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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뮤지컬 루나틱
최혜림 통신원
요즘 느끼는 세상은 근근이 미쳐 망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나날이 떨어지고 있는 취업률, 이제 더는 평생직장은 없어 기댈 수 없는 현실, 자기계발을 하라고 하면서 정작 취미생활을 하면 현실 감각 없다는 분위기, 토요일마다 기대하며 부여잡는 종이 쪼가리 일확천금의 로또, 쓸데없이 길어지는 기대수명, 눈 뜨기 싫은 월요일...
이런 생각이 힘들어 텔레비전을 틀면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소식은 별거 아닌 이유로 시비 끝에 싸워 상해를 입혔다거나 사소한 것으로 쉽게 흥분하여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끔찍한 일에도 무감각하고 지나치게 침착하거나 우울하고 침울한 내용뿐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세상을 나름 잘살고 있다. 어쩌면 이 미쳐가는 세상에 잘 적응한 미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 정신 나간 현실을 살 수 있는 것은 웃을 일이 있고 사랑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그럭저럭 하루를 버틴다.
▲ 루나틱 포스터
▲ 오늘만큼은 특별한 하루 되세요!
▲ 루나틱, 이제 시작합니다!
※ 앞으로의 내용을 아주 많은 스포일러는 포함하고 있습니다.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마음이 아파서 모인 정신병원 루나틱은 정신과 의사 ‘굿 닥터’와 환자들의 이야기가 줄거리이다. 이 병원의 특징은 환자들을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역할극과 노래와 춤을 통해 마음의 치료를 하고자 한다. 닥터는 환자들의 얘기를 들어주며 공감을 통해 마음의 치료를 시작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 - 사랑의 배신
마음만 먹으면 모든 이성을 유혹 수 있다고 자부하는 카사노바 ‘나제비’는 어느 날, 정말로 마음에 든 여성을 만나게 되며 진정한 사랑이라 느낀다. 자만심, 잘생긴 얼굴, 많은 재력을 가진 나제비는 사연 많은 그녀의 빚까지 대신 갚아주었다. 꿈에 그리던 결혼식 당일, 나제비는 나타나지 않는 신부를 기다린다. 그때, 경찰이 식장에 나타나 그녀가 전과 7범의 사기꾼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나제비는 이성을 끈을 놓게 되고 그 충격으로 루나틱에 입원한다.
두 번째 에피소드 - 고부 관계
일찍이 떠나버린 남편과 10년 넘도록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 병시중, ‘고독해’는 아주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길어지는 시어머니의 병원 생활에 효부 없다고 인내심의 한계까지 온 고독해에게 어느 날, 죽은 남편의 동생이 나타나 더는 병원비를 대줄 수 없다며 시어머니가 숨긴 땅문서를 찾아내라고 협박한다. 모아둔 돈도 병간호하며 다 써버린 고독해는 결국 집으로 시어머니와 함께 돌아온다.
시어머니의 치매 증상은 더 심해지고 고독해의 스트레스 역시 고조되던 와중, 시어머니의 혼잣말에 땅문서의 힌트를 얻고 찾으러 갔지만 이미 땅은 팔린 뒤 다른 이에게 양도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희망 끝에 절망을 본 고독해는 화풀이로 시어머니에게 “어머니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다 사라졌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저질러 버린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말에 그길로 집을 나가버리고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다.
시어머니의 장례 중 변호사가 찾아와 고독해에게 땅과 재산을 남겨줬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녀를 지독하게 괴롭혔던 시어머니였지만 떠나고 나서야 시어머니의 뜻을 알게 된 고독해 역시 충격으로 루나틱에 입원한다.
세 번째 에피소드 - 정상인
루나틱은 관객과 소통하는 극이다. 극의 중간마다 앞자리에 있는 관객에게 질문하며 장난치다 무대로 올라오도록 한다. 굿 닥터는 관객에게 “자신이 정상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을 하며 관객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병을 이야기하도록 유도한다.
관객은 ‘정상적인’ 행동을 숨김없이 말하며 자신이 저지른 범죄들을 나열한다. 아버지에게 재산을 얻기 위해 동생의 아들(조카)을 납치한 것과 동생의 아내(형수)에게 사랑 고백한 것을 털어놓으며 “다 모두를 위한 정상적인 행동이었어!”라고 미쳐서 소리친다.
굿 닥터는 “환자분, 이제 정신 차리세요.”라고 일깨워주며 모두에게 “우리가 과연 정상적인가요? 아닐까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 “어차피 미친 건 미친 게 아니야 루나틱 락앤롤”
같이 관람한 친구 J양은
“요즘 같은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주인공들의 사연과 치료과정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코로나 19 이후 많아진 회사 업무에 너무 바빠 불평을 한 적이 있다. 되돌아보니 세상의 많은 직장인이 다들 이렇게 힘든 상황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상황 역시 지나간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미친 듯이 집중하여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행복하길 바란다.”
라며 한 줄 평을 주었다.
뮤지컬 루나틱 중 관객에게 이런 노래를 불러주며 관객과 함께 춤을 추며 마무리한다.
“어차피 미친 건 미친 게 아니야~ 루나틱 로큰롤“
옛날 같았더라면 대서특필되었을 살인과 같은 각종 강력범죄에 무감각해지고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질 않을 사회적 틀에 꾸역꾸역 살아갈 현실에 우리는 아마도 이미 미쳐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각도를 달리하여 말 그대로 조금 미친다면 행복해질지도 모른다. 줄임말 중에 ‘복세편살’이라는 단어가 있다.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라는 뜻이다. 어차피 현실은 현실이다. 인생은 또 그렇게 살아진다.
이 미쳐버린 세상은 어두컴컴하지만 항상 밤하늘의 달빛처럼 반드시 빛은 있다. 그러니 미쳐서 살아버리자.
“어차피 미친 건 미친게 아니야~ 루나틱 로큰롤“
최혜림 (11기 통신원) 오늘의 하루를 기록합니다. 내디는 발자국마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빛나는 그 찰나를 기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