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호] ‘같이’의 가치를 만드는 사람들 - 심솔아 통신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0-10-05 조회수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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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의 가치를 만드는 사람들 

독립 큐레이터 팀 장동콜렉티브의 YAS(Young Artist Story)!광주 vol.2


심솔아 통신원


‘왜 위대한 여성 예술가는 없는가?’
 이 말은 1971년 미국의 미술사학자 린다 노클린(Linda Nocklin)이 기존의 미술사를 비판하며 던진 질문이다. 미술사 서적 안에서 여성 화가의 이름이 거의 없는 기이한 현상.  과연 당시 여성들의 실력이 뒤떨어져서였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에서 수많은 뛰어난 여성들이 역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남아 있는 성차별적인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는 자주 듣곤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짚어가며 지역의 ‘여성’ 청년 예술가들이 작업을 이어가는 데 힘을 보태고자 ‘여성’ 큐레이터 팀 장동콜렉티브(김소진, 이하영)가 장동에 위치한 작은 갤러리 ‘예술공간 집’에 특별한 자리를 마련하였다.

 

 


▲사진1, 2 행사가 열리고 있는 예술공간 집

 

 장동콜렉티브는 광주에서 활동하며 시각예술을 매개로 대중과 소통하는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지역의 젊은 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독립 큐레이터 팀이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청년이자, 여성, 그리고 지역민으로써 자유롭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작가들의 작업 세계를 홍보하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예술인들과 지역민들을 연결하는 오프라인 행사를 여는 YAS(Young Artist Story)!광주는 작년에 처음으로 기획되어 ‘극히 약한 처방: 극약처방’이라는 이름으로 다섯 명의 청년 예술인을 소개했다. 온라인 콘텐츠 생산에 머물지 않고 지역민과 예술인들이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작품 전시와 공연이 있는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했으며 협소한 공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 당일 약 150여 명의 지역민과 예술 관계자들이 방문했다.

 


▲사진3,4 YAS(Young Artist Story)!광주 vol.2


 올해는 ‘YAS!광주’의 두 번째 프로젝트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예술가, 기획자, 예술 전공 학생 등 여성 예술인들이 모여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행사를 한참 열심히 준비하던 시기에 코로나19 사태의 악화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준 3단계로 격상되고 프로그램에 차질을 빚기도 하였지만, 빠른 대처로 시의 대응 수칙을 준수하며 10인 이내 소규모 행사로 변동하여 진행하였다. 시간대별로 예약자 5명을 받아 소수의 관람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선회하여 참여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사진5,6 행사를 참여하며 즐기는 케이터링 도시락

 

 YAS!광주 vol.2 행사가 열린 첫날, 19일 토요일은 마침 첫 번째 ‘청년의 날’이기도 하였다. 청년의 권리를 보장하고, 청년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국가에서 제정한 기념일인 ‘청년의 날’. 청년의 날에 여성 청년 예술가들을 위한 행사가 열리게 되니 더욱 감회가 새롭다. 이번 YAS!광주 vol.2에 참여한 여성 청년 예술가들은 그림을 그리는 강지수, 고유진, 송미경 작가와 어쿠스틱 밴드 그란디, 싱어송라이터 이푸른솔로 각자의 작품을 갤러리 내에 전시하거나 작은 음악 감상회를 엶으로 대중들과 만나게 되었다. 단순히 그들을 홍보하는 것을 떠나 예술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소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미니 옥션 및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여 젊은 예술인들을 후원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사진7 선배 아티스트 김자이 작가와의 만남, 사진8 선배 아티스트 임남진 작가와의 만남

 

 더불어 여성 청년 예술가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되었는데, 바로 지역의 여성 예술가를 연구하고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동아리 GroWomen과 함께한 NVC 기반 마음 돌봄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참여 작가들은 예술 활동을 하며 지치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며 작업을 이어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서로 공감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또한 앞서 나가 활동을 하고 있는 선배 아티스트와의 만남을 통해 편한 대화도 나누고, 서로의 앞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지역 최초로 세대와 장르의 경계를 넘어 여성 예술인들이 함께하며 연결될 수 있는 자리가 된 것이다.

 


▲사진9,10 싱어송라이터 그란디 공연

 



▲사진11 싱어송라이터 어니 공연, 사진12 레이빙 커뮤니티 심해의 DJ DADA

 

 지역의 청년 예술가들이 앞으로도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장동콜렉티브. 앞으로도 YAS!광주 vol.2를 통해, 일회성 콘텐츠 제작과 행사 운영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지역의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활동을 홍보할 예정이다. 혼자였다면 절대 할 수 없었을 일들을 함께하며 ‘같이’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장동콜렉티브. 그들의 활동에 대해 궁금한 마음에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사진13 관객을 맞이할 준비하는 장동콜렉티브

 

Q. ‘장동콜렉티브’라는 팀 이름이 특이해서 그 뜻이 궁금하기도 한데요. 먼저 ‘장동콜렉티브’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A. 저희 팀이름을 ‘장동콜렉티브’라고 정하게 된 이유는 광주의 동명동 옆에 장동이라는 동네가 있는데요. (마침 오늘 행사가 열리는 장소도 장동이다.) 그 장동의 한 작은 술집에서 저희가 결의를 다지게 되면서 그날의 결의를 잊지 말자는 다짐으로 (웃음) 이름 짓게 되었습니다. 장동콜렉티브는 전시 기획과 더불어 다양한 예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독립큐레이터 팀입니다.

 

Q. 오늘은 지역의 여성 청년 예술인들을 만나 그들의 작업, 그리고 인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이렇게 광주 청년 예술인을 소개하는 통합 홍보 플랫폼, YAS!광주를 기획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A.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 저희가 주로 활동하고 있는 시각 예술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궁금해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Q. 특히 지역의 청년 예술인들을 위해 플랫폼을 만들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행사를 지속해서 기획하고 운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사실 처음에는 그들을 위해서 어떤 큰 뜻을 가지고 시작했던 것은 아니고, 뭔가 재밌고 도전적인 일을 해보고자 저희 팀 안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면 항상 공통되는 지점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바로 ‘우리가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우리들뿐만 아니라, 주변에 같이 활동하고 있는 청년 아티스트들과 꼭 함께해야 하는 일이 많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지역의 청년 예술인들을 위한 행사를 만들게 된 것 같아요.

 

Q. 그렇게 청년 예술인들을 위해 행사를 기획하는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인가요?
A.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 예술인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인 것 같고요! (웃음) 그리고 실질적으로 참여해주는 예술인분들이 ‘이렇게 다른 작가들의 작업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부족한데.. 직접 참여해보니 이런 자리가 되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씀해주시는 걸 보면서 행사를 진행하면 할수록 앞으로도 계속 이어 나가야겠다는 확신이 더욱더 생기는 것 같아요. 그리고 솔직하게는 이 행사를 참여해주시는 예술인분들뿐만 아니라 이렇게 와서 무언가를 보고, 들어주고, 이야기해주는 관객분들이나 현재 문화예술 일을 하고 있는 종사자들이 와서 관심을 가져주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 행사는 일방적으로 청년 예술가들을 소개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같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에요.

 

Q. ‘장동콜렉티브’라는 이름으로 작년부터 여러 전시와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물론 모든 프로젝트가 다 기억에 남겠지만,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었다면요?
A. 저희는 ‘오월식탁’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오월식탁’은 저희팀이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처음으로 함께 만든 프로젝트로 5.18에 대한 영상 콘텐츠예요. 이 ‘오월식탁’이 작년에는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올해 5.18이 40주년을 맞이해서 더욱 큰 관심을 받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던 것 같아요. 올해의 ‘오월식탁’은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작가 두 분과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두 분과 함께 교류 전시회를 했어요. 처음에는 5.18이라는 주제를 두고, ‘광주에서 나고 자란 작가들과 광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5.18을 교과서에서만 보고 배운 작가들이 5.18을 바라보는 무게가 다르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했었는데, 전시를 함께 준비하며 얻은 답은 ‘그 무게는 다르지 않다, 같다’였어요.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그 당시 5.18을 겪지 않은 세대이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세대이고, 앞으로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하는 세대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던 것 같아요.

 

Q. 이렇게 큐레이터이자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며 고충 또한 분명 있었을 텐데요.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문화예술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선생님들의 모습도 궁금해요.
A. 저희가 사실 너무 우울했어요. 왜냐하면, 전시를 할 때 첫날 ‘오프닝’이라는 행사를 저는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오프닝’이라는 자리가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큐레이터들과 작가들과 관객분들이 소통을 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저희가 올해 3월부터 전시를 하면서 오프닝 행사를 다 취소했어요. 그래서 이 전시를 보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그런 반응들이 정말 궁금한 데, 직접 보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어요. 그리고 작가님들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노력을 투자해서 만들어진 새로운 작품을 관객분들께 직접 소개하는 자리가 정말 중요한 데, 그걸 다 못하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 서로 소통을 하기 힘드니까 전시를 하는 보람을 많이 못 느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사태는 모두가 함께 겪고 있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최대한 행사의 모습을 영상으로 많이 남겨서 직접 관람하러 오시지 못하는 관객분들께도 언택트 방식으로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느끼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신 장동콜렉티브의 다음 행보도 기대가 됩니다. 혹시 현재 준비하고 있는 다른 프로젝트나 다음 프로젝트에 대해 살짝 귀띔해주실 수 있나요?
A. 저희가 최근에 아르코의 지원을 받아 제주도를 다녀왔어요. 제주도를 다녀온 이유가.. 저희 광주에서는 5.18을 두고 저희처럼 ‘오월식탁’과 같은 영상 콘텐츠를 만든다거나, 오르골을 만들고 계시는 다른 선배님이 계시고, 또 5.18의 자료를 아카이빙해서 연극으로 활용하는 팀 등 5.18을 기억하고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청년기획자들과 예술가들이 많은데요. ‘그렇다면 제주도에도 제주도의 4.3사건을 기억하고 다루고 있는 청년 기획자들이나 예술가들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저희가 ‘오월식탁’이니까 그 밥을 제주도에 가지고 간다는 생각으로 갔었는데, 생각보다 섭외가 쉽지 않았어요. 4.3사건을 다루는 팀들이 많지가 않아서 어렵게 섭외를 해서 찾아갔었는데요. 사실 그동안 제주도를 갈 때면 관광 목적으로 가기에 즐겁고 들뜬 마음이었지만, 이번에는 4.3사건에 대해 공부를 하고 제주도의 예술단체들을 찾아가니까 마음이 너무 무거웠어요.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며 계속 울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제주도를 다녀온 이야기를 저희가 ‘결과보고집’ 책자를 만들었어요. 그 책자를 많은 분께 선보일 수 있도록 10월 말에 전일빌딩에서 전시가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11월 말에도 저희가 큰 전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발산마을의 ‘뽕뽕브릿지’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Q. 마지막으로 문화예술의 현장에 가장 가까이 계시는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의 청년들에게 문화예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가 ‘현대 미술은 정서적 환기이다’라는 말인데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이나 사회의 현상들을 좀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작업들. 곧 작가님들은 작품을 만들고, 저희는 그런 작품들을 두고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하면서 하나의 사명감을 갖게 되고 정서의 환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러한 정서적 환기를 위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문화예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청년 예술가들이 함께 소통하고, 서로가 서로를 밀어주고 이끌어주며 그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다양한 장을 만들고 있는 장동콜렉티브.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드러내고 자신들의 이야기로 꾸준히 풀어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올해 광주시립미술관의 민중항쟁 40주년 기념전 ‘별이 된 사람들’에서 수많은 쟁쟁한 작가들 사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역의 예술인들과의 꾸준한 소통을 통해 지역문화 예술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그들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다음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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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솔아 (11기 통신원)

마음속 품고 있었던 진정한 꿈을 위해 남들보다 늦은 공부를 시작했다. 그 꿈은 나의 디자인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누군가의 꿈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

꿈을 쫓아 사는 나는 사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잘 모른다. 그리고 사실 글솜씨도 없다. 내 꿈을 위해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고 소통하고 싶어서 무턱대고 ‘11기 통신원이 되었다. 사람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기 위해 문화예술을 배우고 싶다. 어쩌면 사람의 내면 깊숙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현장이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이라고 생각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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