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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선비 자취를 찾아서, 뿌리 깊은 월봉서원
월봉서원 '선비의 하루'
통신원 김영주
여러분은 월봉서원을 아시나요? 지난 8월 28일 월봉서원에서는 <선비의 하루>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월봉서원이란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있는 조선전기 고봉 기대승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서원이다. 고봉 선생 사후 7년만인 1578년 호남 유생들이 망천사라는 사당을 세우면서 시작되었는데, 이후 1868년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문을 닫았으나 1941년에 현재의 위치에 빙월당을 새로 짓고 1970년대 새로 건립을 하여 1991년에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고봉 기대승은 16세기 조선의 대표적인 성리학자로 광주 출신 문학가이자 철학자였으며 정치인이었다. 퇴계 이황과 12년 동안 서신을 주고 받았으며 그 중 사칠논변은 유학사상이 발달하도록 크게 기여한 논쟁으로 전해진다.

선비의 하루는 5월부터 11월까지 총 10회로 이뤄지는데 월봉서원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사전 예약이 가능하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많은 인원을 받지 못하여 소규모 가족 단위로 진행되고 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참여하면서 연령대의 격차가 많아 난이도를 맞추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월봉서원과 고봉 기대승 선생에 대해 흥미롭게 풀어냈다. 덕분에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대답과 호기심 어린 질문들이 쏟아졌다.

월봉서원 소개와 고봉 선생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선비복을 입고 본격적으로 <선비의 하루>를 체험하기 시작했다. 선비복을 입어봄으로써 짧은 시간이지만 예법을 경험해 볼 수 있었고, 옛 선비들이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몇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려주었다.
먼저 월봉서원을 둘러보고 활쏘기체험과 월봉서원에 대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사진 찍기 시간을 가졌다. 옛 선비들이 학업 뿐 아니라 다른 활동을 통해서 몸과 마음가짐을 단련시켰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활쏘기 체험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활쏘기체험은 특히나 인기가 많았는데 참여자 모두가 좋아했던 체험이었다.


어른은 도장 만들기를 통해 이름을 한 자 한 자 새겨보는 체험을, 아이는 유일하게 문화재로 등재된 빙월당을 지어보는 체험을 했다. 조선시대에는 부모에게 받은 이름을 소중히 여겨 함부로 쓰지 못했고 호를 주로 썼다고 한다. 그런 마음을 되새기며 도장에 이름을 새겨 넣는 작업을 했다. 매일 불리는 이름이지만 이렇게 신중하게 오랜 시간 이름을 볼 기회는 별로 없을 것이다. 완성되면 도장을 책갈피에 찍어서 오색 주머니에 넣어준다. 아이들은 빙월당 짓기 체험인 ‘빙월당 상량 잔치’를 했다. 빙월당은 광주광역시 기념물 제9호로 등록되어 있다. 아이들은 직접 집을 지은 후 대들보를 올리는 상량식을 했다. 직접 전통한옥을 조립해 봄으로써 과거에는 집을 어떻게 지었는지 구조를 알 수 있었다.
체험이 끝나고 <선비의 하루>에서 교육을 담당하신 광주문화나루의 김은정 사무국장을 만나보았다.
Q. <선비의 하루>를 진행하는 목적과 시민들의 참여로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인가요?
A. 크게는 지역 문화재를 소개하는 것이에요. 예전에는 보존해야 하는 것만으로 여겨져서 문을 닫아놓으니까 잘 알려지지가 않았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문을 열어 가족들이 방문하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게 되었어요. 뭐든 알아야 보존이 돼요. 그래서 <선비의 하루>와 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보존을 위해 힘쓰고 있어요. 활용을 자꾸 하면 인식이 달라지니까 자연스럽게 보존이 되기 때문이죠.
Q.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이 무엇이었나요?
A. 일단 지역민들이 기대승 선생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서원에서는 하지 않는 체험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선비 체험하면 일반적으로 공부하고 글 따라 읽는 체험이라고 생각하는데, 월봉서원만의 특징이 도드라지는 색다른 점을 보여주려고 고민을 했어요. 선비들이 뭘 새겼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시작해서 몸과 마음을 함께 하는 활쏘기나 빙월당 만들기 같은 체험 활동을 통해서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월봉서원에서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어른과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으면서도 왠지 신기했다. 그만큼 지금 지나온 역사를 잘 보존하며 어우러져 있다는 의미가 느껴진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왔다가 아이들과 함께 배움과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어른들을 보며 <선비의 하루> 프로그램이 뜻깊다고 생각했다.
이외에도 월봉서원에서는 연극 <월봉로맨스>, 선비 요리와 놀이로 배우는 <꼬마철학자 상상학교>, 토크 콘서트인 <살롱 드 월봉>을 진행하고 있다.
| 김영주 (12기 통신원)
문화예술은 내게 위안이자 원동력이다. 내 마음을 밝혀주는 것을 경험하기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만들어 내고 싶다. 내가 문화예술에서 울림을 받은 것처럼 누군가도 나로 인해 울림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