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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이소영(제13기 모담지기)
인터뷰이 : 박미리(‘나도 천연염색 작가다’ 주 강사)
▲전시회가 열릴 공예실(제공 : 광주전통천연염색연구회 김원철 대표)
〈나도 천연염색 작가다〉. 9월호 취재를 위해 만나야 하는 프로그램명이었다.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 생각했다. 천연염색 교육일 것이고, 강사는 능통한 전문가일테고, 강의는 천연염색 기술을 전수하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러나 섣부른 예상과 달리 인터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고 뜻밖에 위로를 받았다. 장인이 가족을 이야기할 때 그가 지닌 기술이 얼마나 다정해질 수 있는지, 천연염색이 어찌 사람을 이어주고 위로하는지 알게 됐다.

▲<나도 천연염색 작가다〉가 열리는 빛고을공예창작촌(제공: 광주전통천연염색연구회 김원철 대표)
간단히 자신을 소개한다면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나도 천연염색 작가다〉에서 주 강사를 맡고 있다. ‘광주전통천연염색연구회’에 소속되어 있기도 하다. ‘하늘물빛’이라는 천연염색 공방도 운영 중이며, 작가이기도 하다. 요즘은 프로그램에 집중하느라 작업을 못 하고 있다(웃음).
천연염색 전문가의 첫 시작이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전통적인 것, 유기농과 같이 화학 염료가 들어가지 않은 천연재료를 좋아했다. 천연염색을 직장을 다니던 30대 무렵에 제대로 접했다. 그즈음 아이를 낳았는데 아토피, 햇빛 알레르기가 있었다. 피부에 좋다는 식물들을 직접 채취해서 퇴근하면 아이에게 발라줬다. 자연스레 피부를 공부했는데, 사람에겐 입보다 더 큰 입이 있음을 깨달았다. 바로 피부, 즉 땀구멍이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뿐 아니라 몸에 걸치고 입는 것도 중요하더라. 내가 배우고 만들어서 아이에게 입히려는 마음이 첫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정말 열심히 천연염색을 공부했다. 온전히 몰두하려고 직장도 그만두었다.
직장을 관둘 정도로 집중했으니 천연염색 문화예술교육은 필연이었겠다
천연염색을 배우면서 정말 즐거웠다. 삶의 스트레스가 날아갔다(웃음). 대학에 들어가서 천연염색 공부를 전문적으로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배우다 보니 기술뿐 아니라 유기화학과 화학 구조식, 그러니까 각 색이 지닌 고유 성질과 원단의 특성이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공부했다. 추출한 염색액에 원단을 넣고 뺀다고 다가 아니다. 원단과 염료가 결합하려면 매개체가 있어야 해서 나는 이를 결혼과도 같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이런 것들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처음엔 지체 장애인들을 무료로 가르쳤다. 근데 염료 값이 너무 비쌌다. 그러던 중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알게 되었고, 염료 값이라도 지원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공모에 도전했다. 토요일 프로그램이라 좋기도 했다. 나도 맞벌이였고 직장생활과 육아를 함께 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토요일에 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부모와 아이들이 와서 수업을 즐길 수 있으니 매력 있었다.
아이들이 천연염색을 할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궁금하다
농장에서 쪽(천연염색의 원료가 되는 풀의 한 종류)을 길러 수업에서 사용한다. 현장에서 직접 갈아 염색하면 이렇게 우리 고유의 옥빛이 나온다. (수강생들이 만든 실크 원단을 보여주며) 다들 신기해하고 행복해하더라. 분명 처음에는 초록빛을 띠는 풀이었는데 열을 가하고 시간이 지나면 고운 옥색이 나온다. 부모님과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면 초록빛 쪽이 옥빛을 띠게 된다(제공 : 김원철 대표)
부모와 아이들이 주로 참여하는데, 어떤 매력이 가족을 유대한다고 보는지
한마디로 몸의 감각을 총동원해서 즐길 수 있으니까. 엄마와 아빠가 아이와 손을 잡고 따뜻한 염료를 오래 만지고, 색을 보고, 염료의 한약재 냄새를 맡게 된다. 천연재료라 먹을 수도 있다. 대부분 약이라 쓰지만(웃음). 아이에게는 어렸을 적 부모와의 따뜻한 추억 한 자락이 매우 소중하다. 대단한 장소가 아니더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소소한 질문을 던지는 시간들 말이다. 혹시 부모님이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나? 음... 잘 모른다(웃음).
천연염색의 매력이 바로 그거다. 사람들은 자기 가족이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모른다. 첫 수업에서 항상 이 질문을 던지도록 한다. 그리고 아빠에게 꼭 노래를 시킨다(웃음). 우리나라엔 노래방 문화가 있지 않나. 염색하다 잠깐 쉬는 시간에 아빠들에게 노래를 부르게 한다. 아이들에게 아빠 노래 들어본 적이 있냐 물으면 처음 듣는다 그런다. 이렇게 서서히 유대한다. 아빠들은 집에서 겉돌 때가 많은데 서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면 아이와 자연스레 친해진다. 이럴 때 정말 뿌듯하다.
가족들 사이가 점점 두터워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겠다
그렇다. 사실 힘들 때도 많은데 끝나면 몇몇 부모에게 메시지를 받는다. (메시지를 보여주며) ‘오늘 전시 보면서 그간 빠지지 않고 참여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작품을 꼭 가져가고 싶어 제 일정을 바꾸면서 참여했는데 후회하지 않아요. 그만큼 뿌듯합니다. 대충 참여하고 작품만 가져갈까 생각했던 마음이 부끄럽네요.’ 이러한 문자를 매해 두세 분에게 받는다.
취약계층이 참여한다. 앞으로도 같은 취지를 이어가려는지
물론이다. 형편이 어렵거나 한부모 가정, 소년 소녀 가장만이 취약계층은 아니다. 겉보기에 아무 문제없어도 가정에 골이 있는 경우도 많다. 개인의 가정사이기에 낱낱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힘들고 복잡한 사연을 지닌 가족이 많다. 조부모나 고모, 이모라도 함께 와서 아이와 참여하도록 북돋는다. 추억 한 자락, 유대와 위로가 커다란 강령과도 같다. 힘들 때마다 이 강령을 떠올리며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유대와 위로는 마음을 치유하는 자그마한 불씨가 된다
자신과 참여자들의 가족 이야기를 전하는 박미리 강사의 눈은 내내 반짝였다. 자기 기술에 대한 자부심뿐 아니라 고통받는 가정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길 바라는 간절한 진심을 느꼈다.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그렇게 많은 이들을 잇고 토닥이기를 바란다.
천연염색 공방 ‘하늘물빛’ 인스타그램 주소
https://www.instagram.com/natural_dyeing_kr/
〈나도 천연염색 작가다〉 알아보기
http://www.gjarte.or.kr/user/sub509010/detail?seq_no=202205-0004&page=1&area_tx=&target_tx=&genre_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