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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시장을 깨워요, 같이의 가치로
취재 : 고유진(제13기 통신원 모담지기)
인터뷰이 : 차수미(작은도서관숲 대표)
▲ 상인과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게 늘 열어둬요
어느 날 아침, 대인시장의 과일 장수 아저씨는 수박이 싸다고 외치고 있었다. 그 옆에서 나는 뜀박질하는 아이들을 따라잡느라 헉헉대는 중이었다. 곳곳을 누비던 아이들은 이번에는 생선 가게, 다음에는 떡집 쪽으로 뛰자며 작당 모의를 한다. 아이들한테 시장은 완전 놀이터다. 그리고 골목 안쪽에는 빨간 대문을 활짝 열어둔 ‘문화공간 대인’이 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행인의 전화 소리와 트럭 엔진 소리가 뒤섞여 들렸다. 이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문화공간 대인의 차수미 대표를 만났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 십여 년 문화예술기획을 했고 ‘작은도서관숲’이라는 문화예술교육 단체를 운영하고 있어요. 이 장소는 마을 문화공간이기고 하고 지금은 토요문화학교 아이들의 공간이에요.
〈시장이 들려주는 “푸드예술놀이”〉에서는 사라져 가는 전통시장의 역사를 요리와 미술 놀이로 표현해요.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 스무 명이 열세 번씩 만나고 있어요. 이렇게 문을 열어두고 지나다니는 사람이나 부모가 다 볼 수 있게 해요. 마을 아이들이 토요일마다 여기서 재밌게 뛰어놀면 좋겠어요.
2010년 학교 문화예술교육을 시작으로 학교 밖 토요문화학교까지 현장에 오래 있었는데 무엇이 달라졌고 또 무엇을 느끼나요
문화예술교육을 학교에서 할 때는 교육이 중심이었어요. 왜냐하면 답이 딱 나와야 하고 결과가 있어야 하니까. 가르치는 입장에서 부담을 느꼈죠. 하지만 토요문화학교를 하는 지금은 삶에 문화예술을 재밌게 집어넣어 주려고 해요.
문화예술교육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말씀처럼 삶에 문화예술이 있어야 할까요
어렸을 때부터 문화예술을 자연스럽게 접해야 크면서도 숨 쉬듯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초등학생 또래를 만나고 있어요. 성년기에 갑자기 뭔가를 접하면 굉장히 힘들고 두려운 일이 되더라고요. 아이들에게 공기처럼 문화예술을 넣어주어야 해요.
왜 시장 속 문화예술교육인가요
일단 이곳에 우리 공간이 있기도 하고 크지 않아서 시장이 가진 걸 풀어내려고 했어요.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마트에서 장을 봐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시장은 정이 있고 역사가 있는 장소예요. 그래서 프로그램 속에 시장을 집어넣었어요. 또 가장 적은 돈으로 무언가를 살 수 있는 곳이죠. 어려서부터 작은 경제를 알 수 있죠. 관념을 키울 수 있어요. 미리 상인들에게 설명하고 아이들과 함께 장을 보기도 해요. 예를 들면, 덤을 얻고 에누리를 배우는 날이 있어요. 그렇게 하고 나면 아이들이 수업이 끝난 후에도 엄마와 함께 이 시장에 와서 장을 봐요.
상인들이 좋아하세요. 귀한 아이들이 죽어가는 시장을 깨우고 있거든요. “내 손녀 왔다”, “이렇게 예쁜 아기들이 어디서 왔을까”라고 아이들에게 뭐 하나씩 꼭 주죠. 천 원어치인데 아이들에게 엄청 많이 주세요. 토요일 아침이면 잠자는 시장을 아이들이 깨웁니다.
▲ 시장에서 에누리를 배워요(단체 제공)
▲ 신중하게 쿠키 위에 별가루와 초콜릿을 뿌립니다
어떻게 음식과 공예로 문화예술교육을 하게 됐는지
저희 모두 전부 공예를 전공했고 요리를 배운 사람도 있어요. 시장 문화를
미술과 접목하려고요. 단순 요리 프로그램이 아니고 음식으로 예술 놀이를 하려 하고요.
결국은 예술이군요
요리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음식으로 시장의 여러 가지를 표현하지요. 오감을 만족할 수 있는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우리의 재료입니다. 우리가 어린시절에 즐겨하던 찰흙 놀이와 비슷하겠네요. 아이들이 만들고 맛본 뒤 집에 가져가서 가족에게 전하고 또 해보니까 결국 가족이 모두 참여한다고도 볼 수 있어요.
▲ 쿠키를 굽는 동안 시장을 신나게 달립니다
그렇다면 복합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일까요
조금 더 인생을 살아보고 더 많이 경험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호흡 같아요. 저희는 주로 모둠 활동을 하고 역할 분담을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형제자매가 많이 없잖아요. 그래서 여기서 언니, 오빠, 동생을 만나 작은 사회를 배워요. 또한 초반에 어르신들이 아이들한테 예절을 가르쳐주세요. 그리고 부모들에게는 문화예술교육은 마을의 어른, 아이, 부모가 다 같이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요.
▲ 시장 안 벽화 앞에서 점프샷도 하고요(단체 제공)
‘같이의 가치’를 계속 말하고 있는데 공동체란 무엇일까요
“이 세상은 혼자는 살 수 없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며 내 지역을 알아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개인주의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해요. 그래서 공동체를 알 수 있게 지역 문화, 역사, 마을을 알면 좋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서로 양보하고 시장에서 인사 예쁘게 하고 뭔가 만들어서 이웃과 나누면서요. 학교 말고도 이 시장 안에서 공동체를 접하고 배워야 해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함께 하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을 이야기하는 옛 속담이 이제 다시 현대로 돌아오고 있다. 차수미 대표는 시장에서 공동체의 가치를 아이들에게 자연스레 전하고 있었다. “어울려 재미있는 하루를 보내는 일도 문화예술교육인가요?”라는 질문에 이제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