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호] 이소영 모담지기_일상을 끄고, 예술을 켜다_조주희 문화예술교육사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2-11-08 조회수 227
첨부파일

일상을 끄고, 예술을 켜다

 

취재 : 이소영(13기 모담지기)

인터뷰이 : 조주희 문화예술교육사

 

 

취재를 위해 버스를 타고 무등산 초입에 다다랐다. 오는 내내 이어폰을 귀에 끼고, 스마트폰을 만지며 곧 만날 인터뷰이와의 대화를 머리 속으로 그려보았다. 그러다 문득 차창 밖으로 비친 무등산의 아름다운 등선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에서 내려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사고, 약속 시간 전 자연을 감상하며 잠깐의 여유를 즐겼다. 초가을의 정취를 한껏 머금은 무등산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묘한 평온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무등산 아래 위치한 드영미술관은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건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자연이 주는 아우라를 고스란히 머금고 있는 드영미술관에서 펼쳐지는 프로그램은 어떨까, 프로그램의 기획자는 어떠한 사람일까. 출처 모를 설레임을 안고 조주희 문화예술교육자를 만났다.

 

 

 ▲무등산 아래 위치한 드영미술관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미술(서양화)을 전공했고, 현재 드영미술관에서 문화예술교육사로 아트스위치 ON&OFF:(.HUE)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명에 담긴 의미가 궁금하다.

학교, 직장 등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누구에게나 있지 않나. (어머니들은 주로 집안 일이 해당될 것이다) 이와 같은 일상 속에서 벗어나, 자연을 통해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일상의 단조로움을 벗어나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프로그램의 슬로건이 자연을 닮고, 자연을 빗고, 자연을 느끼는 것이다. 프로그램명은 이처럼 일상을 끄고(Off), 예술을 켠다는(On) 의미를 담고 있다. ‘()’는 한자로는 쉬다, 휴식이란 의미가 있는데, 영어(HUE)로는 빛깔이라는 의미도 있다. 앞서 설명한 내용들을 함축하여 담고 있는 제목이라고 보면 된다(웃음).

 

 

휴식의 의미가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 등 전자기기를 통한 휴식이 많아지지 않았나.

이에 따른 사람 간 소통의 부재는 현대사회의 문제점 중 하나로 많이 대두되는데

이와 같은 소통의 문제를 절실히 느꼈던 적이 있다면

요즘 식당에 가면,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고 조용히 식사만 하다 가는 가족들을 많이 본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다. 과거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의 주강사로도 활동을 많이 했었는데, 그때 초등학생 아이들이 집에 들어가면 문을 닫고 방에 들어가서 핸드폰을 보는 게 쉬는 거라고 하더라. 문을 닫고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것 자체가 부모님과의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아이들 뿐 아니라 성인들도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걸어다니고, 심지어 옆에 있는 사람이 말을 걸어도 알아듣지 못할 때도 있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 너와 대화하고 싶지 않아라는 대화의 차단이 암묵적으로 전제되어 있는 것이니까.

 

 

맞다. 나도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것이 습관화가 되어 있어서, 아무것도 듣고 있지 않은데 끼고 있을 때도 많다.

그렇다.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의도적인 행동은 아니지만, 어느샌가 그런 모습들이 일상화되어 있는 것을 목격할 때가 많더라. 가족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소통의 단절은 오죽하겠나. 그래서 이 프로그램 안에서는 가족과 이야기와 소통을 많이 해보자는 취지가 강하다.

 

프로그램의 키워드를 또 하나 꼽으라면, ‘자연이 아닐까 싶다. 자연의 어떤 매력이 소통의 부재를 허문다고 생각하는지

오로지 자연이 소통의 주된 매개인 것은 아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자연은 에너지를 얻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드영미술관 뒤쪽에 무등산이 있다 보니,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 경관을 즐기며 힐링을 하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산책할 때는 오히려 최대한 활동을 줄이려 한다.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그 시간만큼은 머리 속 복잡한 생각의 스위치를 끄고,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자연물을 보면서 쉬는 것이 중요하다. 소통은 그 이후에 미술관으로 돌아와서 이루어진다. 무등산을 산책하며 본 것들을 가지고서 부모와 자녀가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작품을 어떻게 만들까 이야기 하다보면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스킨십도 하게 되고, 유대가 형성된다.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자가 자연과 예술을 향유하고 이것이 자연스레 가족 간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게끔 하고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물을 돌아보며 나만의 팔레트를 만드는 아이들 (드영미술관 제공)

 

 

 

 미술관에서의 활동은 자연과 예술이 만나는 소통 과정(드영미술관 제공)

 

 

 

 

 ​무등산에서의 기억을 벗삼아 나만의 팔레트를 만드는 아이들(드영미술관 제공)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가장 어려운 점은?

기획단계가 가장 어렵다. 좋은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고,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기획해야 하니 그렇다. 막상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후에는 힘든 것보다는 재미가 있었다. 고생하여 세운 계획이 실행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참여자의 공석이 생긴다거나 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기다리고 있던 참여자들이 있어 다행이었다.

 

 

 

 

​무등산에서의 기억을 벗삼아 나만의 팔레트를 만드는 아이들(드영미술관 제공)



문화예술교육자로서 뿌듯한 순간이 있다면

처음에는 아이들이 조용하고 소심하게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부모님과 자연을 감상하고, 그것을 토대로 나만의 작품을 만든 후에 미술관을 나설 때면 양 손에 작품을 들고 신나게 뛰어간다. 처음의 의기소침했던 모습과 180도 달라져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

 

앞으로 지향하고픈 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인가?

프로그램을 통해 체험한 긍정적 경험이 일상으로도 이어져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의 장점은 한 가지 장르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러 장르를 융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복합적인 장르의 프로그램도 기획을 해보고 싶다. 예를 들면 미술과 무용이랄지. 문화예술교육사로서 일이 재미있고 보람을 느끼기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일을 하고 싶다.

 

 

 

 

일상을 끄고, 예술을 켠다는 프로그램의 의미는 조주희 교육사가 지향하고픈 문화예술교육의 궁극적 목표와 맞닿아 있었다

긍정적 경험이 일상으로 이어지는 것. 삶을 지속하기 위해선 누구나 일상을 살아내야 하지만

잠시 일상을 끄고 자연과 예술을 향유할 때 우리는 또다시 삶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된다. 예술이 일구어낼 수많은 변화된 일상을 기대해본다.

 

 


 

 

 

잔잔한 울림 게시글 상세 폼
top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