술교육을 바탕으로 마을에서 소규모로 활동하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은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원래 매년 1월~4월까지는 비수기, 즉 보릿고개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괜찮았어요. 그런데 이게 6월까지 길어지니까 점점 버티기 힘들어졌습니다. 막막해요. 한계점에 다다르게 됐지요. 그럼에도 다른 일을 찾아 하는 게 없다 보니까 주변에는 놀거나 신세한탄을 하거나 하죠. 좋은 점은 예전과 비교해 요즘에는 일정을 금방 잡아요. 다들 시간이 남아돌아서.
▲ 정헌기 아트주 대표 ▲ 주 홍 메이홀 / 생각상자 큐레이터
[현재 –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박경동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되거나 연기된 행사가 많을 듯합니다. 이에 따라 경제적으로도 어렵다고 이야기도 해주셨고요.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셨는지 해법을 좀 찾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주 홍
5월부터는 특히 정기공연도 계속 연기 중이죠. 그러다 방식을 좀 바꿔서 진행하기도 하였고요. 무대에 서는 것은 못 하는 걸로 통보받았고, 연기된 것은 영상 작업을 통해 하반기에 하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전시는 개인 공간 외에는 다 멈춘 상태입니다. 공공시설이 대부분 문을 닫았기 때문에 개인 공간 전시는 호응이 좋습니다. 온라인과 연동해서 홍보하는 방식도 하고 있고요. 손소독제, 마스크 등 방역 지침 지키면서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요. 또한, 소규모의 방식으로, 야외공간 활용하는 방식으로, 아날로그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관객을 만나는 시간 대신에 개인적으로 작업에 몰입하는 시간은 훨씬 좋아졌어요. 오히려 창작 시간만으로 채워지고 있기는 합니다.
김양균
저희 같은 경우는 행사나 축제, 공연은 봄·가을이 성수기인데 지금 코로나19로 전반기 모든 행사가 취소됐어요. 수익이 없어요. 상설 공연마저 취소되었으니까. 저 개인적으로는 사실상 취소된 거 그 예산, 예술인들에게 줬으면 좋겠어요. 자연재해로 인해서 다 취소된 것이니 예술인 먹고살게는 해줘야지 라는 생각입니다. 좀 잠잠해진 듯해서 몇 번 공연도 하고 비대면도 하고 그랬습니다만 며칠 전에 또 다 취소되었다고 또 연락 왔어요. 공모사업은 다 연기돼요. 계속 이러한 형태가 반복되고 있죠. 실질적으로 단순히 전반기 문제가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헌기
저희도 연기된 행사가 있지요. 결국 방식을 비대면으로 바꿨어요. 전시장 지키는 사람 없이 오픈하고, 환기 잘 시키고 그랬지요. 또 하나는 모기장 영화제를 했습니다. 야외에서 스크린 두고, 자연스럽게 거리두기 유지하구요. 사람들도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재미있어하더라고요. 그러나 이런 기간 동안 어려운 건 일정잡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완화될 때는 동시에 완화되기 때문에 작가들이 다 바빠요. 일정관리가 힘들죠. 지원사업의 경우 다들 가을만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는 정말 어떻게 할지 고민입니다.
김옥진
학교 문화예술 행사는 다 미뤄졌어요. 시수를 인정해준다고 하지만 문제는 학교가 문이 계속 닫혀 있어요. 학교는 엄격히 방역지침을 준수하기 때문에 강의도 다 미뤄지고 수입이 0원입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예측 불가능입니다. 예측이 가능하면 준비할 텐데 매일매일 다르기 때문에 의욕상실 돼요. 시수를 채우기 위해서, 온라인 강의라던가 Kit제작 등 비대면 콘텐츠 제공하는데, 4시간 동안 그냥 학교에서 앉아 있으라고 하더라고요. 외부강사는 시스템 접속이 안 되고, 대부분 강사는 그냥 앉아 있는 사람이 많아요. 즉 대응할 만한 체계가 안 잡힌 거죠. 전반기는 취소·연기되더라도 하반기가 있었지만, 하반기에 취소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또 온다면 해법이 있는가? 라는 고민이 듭니다.
김양균
해법은 없어요. 우리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인데 이 Key는 관리자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기가 된다고 해도 이와 같은 방식이라면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공연은 관객과의 소통인데 온라인 중계만이 답이 아닙니다. 비대면 방식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정헌기
방법 모색을 계속해야 합니다. 특히 공연 같은 경우에는 집객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대규모 공연을 할 수 없습니다. 소규모 형태로 현장을 좀 풀어주면 좋겠습니다. 지금이라도 고민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똑같은 상황일 거예요. 어떤 방식으로든 공연자들이 현장을 찾아가는 방식, 이걸 행정적으로 지원해줘야 합니다. 행정에서 세밀하게 바라보고 이걸 푸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김양균
저는 새로운 형태의 전환기라고 생각해요. 우리 공연자들도 다수의 인원을 놓고 공연을 해야 현장성을 느낄 수 있죠. 우리가 따라갈 수밖에 없잖아요. 대전환점을 빨리 맞이하게 한 게 ‘코로나19’였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과도기이니 우리 예술인들도 거기에 맞춰 적응해야 합니다.
주 홍
시스템과 운영방식을 공공기관에서 지원해줘야 합니다.
정헌기
‘디지털이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VR, AR 같은 경우에도 3~5년 동안 꾸준히 밀었지만, 현재로서는 크게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죠. 결국 세밀한 기획이 더 필요해지게 될 겁니다. 이런 방식을 권장하고 지원해줘야 합니다.
김옥진
저희는 동네에서 노인층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하죠. 온라인으로 디테일하게 나름대로 만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젊은 세대 등 그걸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 이렇게 나이 드신 분들은 못 봐요. 이제는 더 깊숙이 마을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가야 하는 시점인데 온라인콘텐츠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원사업의 경우 그 수업을 듣는 학생 수가 성과목표에 있고, 이를 위해 소규모 방식도 한계가 있습니다. ‘무조건 하지 마라!’라는 것보다 다 같이 갈 수 있는 방향으로 방법을 고민해주면 좋겠습니다.
정헌기
학생 수가 곧 관람관객 수를 의미합니다. 전체적으로 문화예술 지원사업의 평가시스템, 양적 평가 기준을 바꿔야 합니다. 또한, 지침 완화도 필요하고요. 다양한 콘텐츠가 생성될 수 있습니다.
▲ 김옥진 마음놀이터 대표 ▲ 김양균 전통문화연구회 얼쑤 대표
[미래 – 미래전망과 바라는 지원정책]
박경동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활동 영역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무엇이 중요하게 부각 될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 홍
나쁘게만 바라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금 오늘처럼 관, 공공기관에서 이렇게 예술인, 프리랜서에게 관심을 주는 게 처음이잖아요. 우리가 이런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 할 수 있다는 것이 안심됩니다.
김양균
앞으로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누구도 책임질 수도 없고, 조직에서도 책임질 수도 없는 상황인데 예술가들한테 대안을 내놓으라고 하기 전에 예술가들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라는 고민부터 해주길 바랍니다.
정헌기
어떻게 그들이 생존할 것인가? 이런 고민에 대한 대응책은 그전에도 없었어요. 문화재단이나 광주시 자체만으로도 해결할 문제는 아닙니다. 문체부나 정부 차원에서 세밀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지침이나 가이드라인도 좀 더 촘촘해져야 하고요. 코로나 전후로 세계 양상은 바뀔 것이고 그렇다면 예술 콘텐츠도 당연히 바뀔 겁니다. 1인 콘텐츠 비율도 높아지고요. 이런 걸 어떻게 관리하느냐, 양성하느냐, 지원하느냐는 재단의 향후 숙제가 될 겁니다.
김양균
이것은 국가적 위기입니다. 이런 위기는 같이 가야 합니다. 우리 함께 해야 해요. 서서히 변화에 적응하는 단계를 만들어서 움직여야 합니다.
박경동
그러면 정부, 광주시, 문화재단에 바라는 지원정책과 지원방식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주 홍
온라인 플랫폼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의 문화예술을 같은 플랫폼에서 특화시켜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요. 지역콘텐츠를 잘 만들어 알릴 수 있도록 예술가와 접목하여 만들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찾아가서 하는 소규모 공연 지원책 마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양균
먼저 광주지역에서는 광주예술인 실태조사가 꼭 필요합니다. 예술가를 직업군으로 만든다고 하였을 때 예술분야 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업종까지, 지금부터라도 기준을 만들어 자료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또한, 지역 내 큰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지원도 필요하죠. 창작 공간 지원도 필요하고요. 기업매칭 프로그램도 좋은 지원책이 될 수 있습니다. 문화재단의 역할이 아주 중요해요.
정헌기
중요한 건 직업군 성격이 확실하게 필요합니다. 현재는 특정 장르에 지원이 치중되는 건 사실입니다. 다양한 예술분야들과 종사자들이 조금 더 소외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직군 정리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 봅니다. 예술가들을 프리랜서로만 바라볼 수 있는 것인가라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서 공간과 활동제약을 봤을 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지역의 지침이 나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역을 서울 기준으로 바라보면 안 됩니다. 각 지역의 방역 단계에 따른 정도를 따져 활동을 인정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내년 재단 지원 사업에 ‘미디어 온라인 콘텐츠 우선 선정’이라고 나올 것이라 예상합니다. 이러면 기존에 활동했던 단체들은 다 죽어요. 진짜 생태계가 붕괴합니다. 안정성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여 다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김옥진
비대면 온라인 콘텐츠만 해야 한다면, 강사들은 진정성 담아서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영상을 따뜻하게 보이게 만들 수는 없어요. 잘하면 좋은데 그런 걸 갑자기 막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하려면 누군가를 불러야 하고 그에 대한 예산도 필요합니다. 예산 총액과 예산내역은 정해져 있는 데도요. 그러나 무엇보다 ‘만남’은 필요합니다.
정헌기
마지막으로 사업내용을 변경하는 걸 허락해야 합니다. 올해에도 마찬가지이고, 어떤 식으로든 예술인은 방법을 찾으려고 하나 무조건 관에서는 안 된다고만 하고 변경을 허락하지 않으면 더 이상 지속할 수가 없습니다.
박경동
앞으로 개인별 지원 방식이 늘어나는 등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방식들도 바뀔 수밖에 없을 건 기정사실입니다. 다양한 논의를 통해 예술인을 위한 방식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저희도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의견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