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1호] 뮤지엄체어, 전시품 스케치로 '박물관을 그리다' - 서지유 통신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1-11-09 조회수 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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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체어, 전시품스케치로 ‘박물관을 그리다’

국립광주박물관 ‘박물관을 그리다’

 

통신원 서지유

 

박물관의 전시품을 관람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미술관, 박물관, 전시관 등 여러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오래 향유하고, 공간에 오래 머물도록 여러 방법을 모색한다.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포토 스폿을 마련하고, 본인의 SNS에 올려 또 다른 관객을 불러오게 하고, 소셜 네트워크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경품을 제공하거나 얼리버드를 이용한 할인 혜택 또는 기념품샵을 통해 집에서도 그 전시를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한다. 체험 형태로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거나 VR을 활용해 접근성을 끌어올리는 노력도 함께 한다.

 

부차적인 이유가 목적이 되는 것이 아닌, 전시품을 오래도록 음미하고, 그 안의 매력과 의미를 찾는, 가장 기본에 우선하는 목적이 되도록, 국립광주박물관은 ‘뮤지엄 체어’를 활용했다. 뮤지엄 체어는 이동과 보관이 간편한 접이식 의자로, 돌아다니며 전시를 감상하는데 드는 체력적인 피로를 줄이고 오래 보고 싶은 전시품을 깊게 음미할 수 있게 한다.

 

▲ 국립광주박물관 교육관 도착!

▲ 전시실 한켠에 마련된 '뮤지엄체어'

 

국립광주박물관의 3개의 전시실(역사문화실1, 역사문화실2, 아시아도자문화실) 중에서 본인이 원하는 전시실로 이동해, 나만의 전시품을 선정하고 박물관 측에서 제공하는 도화지와 연필로 자유롭게 스케치해 나간다. 똑같이 그려도 되고, 자유롭게 상상을 더해도 좋다.

 

▲ 뮤지엄체어에 앉아 전시품을 스케치하는 수강생들

 

국립광주박물관의 뮤지엄 체어는 한쪽 팔에 걸고도 무겁지 않은 무게에, 앉았을 때 안정감 있고 생각보다 편안해 스케치 하거나, 방문객들이 전시품 앞에 오래 앉아 있기에도 좋았다.

 

Q. 뮤지엄 체어를 이용해서 전시품을 스케치하니까 어떠세요?

 

방문객1. 깊이 있고 차분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 때문에 찾게 되었는데, 지나가면서 금방 휙 보게 되니까 자세히 볼 수 없어서 머리에 남지 않았는데, 스케치를 하면서 오래 관찰하고 지켜본 덕분에 전시품이 기억되고 깊게 남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방문객2. 스쳐 지나간 듯 보고, 진지하게 보지 않았던 것들이 스케치를 하면서 눈에 들어오게 되어 신기해요. 과거의 전시품을 보며 ‘이건 평화의 목적이구나, 바람을 표현한 게 아닐까?’ 하며 의미를 깊게 되새길 수 있었어요.

방문객3. 불상 앞에서 남을 위한 염원을 하는데, 그의 마음이 예쁘다고 생각해서 위로와 큰 힘을 담은 부처의 미소를 따서 스케치하고 있어요. 다음 채색 시간에 색감으로 숨을 불어넣고 싶어요.

 

▲ 다양한 도구로 채색 하고 있는 수강생들

 

물통, 붓, 물감, 먹물, 크레파스, 네임펜 등 여러 채색 물품을 제공받아 본인의 스케치 위에 자유롭게 채색을 해나갔다. 채색하는 과정에서 몰입하고 심취해 자기만의 그림으로 표현해나갔다. 완성한 그림을 가지고 소개하고, 감정을 공유하고,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은 수강생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했다.

                             

▲ 그림을 소개하고 감상하는 수강생들

 

“돼지가 쌍으로 있던 전시품이었는데, 돼지 두 마리가 나른한 봄날에 잔디밭에서 앉아있는 장면이 생각나서 이렇게 그려봤어요.”, “연필의 사각사각 소리를 좋아해요. 광채가 나 눈에 들어온 작품을 그리면서 행복했어요.” “청자를 스케치한 건데, 채색이 다르게 나와 아쉬웠지만, 재밌었어요.” “찌그러지고 완벽하지 않은 항아리가 서민적으로 느껴졌어요. 투박한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그려봤어요.” “부처의 미소가 저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그 마음이 여러분에게도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렸습니다.” 과거의 것이지만 오늘과 만나 문화예술로 새로이 재탄생되는 순간이다.

 

Q. ‘박물관을 그리다’의 과정을 ‘스케치’로 지정한 이유는? 

이영신 학예연구사 A. 뮤지엄 체어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생각해냈어요. 외국의 경우에는 뮤지엄 체어에 앉아 몇 시간이고 한 작품 앞에서 감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그런 문화가 정착되어있지 않아요. 그래서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전시품을 쓱- 보고 가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깊이 있게 느끼고, 전시품이 나에게 건네주는 말을 듣고 대화하는 시간이 되는 ‘계기’를 제공하는 데 목적으로 두었어요. 전시 감상으로 뮤지엄 체어를 사용하고, 스케치를 통해 “제대로 된 전시 감상”을 하는 것이죠.

 

Q. 전시 감상법으로 뮤지엄 체어를 활용하게 된 배경은?

A. 단체로 방문한 경우에도 앞 친구의 뒤만 따라가거나 그저 시간만 보내다 갈 수 있는데, 문화재를 하나라도 감상하고 교감하는 문화가 확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의자 없이 서서도 가능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서 있거나 스케치를 하고 싶은데 불편한 자세로 스케치를 할 수 없을 때, 뮤지엄 체어라는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죠.

 

Q. 이영신 학예연구사께서 생각하시는 문화예술교육의 매력은?

A. 전시실 안에 있는 문화재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표현 방법에 의해서 더 확대되고 재창조되는 것이요. 실제로 기획을 할 때도 같은 대상을 가지고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요. 박물관의 문화재가 과거의 것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현재에도 함께하고 있고 미래에는 새로운 문화로 거듭날 수 있기에, 새로운 문화예술을 창출하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목적이 아닐까 생각해요.

 

▲ 문화재를 그리다에 함께한 수강생들과 그들의 작품

 

이번 취재로 방문한 ‘박물관을 그리다’ 프로그램은 이 뮤지엄 체어를 활용해 전시품 앞에 앉아 내 방식대로 그려보며 전시품을 전시품 자체로 관람하고 세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동시에, 채색하는 과정과 서로의 작품과 생각을 공유하며 본인만의 문화예술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만든 시간이었다. ​ 

 

 

 

 

서지유 (12기 통신원)

 

내가 문화예술과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표현하는 삶이 있고,

개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특징 때문이다타인에 대한 존중과 나눔을 갖고열정과 다름 사이의 같지 않은 미묘한 변주를 즐기고자 한다.

내가 문화 향유(취재)와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표현할 수’ 있고,

머금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생각을 되뇌고 깊게 들이킬 때

비로소 좁은 생각에 갇혀 사는 나를 반성할 수 있고 깨달을 수 있었다

통신원으로써 그 항해의 매력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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