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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세계, 그리는 세계
2021 이야기꽃 도서관 유준재 그림책 작가와의 만남 <파란 꿈 속으로의 여행>
통신원 이 철
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는 어린 시절 우리의 친구 장난감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그토록 소중하고 사랑해 마지않은 친구들이지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소홀해지고 결국 그 장난감들을 바라보지 않게 된다. 그러나 여러 다사다난한 사건 이후 다시 한번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이렇듯 누구나 어린 시절 친숙했던 것들을 잊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 필자의 경우 그림책이 그중 한 가지이다. 그토록 읽기 싫었던 책이지만 알록달록 그림이 그려진 그림책만은 엄마에게 몇 번이고 읽어 달라고 할 정도로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림책을 오랜 시간 잊고 살았던 것도 사실이고, 읽었던 감각이 가물가물해질 때쯤 그림책을 통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당시 어린 시절의 소중한 기억을 쫓아 광산구에 있는 이야기꽃 도서관에 방문하게 되었다.


▲ 이야기꽃 도서관 전경 ▲ 강의가 진행될 작가의 방
<파란 꿈속으로의 여행>은 ‘시저의 규칙’(2020), ‘정연우의 칼을 찾아주세요’(2019), ‘균형’(2016), ‘파란파도’(2014) 등을 그린 유준재 작가의 만남을 통해 그림책의 제작과정 및 작품 속에 담긴 이야기를 나누고 나의 꿈 그리기를 주제로 실크스크린 체험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 때문에 수업은 줌(ZOOM)을 이용한 비대면으로 3층 작가의 방에서 진행되었다.


처음 작가의 방을 들어가면 벽면을 빼곡히 채운 유준재 작가의 강렬한 파란색 작품들이 반겨준다. 그림책의 원화부터 작업에 영감을 준 소중한 물건 등 다양한 볼거리들과 함께 눈에 띈 것은 작가님이 실제 작업에 사용하는 실크스크린 재료와 장비들이었다. 실크스크린이란 판화기법 중 하나로 제작과정이 비교적 간단하고 하나의 판으로 여러 장을 빠르게 찍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면 수업이 진행된다면 아이들이 직접 판을 찍어보며 표현할 수 있겠지만 오늘은 작가님의 실습 시범만을 보여준다고 하니 남아있는 재료들이 어쩐지 쓸쓸해 보였다.


수업 시간이 되자 각자의 카메라를 통해 참여자들과 선생님이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다. 참여자들은 각자의 집, 카페 등 다양한 공간에서 접속하였고 모두 작가님의 그림책을 좋아하고 함께 나누고자 하는 분들로 가득하였다. 그중 한 가족은 <파란파도> 그림책을 흔들면서 작가님의 눈길을 끌기도 하였다.


▲ 작가님의 그림책 설명 ▲ 그림 원화 설명
인사를 마친 뒤 곧바로 직접 카메라를 들고 방을 돌아다니며 작품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였다. 그중 작가님의 데뷔작 <마이볼>의 이야기가 가장 와 닿았는데 어린 시절 직접 겪은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작품으로 무뚝뚝하고 엄한 아버지와 야구에 대한 추억과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직접 겪은 이야기라서 더욱더 흥미롭게 들었다. 또한 모티브가 된 글러브와 야구공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작가님의 모습을 보며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듯하였다.


▲ <파란파도>를 읽어주는 작가님 ▲ 말의 모티브가 된 자료를 설명하는 모습
작가의 방 설명을 마치고 <파란 파도>의 낭독을 시작하였다. 전쟁의 도구로만 쓰인 파란 말이 어떠한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자기 삶을 돌아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책 속 가상의 이야기지만 아이들은 파란 말에 감정 이입하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대면 수업이라 참여자들의 집중도가 걱정되는 부분이었지만 재밌는 이야기는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도 흥미를 끌어낸다고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 실크스크린을 설명하는 모습 ▲ 선명하게 찍힌 파란 말
다음 순서는 작가님이 직접 실크스크린에 대한 설명과 파란 말을 찍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미리 준비한 판에 파란색 물감을 가득 넣어 전용 도구로 가볍게 몇 번 쓱쓱 밀기만 하면 새하얀 종이에 어딘가로 달려가는 파란 말이 선명하게 찍혔다. 이를 지켜보는 참여자들은 찍히는 순간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다음 기회에는 꼭 실크스크린을 체험해보고 싶다고 하였다. 이렇게 찍힌 작품은 작가님의 싸인과 함께 도서관을 방문하는 참여자 가족들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직접 만나지는 못해도 이렇게라도 마음을 전달하는 작가님의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이렇게 수업을 끝마친 후 유준재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안녕하세요. 작가님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 저는 그림책 작가이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유준재라고 합니다. 2001년에 일러스트레이터로 데뷔를 해서 20년째 활동하고 있고 그림책 작가로는 2013년 마이볼을 시작으로 그림책 6권을 발표하였습니다.
Q. 그림책을 통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이 흥미로운데 이를 통해 아이들이 느꼈으면 하는 것이 있으실까요?
A. 그림책은 꼭 아이들만 아니라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 읽을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됩니다.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경우는 매우 많은데 사실 어려운 그림책도 있고 재미있는 그림책도 있는데 저는 되도록 많은 그림책이 다양하게 읽혔으면 하는 심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조금 어려울 수 있겠지만 두고두고 읽어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Q. 오늘 사회적거리두기 장기화로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하셨는데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해보시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반대로 이런 점은 좋았다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A. 요즘 대면 수업이 많이 어려워져서 아이들이나 독자분들을 만날 기회가 실제로 많이 준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비대면으로 하다 보면 또한 장점이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꽃에선 실제로 이곳에 와서 수업을 진행하였지만 어떤 때에는 제가 쓰고 있는 작업실에서 비대면 수업을 할 때도 있습니다. 여기도 지금 저의 작업실처럼 꾸며놓아 제가 직접 그림 그리는 모습과 쓰는 재료 같은 것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쉬운 점이라고 하면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직접 독자분들하고 만나서 같이 숨 쉬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행사가 되면 더 좋은데 그걸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Q. 오늘 함께한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간단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실제로 보지 못해서 너무 아쉽지만 이렇게 비대면으로 만날 수 있어서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을 텐데 가끔은 그림책을 보면서 강의 때 말했던 상상력을 키우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꿈을 꾸며 각자 미래의 모습을 그려간다. 그 과정에서 아직은 확실치 않은 많은 일이 다가오겠지만 <파란 파도>의 주인공 파란 말처럼 용감하게 달려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미래의 모습에 가까워졌을 때 가끔 뒤를 돌아보며 그때 꿈꾸던 어린 시절의 나를 다시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 이 철 (12기 통신원)
문화예술을 공부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내가 느끼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말하고자 서툰 솜씨로 글을 써보기 시작했습니다. 문화예술은 바쁜 현대인의 삶 한구석에 아득히 먼 듯하지만 바라보고자 한다면 생각보다 가까이 있음을 느끼게 되며, 자연스럽게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의 삶과 예술, 그 중간의 매개자로서 좋은 울림을 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