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10.jpg [size : 3.0 MB] [다운로드 : 46]
삶디에서 모두 웃음꽃이 필라
취재 : 박혜영(제13기 통신원 모담지기)
인터뷰이 : 정린(청소년 삶디자인센터 진로팀 팀장 ‘필라’)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에 대해 설명 중인 진로팀 팀장 ‘필라’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는 광주광역시 동구 중앙로에 있다. 북적이는 거리 한복판에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을 권한다. 주로 13세~19세 청소년들이 오지만 20세부터 24세 사이인 후기 청소년들도 꽤 있다. 청소년 중심으로 운영하지만 성인도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대관할 수 있다. 여기엔 특별한 문화가 있다. 평등과 자율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지위나 나이를 대변하는 호칭이 아닌 별칭만으로 서로를 부른다.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삶디’
이곳은 줄여서 ‘삶디’라 하고 강사라는 단어 대신 ‘고리’, 직원 대신 ‘벼리’, 학생 대신 ‘노리’라는 호칭을 쓴다.
-고리: 청소년과 사회를 연결해주는 어른
-벼리: 청소년과 함께 여러 일을 만들어내는 사람(순우리말로 일이나 글에서 뼈대가 되는 줄거리를 뜻함)
-노리: 자신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충분히 누리는 청소년


▲‘나무가 된 피아노'

삶디는 원래 1967년 11월 3일에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학생회관)’이었고 2016년 11월 3일에 리모델링해 개관했다. 학생회관에서 쓰던 몇 가지는 역사를 잇는 오브제로써 삶디 곳곳에 숨어있다. 1층에 있는 조명, 피아노, 책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십여 년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삶디에는 여러 공간이 있다. 야외에 있는 숲밭부터 녹음스튜디오, 합주실, 몸짓작업장(댄스연습실), 스페이스 공간, 미니극장, 사진스튜디오, 생활목공방 외 여러 공방까지 다양했다. “삶디를 마을이라고 칭하고 있어요.
마을처럼 절기마다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의례도 해요.” 없는 게 없는 공간. 마을처럼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진로 교육 외에도 다양한 클래스와 동아리를 지원하고 있었다. 한 달간 밖에 나가지 않고 이곳에서만 놀아도 지루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은 ‘정 린’이고 별칭은 ‘필라’입니다. 삶디 진로팀에서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필라는 그녀가 필라테스를 열심히 다녔을 때 지었던 별명이지만 새로운 의미를 찾았다고도 했다. “라틴어로 필라가 우정과 사랑이라는 뜻도 있대요. 그리고 웃음 필라, 꽃 필라처럼 무엇인가 ‘피어난다’라는 의미도 담고 싶고요.”
Q1: 전공은 무엇인지
독일 문학이랑 정치외교학을 배웠어요.
Q2: 지금 어떤 일을 하는지
진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해요. 여러 의미를 되새기는 삶디 의례들을 준비하고 있고요.
Q3: 이곳에 있기 전 어떤 일을 했는지
5·18 민주항쟁을 기념하는 ‘5·18기념재단’에서 일했어요. 국내외 교류 사업, 민주 인권 평화 단체 지원, 5월 기념행사 기획, 교육 등을 했어요.
Q4: 완전 다른 일을 하게 되어 어렵지 않았는지
청소년을 만나는 일이 처음이라 조금 어렵긴 했어요. 삶디엔 청소년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이 더 많아요. 각자의 전공을 청소년 교육과 연결하며 일하고 있어요. 하던 일과도 꽤 연결되고요. 그래도 청소년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서 청소년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Q5: 삶디에서 기억에 남는 일?
‘음식 공방’을 꾸리게 됐을 때 요리할 재료를 길러보자는 취지로 제가 농사를 맡았어요. 그렇게 청소년 농부요리사들을 위한 〈세상에서 가장 느린 식당〉을 시작했고 농사의 가치나 의미를 생각하면서 요리했어요. 그때 곡성이랑 서울로 캠프 가서 요리하고 농사짓는 좋은 어른들을 만났고, 시농제·모내기·추수 등 마을 의례 때 사람들을 위한 음식을 해서 벅찼어요.
Q6: 취미는 무엇인지?
요가나 등산을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하고 있어요. 원래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헬스도 오래 다녔어요. 타로도 좋아해요. 클래스를 듣고 배워서 플리 마켓에서 하기도 했어요. 카드 하나하나의 의미를 이해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Q7: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타임머신이 생긴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지?
고등학생 때로 가고 싶어요. 대학 다닐 때 미국에 열 달 정도 있었는데 공부 스타일이 잘 맞았어요. 이미 대학생이 되었으니 늦었다고 생각해서 도전하지 못했어요. 다른 나라에서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공부하고 싶어요.
Q8: 십 년 전 나를 만나 십 초만 얘기할 수 있다면?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십 년 전쯤 일을 그만두고 싶었는데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만둬도 된다”라고, 두 번째는 “집을 사”라고 말하고 싶어요. 내 공간을 만들어 가꿔서 친구들이랑 많이 놀면서 살았으면 해서요.
청소년을 위한 광주 동구에 있는 작은 마을인 삶디는 평등하고 자율적인 문화를 지향하는 만큼 공간 또한 유연했다. 이곳 카페 크리킨디에 적혀있는 남미 원주민 전래 이야기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노력한다면 바라는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크리킨디 이야기〉
숲에 불이 났어요.
숲 속의 동물들은 앞 다투어 도망가기 바빴죠.
하지만 크리킨디라는 작은 새는 조그마한 주둥이로
물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어요. 숲의 불을 끄려고요.
다른 동물들은 그런 크리킨디의 모습을 보고
“그런다고 무슨 소용이야, 너도 도망가”라며 비웃었어요.
그 말을 들은 크리킨디는 이렇게 대답했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야.”
홈페이지 링크주소 : http://samdi.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