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호] (박혜영 통신원)_놀아야 산다_이호동 작가 인터뷰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2-06-02 조회수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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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아야 산다

취재 : 박혜영(제13기 통신원 모담지기)

인터뷰이 : 이호동(놀이 예술가)


 

 

이호동(놀이예술가), 그리고 위 선반에 놓인 '놀이왕 트로피(12개)'

 

  놀면 뭐하니. 21세기 우리들의 장난감은 스마트폰 아닐까 싶다. 그 많던 놀이는 다 어디로 갔을까. 광산구에는 인문과 예술로 놀이를 만드는 월곡동 청소년문화의집 ‘야호센터’가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노느라, 놀게 하느라 바쁜 놀이예술가 이호동 작가가 있다. 스마트폰이 곧 놀잇감인 시대에 놀이를 예술로 삼는 그가 궁금했다. 인터뷰를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은 작가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인기를 느꼈다. 

 

   이호동 작가는 그동안 미술관, 시장, 학교 등에 머물며 자기 작업실을 아이들의 놀이터로 열어주었다. 그리고 2017년부터 이곳 야호센터에서 〈12씨〉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지혜로운 어른 열두 명의 어른을 만나 열두 개의 사물을 택하여 놀잇감을 만들고 열두 번의 대회를 열어 열두 명의 놀이왕을 뽑는다고 했다. ‘병뚜껑, 비계, 밧줄, 타이어, 신문지, 전자제품, 비닐, 고무밴드, 신발, 달걀판, 옷걸이, 나무판’ 등이 놀이의 오브제가 되었다. 

 

  특히 폐타이어에 바퀴를 달고 밧줄을 이어서 탈 수 있는 ‘굴링’은 특허청에 상표권을 등록했고 2019년엔 ‘굴림픽’이라는 대회도 호남대학교 체육관에서 크게 열었다고 한다. 내 주변에서 흔하디 흔하게 볼 수 있는 물건을 조금 다르게 보는 순간 놀이예술은 시작되었다. 

 

 

 

 이호동 작가 작품   *작가 제공

 

 

  ‘노라이버’라는 프로젝트도 있다. 그중 ‘삐딱이’는 긴 의자 위에 물건을 올려둔 뒤 그것을 기울여 탁구공이 사이사이를 지나게 하는 놀이다.

작가가 시범을 보이기 전까지 이 정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없었다. 아이들은 이 의자를 들어 올리는 동시에 몸과 머리를 쓰며 순간 엄청 집중할 테다. 순발력, 집중력, 문제해결능력, 창의력 뭐 이런 힘들이 동시에 생겨나지 않을까.

 

 

 

이 작가가 만든 <삐딱이 놀이>

 

 

 

이 길을 선택한 계기가 궁금해요.

 

 고등학생 때 미술이 좋았어요. 학교 미술 선생님 소개로 마을 회관에서 처음 그림을 배우게 됐습니다. 입시를 한 달 남기고 조소를 선택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조각을 했죠. 저는 주로 평면적인, 선적인 조각을 했어요. 어릴 적 꿈이 미술 교사이기도 했고 작업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필요해 순수미술 쪽으로 교육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자연스레 문화예술교육과 기획을 하게 됐고요.

 

협업이 쉽지 않은데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작업할 때 어떠셨나요. 

학교에서 일 년 동안 작업한 적이 있는데 교과 연계해서 수업한 적도 있어요. 학교예술강사가 아니었기에 자유로울 수 있었고 교사들과 한 주에 한 번씩 이야기 나누면서 문제를 풀 수 있었어요. 다른 데서 활동할 때도 저는 낯선 것을 흡수하고 상대방은 제 모난 점을 이해하려 노력했기에 순탄하게 협업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협업해 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많죠! 음악이나 요리와 결합해보고 싶어요. 특히 〈12씨〉는 사물의 조형 성질, 형태와 연관이 있어요. 이런 것들을 놀이로 많이 끌어왔는데 소리, 음악이라는 시각으로 집중해보고 싶어요. ‘방랑식객’ 요리연구가 임지호 선생님이 참 매력적인데요. ‘노라이버’가 세상의 모든 사물을 갖고 놀 듯이 있는 그는 곁에 있는 재료로 요리를 하죠. 예술은 항상 틀을 깨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행위들이 종합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MBTI

ESTP, 모험을 즐기는 사업가입니다. 굉장한 인싸이며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기 때문에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굉장히 열정적이라고 해요. 그리고 규칙을 싫어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하네요. 같은 MBTI를 가진 유명인으로는 안젤리나 졸리, 마돈나, 신동엽, 전현무, 이유비, 블랙핑크 지수 등이 있어요.

 

       밸런스 게임 1.

Q: 작품으로 인정받는 예술인 되기 VS 문화예술교육으로 소통하는 예술인 되기

A: 살아가는 방향은 문화예술교육 쪽으로 흘러가고 있어요.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작품으로 승부하고 싶어요.

 

 

       밸런스 게임 2.

Q: 예술을 평생 안 하고 500억 받기 VS 마음대로 예술하며 0원 통장으로 처음부터 시작하기

A: 예술을 안 하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무조건 예술을 해야 돼요. 인간이나 삶을 규정할 수 있는 뭔가가 없잖아요. 그것을 찾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예술이 아닐까 생각해요. 예술가의 길은 힘들지만 감사하기도 해요.

 

 

       만약에 게임 1.

Q: 스무 살의 나를 1분 동안만 만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A: 좀 더 많이 돌아댕기라고 하고 싶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곳저곳 다니면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서요.

 

 

       만약에 게임 2.

Q: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A: 공공을 위한 일? 경찰관이나 소방관이나 그런 일들을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조용히 농사짓고 살았을 것 같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통 놀이가 많지만 이 시대의 놀이는 많이 없잖아요. 그래서 지금의 놀이를 담고 만들고 싶어요. 나중엔 광주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놀이를 소개하고 보여주고 같이 노는 ‘전국 노래자랑’이 아닌 ‘전국 놀이자랑’을 해보고 싶어요.

 

 

 예전부터 놀이예술에 관심 있었던 나에게는 이호동 작가와의 만남은 참 특별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눈 후부터 평범한 사물이 새로운 놀잇감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노라이버, 12씨에 함께하고도 싶다. 가까운 것들,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과 놀기 시작할 때 우리는 제대로 살 수 있다. 놀아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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