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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지키러 출동한 유기사물 구조대?
취재 : 정혜원(제13기 통신원 모담지기)
인터뷰이 : 천근성(피스오브피스 대표)
▲ 서울아까워센타 유기사물구조대(출처 : 피스오브피스)
‘유기사물’이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유기견, 유기묘는 친숙해도 유기사물은 생소하다. 유기견을 구조하듯 누군가가 쓸모없다며 버린 물건을 유기사물이라 칭하고 그것을 구하는 ‘유기사물구조대’가 여기 있다. ‘서울아까워센타’와 ‘피스오브피스’ 의 대표인 천근성 작가를 만나보았다.
유기사물구조대나 서울아까워센타 등의 이름이 신박한데, 시작한 계기는요
피스오브피스에 있는 일곱 명은 특기와 하는 일이 다 다릅니다. 하지만 모두 사물과의 관계에 관심이 있죠. 한번 연을 맺은 사물을 어떻게 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을지 궁금했어요. 걷다 보면 조금만 고치고 닦아서 쓸 수 있는 물건들이 거리에 많습니다. 그것들을 유심히 보다가 유기사물구조대를 시작하게 됐어요.
▲ 현장에 출동한 유기사물구조대(출처 : 피스오브피스)
구조대라니 출동도 하나요?
그럼요. 순찰을 돌면서 고칠만한 것을 찾으면 다른 멤버에게 전화해서 적당한 도구를 읊어요. 그리고는 모여서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 고치고 청소하고 다시 디자인한 뒤 ‘도주’합니다. 바로 쓸 수 있게 잘 수리해두고 쿨하게 떠나는 거죠. 지나던 누군가가 가져가고 싶어 하면 옮기는 것도 돕고 가져가는 분이 없으면 중고 물품 거래하는 ‘당근마켓’에 물건의 사진과 위치를 올려 새 주인을 찾아줍니다.
고치는 과정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의 행위를 보이고 설명하는 게 중요해요. 일종의 퍼포먼스 예술이죠. 고치는 현장은 무대가 되고 지나가는 시민은 관객이 됩니다. 유기사물구조대의 활동을 보며 물건을 쉽게 버리는 행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소방구조대원처럼 화려하게 입어요, 튀어 보이려고.
▲ 피스오브피스 7인방!(출처 : 피스오브피스)
피스오브피스 7인방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문래동에 ‘자투리 잡화점’을 열면서였어요. 2012년 처음 문래창작촌에 들어갔을 때는 그곳은 서울의 시골 마을 같았어요. 그래서 촌이라고 불렸죠. 육 년 뒤 다시 찾았을 때에는 카페, 술집이 많아졌어요. 유흥가처럼 변했더라고요. 작가들의 왕래가 느슨해졌구나 싶었고 그들이 다시 모일 수 있는 작업실을 만들고 싶었어요. 자투리 잡화점은 쓰다 남은 목재, 철재 등 자기가 가지고 있던 자투리를 가져다주고 필요한 것으로 바꿔 가는 공간이었어요. 그곳에서 하나둘 왕래하면서 같이 밥도 먹게 되고 종종 이야기 나눴어요. 우리가 무언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그렇게 지금의 피스오브피스가 생겼습니다.
피스오브피스(piece of peace)는 작은 조각들이 모여 평화를 만든다는 뜻입니다. 자투리도 모이면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사실 멋져 보여서 이렇게 지었어요, 하하.
지금까지 서울아까워센타, 캠프, 클리닉 등에서 유기사물구조 프로젝트를 계속해왔는데 새로 운 관심사가 있다면
환경에 관심 있어요. 탄소 배출 줄이자,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해결되잔 않죠. 그래서 이미 알고 있는 것 말고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하고 싶어요. 예술로 승화해 사람들에게 힌트를 주려면 저부터 계속 힌트를 만들어야겠더라고요. 내년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사람들을 모아보려고요.
그들은 예술을 가지고 환경 문제에 세련된 힌트를 던지고 있다. 그리고 이 사람 저 사람이 모였을 때 서로를 보완하는 사회적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공진화 예술의 결정체가 아닐까. 다른 종이 만나 영향을 받으며 진화하듯 자투리와 같은 개인들이 모이면 무엇이든 나오고 바뀌기 시작하니까.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환경과 정서를 위해 이들은 꼭 필요한 집합이리라.
▲ 자투리잡화점 포스터(출처 : 피스오브피스)
▲ 유기사물구조대 작업 완료하고 한 컷!(출처 : 피스오브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