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5호] (이소영 통신원)_또 다른 나를 찾아서_협동조합 어감 인터뷰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2-07-06 조회수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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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를 찾아서 본캐와 부캐 사이를 유영하다

 

 


취재 : 이소영(13기 통신원 모담지기)

인터뷰이 : 임보현 대표, 송재영 강사(협동조합 어감)


 

▲ 디지털 부캐의 로컬 무비_나와 광주 프로그램 진행사진(임보현 대표 제공)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미디어를 휩쓴 뜨거운 부캐’(또 다른 캐릭터) 열풍. 이제 더 이상 개인은 한 가지 직업,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나를 끝없이 탐험하는 바야흐로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이다. 부캐를 주제로 진행되는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이 있다는 소식에 양림동의 언덕에 위치한 광주콘텐츠창업보육센터를 찾았다. 협동조합 어감의 임보현 대표와 송재영 강사(이하 으로 표기)는 수강생들 맞이에 한창이었다. 부캐가 문화예술교육이 될 수 있을까? 기대 반 설렘 반의 마음으로 두 시간 동안 현장을 지켜보았다. 자신만의 부캐를 찾고자 하는 이들의 열기를 고스란히 느끼며 본캐와 부캐 사이의 삶을 유영하는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협동조합 어감은 어떠한 단체인지 간단하게 소개해달라

: 제각기 다른 능력을 갖추었지만 관심사가 같은 다섯 명이 모여 처음 시작했다. 열정을 가진 청년들이 모여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할 수 있는 감성 콘텐츠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어감은 어서 와 감성의 줄임말이다.

 

 

다양한 프로그램 중 유튜브에 업로드한 시골극장이라는 콘텐츠가 인상 깊었다.

: 저는 영화를 전공했다. 다른 일을 병행하기는 했지만 20대 후반부터 꾸준히 영상을 만들고 있다. 시골극장은 광주콘텐츠코리아랩에서 지원받아 시작했다. 전북 고창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노부부의 이야기를 영화 리틀 포레스트처럼 풀어냈다. 등장하는 인물은 사실 우리 부모님이다(웃음). 카메라만 가져가도 꾸밈없이 연출할 수 있어서 가능했다.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 디지털 부캐의 로컬 무비_나와 광주 프로그램 진행 사진(임보현 대표 제공)

 

 

오늘 진행한 디지털 부캐의 로컬 무비 : 나와 광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제목을 듣고 참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부캐라는 사회문화적 현상을 프로그램으로 기획해서 흥미롭다. 예전에는 개인의 직업이 곧 역할이었는데 요즈음에는 한 명의 역할과 직업이 늘어나고 있다

: 작년에 다양한 사람들과 일했는데 사람들이 또 다른 욕구를 발견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게다가 나는 부캐로 성장했다. 운이 좋게도 타라재이라는 부캐를 얻었고 작가로서 도전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자꾸 찾아냈다. 나의 글과 임 대표의 영상을 합치면 좋은 기획이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놀랍게도 수강자들의 이탈률이 0%. 아는 사람을 섭외하지 않았는데도(웃음). 열기가 대단하다.

 

 

부캐로 문화예술교육을 할 수 있다니 생소하고도 신선한데 걱정은 없었나?

 : 면접관이 부캐가 문화예술교육이 되겠냐라고 물었다. 그래서 문화예술교육은 예술 향유에서 끝나지 않고 생활과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수입과 연결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나의 부캐를 시각화하기 위해 이미지를 찾아 콜라주를 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다들 잘 따라오고 있고 수업하면서 용기와 감동을 많이 받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원활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감 사람들이 모두 여성이라 그렇다. 합이 잘 맞고 서로의 상황을 잘 이해한다.

 

: 언니가(송재영 강사) 참여자들과 유대하는 과정이 참 신기하다. 사실 그게 참 힘든데. 처음에는 사람들이 부캐를 개발하는 데 관심이 있을지 걱정했다. 그런데 주말마다 이곳까지 찾아오니 신기했다. 곳곳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삶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어 에너지를 받는다.

 

 

보통 문화예술교육은 내면의 치유와 예술의 향유가 중심이라면 디지털 부캐를 찾는 이 프로그램은 또 다른 자아인 부캐를 찾아 콘텐츠화하려 애쓴다. 돈을 벌기도 하지만 각자의 자원을 사회로 돌려주니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복합문화예술교육의 한 지점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처음에는 수입, 즉 사업 소득에 목적을 두고 오는 분들이 많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닌 사람들이 더 많더라. 육아에 지쳐있거나또 다른 무언가를 찾으려고 한다. 어떤 분은 제 안의 표현 욕구를 누르면서 살았는데 여기 오면 항상 웃는다라고 한다. 준비하는 과정이 매우 힘들지만 이런 말을 들으면 감동하고 고맙다. 내 순서가 끝나면 어떻게 부캐와 광주의 지역성을 연결해 영상으로 만들지를 대표가 강의하려고 한다.

 

개인의 능력이 묻히지 않도록 내적 가능성을 끌어내는 일을 하는 듯하다. 오늘 지켜보면서 열정에 놀랐다. 그리고 부캐와 더불어 중요한 키워드가 광주라는 지역성이다. 시골극장도 그런 맥락에서 하고 있고. 지역성, 로컬에 대한 생각이 남다른가.

: 지역은 정말 노다지다. 할 것이 정말 많다. (서울에 비해) 덜 경쟁하고. 광주의 문화 자원으로 이것저것 도전할 수 있다. 참여자들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 협동조합 어감이 기획해 광주 송정시장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임보현 대표 제공)

 

 

 

다르게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는지?

: 광주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문화자산 콘텐츠화 제작사업이 있다. 올해 우리가 선정이 되었다. 소재는 푸른길 공원이다. 광주역부터 진월동까지 7.8km 정도 되는 폐쇄된 철도인데 광주를 탐색할 수 있는 문화자산이라고 생각했다. 다큐멘터리 네 편을 제작하려 한다.

 

두 분이 염두에 두고 있는 미래의 부캐가 있다면.

: 쓰빌. ‘쓰는 빌런의 줄임말이다. 나는 적대자의 서사에 관심이 많다.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그를 막지만 서사의 중심에는 적대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다시 재해석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 의뢰를 받아 영상 만드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나는 항상 영화감독을 꿈꿨다. 올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데 감독이라는 꿈에 한 발자국 다가가는 기회라고 기대한다. 마지막 종착지는 감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사업을 하다 보면 이런 얘기 잘 안 하게 되는데. (웃음)

: 언제 도착할지는 모르겠지만 영화감독의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두 분이 찾아낼 또 다른 부캐가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어감이 나아갈 방향과 포부가 있다면.

: 청년이라는 키워드로 시작했지만 끝자락에 서있다. (법이 정한 청년의 기준에서) 청년이 곧 끝나는 경계에 서 있달까. 나에겐 가정이 있고 다른 분들도 엄마 청년이 많다. 초기에 청년의 가치를 내세웠던 것처럼 쭉 청년 감성으로 가려한다. 한 살 더 먹었다고 어제의 청년이 오늘의 청년이 아닌 것은 아니니까.

오히려 그런 지점이 더 좋은 것 같다. 이제 슈퍼주니어의 나이는 주니어가 아니어도 그들은 여전히 슈퍼주니어지 않나.

 

: 정체성이 청년인 거지.(웃음) ‘엄마 청년이라는 말 참 좋다.

 

 

나 또한 나만의 부캐는 무엇일까 고민해보았다. 그리고 청년으로서 문화예술 현장에서 살아간다는 의미에 대해서도.

가지고 태어난 능력이 나를 본캐로 자리 잡게 했다면 이를 다양하게 쓰면서 현장으로 뻗어나가는 과정이 부캐를 찾는 여정이 아닐까. 본캐와 부캐 사이를 오가며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더욱 자유로워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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