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PNG [size : 1.6 MB] [다운로드 : 48]
모담지기 성과공유 ‘뽀짝’
2022 제13기 모담지기들의 마지막 워크숍
취재: 정혜원(제13기 통신원 모담지기)
인터뷰이 : 제13기 모담지기 6명
사진 : 광주문화재단 제공
‘뽀짝’은 ‘가까이’의 전라도 사투리다. 코로나가 다시 유행하며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줌으로 모이게 되었지만 마음만은 가까이 함께하는 모담지기 성과공유 워크숍을 소개한다.
4월부터 시작된 모담지기 활동이 12월이면 끝이 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아홉 달 동안 우리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감정카드
감정카드로 말하는 2022 모담지기 활동
- 정혜원: 재미있는, 기대되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교육단체를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의 문화예술 세계가 참 재미있었다. 그리고 글 쓰면서 실수하고 여러 번 고치기도 했지만 발전한 나를 보니 내년의 내가 기대된다.
- 고유진: 기대되는, 두려운
현장 전문가들을 보며 기대되는 동시에 두려웠다.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기이기에.
- 김수진: 막막한, 만족스러운
성장하는 나를 발견했다. 때론 막막하기도 했지만 과정 속에서 난 분명 자랐다.
- 오솔비: 부끄러운, 용기 있는
부끄러운 나의 이십 대 중에서, 용기 있는 장면으로 기억될 모담지기.
- 임아영: 고마운, 미안한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끝까지 와준 모담지기 여섯 명에게 고맙고, 원고를 다듬기 위해 긴박하게 청해서 미안했다.

▲우리 이렇게 줌으로 모였어요
- 박수현: 든든한, 괴로운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직접 찾아가 소식을 들려주는 모담지기가 있어 든든했고, 매달 뉴스레터 발행일이 너무 빠르게 다가와 괴로웠다ㅎㅎ 그래도 《울림》은 무탈히 잘 나왔음!
- 이소영: 열정, 자랑스러운
광주에 이렇게나 열정을 가지고 문화예술교육하는 분들이 많다니 자랑스러웠다.
- 박혜영: 부끄러운, 재미있는
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해서 부끄럽기도 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취재할 수 있어서 재밌었다.

▲각자 일상 속에서 많이 바빴지만, 지금만큼은 모담지기로 마음 나누기!
우리끼리 독서모임 ‘모담살롱’에서 읽은 『크게 그린 사람』
여름에 은유 작가가 만난 18명의 사람들을 기록한 『크게 그린 사람』(한겨레출판, 2022) 인터뷰집을 함께 읽었다. 매주 두 사람의 인터뷰를 읽었고, 기억에 남는 구절과 까닭을 온라인에서 주고받았고 서로의 기록을 보며 책을 한 번 더 음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제일 마음에 닿았던 인터뷰이를 기억해보기로 했다.
-김수진: '나답게의 힘' 임현주(아나운서).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나에게는 전혀 논란거리가 아니었던 인터뷰. 자신만의 당당함이 차 있어서 보는 나도 당당해질 수 있었다. "그동안 드넓은 초원에서 여자 남자 구분 없이 똑같이 경쟁하고 협력하며 뛰다가 갑자기 관상용 화초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문제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문장으로 보니 더 와닿았다.
- 박수현: '나답게의 힘' 임현주(아나운서).
남녀를 차별하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모담지기 여섯 명 모두 여성. 여성이 아닌 인간으로서 ‘다 필요 없고 나답게’ 행동하며 살아내기를 바란다. “이젠 선택받지 않아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게 ‘자존감 회복의 열쇠’라는 문장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 임아영: ‘효자 아닌 시민’ 조기현(청년예술가).
"사실 너무 오랫동안 아버지 이야기를 부여잡고 있었어요. 쓰려고 이미 많은 자료나 아버지와 비슷한 사회적 조건들을 찾아본 상태니까, 아버지를 나태해서 일 안 하다가 가족에게 짐만 지우는 치매 환자로 납작하게 쓰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었죠. 또 마지막에 화해의 서사가 예정된 글쓰기였기 때문에 그런 고민을 나름 최소화한 것 같아요." 이 구절을 보며 아빠의 아빠가 되면서 자기를 세우기 시작한 기현 씨가 이런 마음으로 이렇게 준비해 글을 썼구나 싶다. 이 인터뷰를 자기소개서로 쓴다는 후기도 참 반가웠고 나도 그런 인터뷰를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기도 했지만, 이렇게 어떤 사람에 대해 글을 쓰는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서 이 책이 좋았다.
▲서로의 생각을 듣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에요:)
- 정혜원: ‘미안함의 동력’ 신영전(한양대 의대 교수).
“더 수준 높은 민주주의가 작동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절 움직이는 동력은 미안함이거든요.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한 미안함.” 신영전은 정규직, 교수, 남자이고 스스로를 기득권으로 규정하는 의사다. 그 미안함을 동력으로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앞장서서 말하고, 취약계층의 근로조건을 향상하기 위해 일한다. 방어기제로 일과 상황을 정당화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많은데, 자신의 조건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취약계층을 위해 움직인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남성 기득권에 대한 편견을 깨준 분이다.
- 고유진: ‘생각보다 부서지기 쉬운 한 명’ 원도(과학수사대 경찰).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다. 경찰은 직장이다." 내용을 보면 여성과 경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경찰, 소방관 등 막연히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속에 있던 개인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경찰도 직업이다’라는 말을 통해 당연하게 넘겼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반성했다.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당연하게 생각했다면,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당연한 것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다짐했다.
- 박혜영: ‘업고 걷기’ 홍은전(인권기록 활동가)
“길가다 맨홀에 떨어지듯”이라는 문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유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게 된 순간을 재미있게 표현했다고 느꼈기 때문이고, 나도 이렇게 재미있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소영: ‘효자 아닌 시민’ 조기현(청년예술가).
“세상이 그를 ‘기특한 젊은이’로 규정하려는 해석에 맞서 그는 자기 삶의 해석권을 지켜냈다. 나는 효자가 아니라 시민이라고. 그가 정의하는 시민이란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살 의지를 가진 사람’이다.”라는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작가가 자신을 ‘치매에 걸려 쓰러진 아버지를 봉양한 효자’, ‘기특한 젊은이’와 같은 일반적인 프레임으로 해석하려는 시선에서 맞서 자신만의 해석권을 지켜내려 노력하는 시도가 인상 깊었다. 교통사고처럼 갑작스레 찾아온 불행을 겪은 이들을 대할 때 글을 쓰는 사람들은 항상 ‘재현의 윤리’에 부딪힐 수밖에 없고, 그 문제는 영원히 해결될 수 없는 난제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인물, 사건을 두고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이야기들을 써내려는 시도와 들으려는 노력이 계속된다면, 조기현 작가가 정의한 시민들이 더욱더 많아지지 않을까?
- 오솔비: ‘시대의 복직’ 김진숙(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동의하지 않아도 해고자의 밤은 온다. 2011년 5월 28일 85호 크레인에서 "노을 지는 하늘 보며 까닭 없이 울던 일곱 살 때"를 떠올리고 영도 바다의 붉은 하늘 사진을 올리던 사람, 김진숙은 오늘 까닭 모를 열망과 허무의 저녁을 맞을까.”라는 구절을 읽으며, 내가 싸우고 있는 일들이 부끄러웠다. 37년 만의 복직. 지금의 나보다 어린 꽃다운 청춘이 견뎌낸 시간이다. 몇 가지 기사들을 더 찾아보았고 그가 가진 미소에 어여쁜 젊음이 보여 슬펐다. 우리는 더욱 우리 목소리를 내야 한다. 혐오가 아닌 따듯한 인간의 언어로, 남녀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람으로서. 달라질 것은 당연하게 달라지고 그게 익숙해지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 12월까지 모담지기의 행보는 계속된다. 파이팅!
12월까지 우리는 만나고 듣고 쓴다. ‘잔잔한 울림’ 코너에 소개되는 우리의 글이 정말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잔잔하게 울리고 있을까. 때론 확신 없이, 때론 즐겁게 쓰고 있다. 아무튼 우리는 천천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