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호] (이소영 통신원)_춤의 리듬이 삶의 리듬으로_신희흥 대표 인터뷰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2-06-02 조회수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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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의 리듬이 삶의 리듬으로 - 무용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창직’ * '창직' : 새로운 직종을 만드는 활동

취재 : 이소영(제13기 통신원 모담지기)

인터뷰이 : 신희흥(태이움직임연구소 대표) 

 

신희흥 대표(왼쪽 핑크색 옷)    *제공 : 신희흥 대표

 

  일교차가 희미해지고 공기가 무더워지기 시작할 무렵 ‘태이움직임연구소’ 두 번째 아지트인 양림동 ‘무용담’에서 신희흥 대표를 만났다. 그곳은 춤과 무용, 그리고 다양한 문화예술 서적으로 가득 채워진 소박하고 아담한 공간이었다. 그와 나눈 이야기는 취재라기보다 즉흥적인 대화에 가까웠다. 인터뷰이와 인터뷰어의 경계가 사라진 느낌이랄까. 무용을 업으로 하며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로 살아내고 있는 그를 보니 무용이 삶 전체에 고스란히 깃들어 있는 듯했다. 그의 모습은 미술이론을 전공한 나에게 긴밀한 영감을 주었다.

 

태이움직임연구소는 어떠한 곳인지 소개 부탁드린다.

  태이움직임연구소는 무용을 기반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단체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움직임 교육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첫 시작이었다.  ‘태이’는 한자의 太(클 태), 耳(귀 이)를 써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움직임을 통해 소통한다는 뜻을 담았다. 학문적 느낌이 강한 무용보다, 더 친밀한 느낌이 드는 움직임이라는 말을 넣었다.

 

양림동에 위치한 '태이움직임연구소'

 

무용을 전공하셨다고 들었다. 과거 서양철학에서는 정신과 몸을 이분하는 등 전통적으로 신체에 대한 가치를 평가절하했는데 오늘날에는 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몸, 움직임과 대한 생각이 남다를 듯한데.

몸과 마음은 하나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행동 범위가 축소되면서 몸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람이 태어나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몸을 데리고 살아야 하기에 몸에는 한 사람의 인생과 역사가 깃들어 있다. 춤이라는 장르의 도구는 몸이다. 몸에 어떠한 기억을 심어주면 좋을까, 그 사람의 생에 내가 어떠한 혜택과 선물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무용을 문화예술교육과 접목하게 되었다.

 

말씀하신 것처럼 무용으로 아이들과 만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여럿 하셨다 들었다. 초등학생을 비롯한 청소년, 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났을 텐데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아이들은 움직이고 장난하길 좋아한다. 산만한 아이들에게 나대지 말라며 가라앉히곤 하는데 오히려 그 ‘나댐’에서 창의성이 발현되기도 한다. 자유롭게 몸을 써 본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춤추도록 가르쳤는데 나중에는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똑같은 프로그램이더라도 초등학생, 청소년, 장애인과 만났을 때 그 반응과 흐름이 다 다르다. 그렇기에 우리는 만나는 대상을 분석하고 고려해야 한다. 나의 프로그램이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 저도 어머니 덕분에 무용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것이 선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용이 나에게 선물이었듯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

 

아이들과 만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을 것 같다.

(소품 의상을 보여주며) 외국에서 사 온 천이다. 천의 재질이 매우 마음에 들어서 한국에 가져와 프로그램에 사용했다. 그러던 중 천이 찢어졌는데 한 아이가 찢어진 천 틈으로 머리를 쏙 집어넣더니 강당을 뛰어다녔다. 그 아이를 혼낼 수도 있었겠지만 정말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최고의 스승은 아이들’이라고 하는데 그 말을 실감했다. 현장에서는 이렇게 즉흥적으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일들이 많다. 이때 영감을 받아 이 스카프 의상을 만들었다.

 

문화예술교육 보조강사를 해보니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고 서로 터치하면서 경계를 허물고 즐겁게 움직일 때 인상 깊었다. ‘소통, 교감’이라는 키워드를 놓고 보았을 때 움직인다는 것은 문화예술교육에서 어떤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움직임은 몸짓 언어이다. 몸짓 언어가 주는 매력은 말하지 않아도 바로 교감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상대방과 닿으면서 배려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다. 박자가 느려질수록 상대방의 눈을 보게 되고 신중해진다. 이렇게 타인과 몸짓 대화에 능해지면 자연스레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풍부하게 효과를 내려고 여러 장르와 섞이려는 노력을 하는 중이다.

 

몸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라 코로나19 동안 애로가 컸겠다.

오히려 제2의 창작을 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작년에 미디어, 재즈 피아노, 무용 등 융복합 공연의 음성 해설을 했고 예술감독을 맡았다. 본업이 예술 교육 쪽에 더 가깝다 보니 창작하기 힘들기도 했지만, 교육을 했기 때문에 창작이 또 되더라. ‘광주소극장축제’에서 종이를 소재로 아이들과 공연을 하기도 했다. 코로나를 통해 춤을 더 만날 수 있었고 여러 방법을 찾다 보니 다른 장르와 무용을 연결해볼 수 있었다. 

 

무용에 다른 장르를 끌어오는 일에 매우 적극적인 것 같다. 미술 분야에서도 작가는 작가, 기획자는 기획자, 이렇게 딱딱 나뉘어 있었는데 이제 작가가 기획도 하고, 기획자가 창작을 하기도 한다. 문화예술에서 경계가 많이 사라진 듯하다.

그렇다. 무용도 경계가 사라졌다. 경계를 넘나들려면 일상을 많이 즐겨야 한다. 여러 공간과 일상에서 소소하게 만나고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고립되어 있기보다는 사람 그리고 자연과 관계를 넓히다 보면 자연스레 내가 보인다. ‘무용담’이라는 공간의 의미도 무용과 湛(즐길 담)을 합친 말이다. 여기서는 굳이 무언가를 만들어내거나 사유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과 차를 마시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되길 바란다. 이를 두고 ‘무용가의 창직’이란 말을 쓰고 있다.

 

창직. 어떤 뜻인가.

창직은 내 재능과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현실화해 내 직업을 내가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의미로 나에게 ‘무용담’이라는 공간은 창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방식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드는 거다. 창의적으로 나이 드는 방법이 무엇일까 항상 고민하고 있고 또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용담의 계획을 살짝 이야기해줄 수 있나.

춤을 통해 광주를 체험하는 사전 예약제 콘텐츠를 하고 있다. 우연히 외국인들이 온 적이 있다. 브라질 친구들이었는데 이 공간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했다. (사진을 보여주며) 이들이 브라질의 전통춤인 삼바를 보여주기도 했는데 정말 즐거웠다. 다음날 광주 곳곳을 가이드해주었고 서로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다. 앞으로도 관광객, 외국인, 연인 등 여러 사람들에게 ACC나 광주시립미술관 등에 다니며 ‘춤여행’을 하고 싶다. 아직 가제여서 새 이름을 짓는 것이 요즘의 숙제다.  

 

그렇다면 올해는 무엇을 하는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십 년째 진행 중인 ‘꿈의 오케스트라’가 있다. ‘엘 시스테마’라는 외국의 문화예술교육을 한국에 정착시켰다. 엘 시스테마는 내전이 잦은 베네수엘라 아이들에게 총 대신 악기를 쥐어주는 프로그램이다. 꿈의 오케스트라가 무용 분야로 확대되어 ‘꿈의 무용단’이 올해 시작된다. 기쁘게도 태이움직임연구소가 맡게 되어 광산구 소촌아트팩토리에서 열게 되었다. 지역에서 도움받으며 지금까지 왔는데 다시 지역에 무언가를 선물할 수 있어 뿌듯하다. 올해는 꿈의 무용단에 집중할 예정이다.

 

경계 없는 문화예술교육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나는 춤의 리듬이 삶의 리듬으로 가기를 바란다. 무용은 속도가 중요하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과 관계하는 속도가 중요하다. 춤의 리듬이 삶의 리듬으로 스며들어서 삶이 춤출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람들에게 그러한 경험을 선물하고 싶다.

 

신희흥 대표는 대화하는 동안 ‘혜택’, ‘선물’이라는 단어를 자주 말했다. 마음속 깊이 씨앗처럼 자리하고 있는 간절한 희구이리라. 그의 삶에 선물처럼 찾아온 무용을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것. 무용에 대한 그의 사랑과 열정에서 비롯되었음을 오롯이 느꼈다. 춤과 삶의 경계를 허물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단절을 허물고, 창직을 통해 무용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그의 몸짓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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