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호] 문화예술교육을 사랑하는 세 여자 / 오솔비 모담지기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3-09-26 조회수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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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터뷰 #4

문화예술교육을 사랑하는 세 여자 / 

 

 

취 재 : 오솔비 모담지기 

인터뷰이 : 서구청소년문화의집 김유리 팀장

바퀴달린학교 조은사 학생

마음여행학교 김미경 학생

 

 

특별한 대상을 사랑하는 문화예술교육자들이 있다. 사랑하는 것은 자신을 닮아 곧 나를 말해주기도 한다.

화예술교육현장에서 그들이 사랑하는 대상과 이야기가 궁금해 올 한해는 잘 들여다보기로 했다.

누구를 사랑하며 어떻게 사랑하는지가 자신의 삶을 드러내니 ‘삶터뷰’로 이름을 달았다.

 

 

▲ 삶과예술학교 신나는 가을 소풍(사진제공_삶과예술학교운영단체)
 

 

▲ 몸으로 표현하는 시간(사진제공_삶과예술학교운영단체)

 


▲ 나를 소개하며 장기자랑을 해요(사진제공_삶과예술학교운영단체)

  

 

‘나는 오늘의 행복을 느끼며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나?’ 네 번째의 삶터뷰를 마치고 일기장에 적은 첫 문장이다. 오랜만에 일기장을 꺼내게 한 이번 삶터뷰는 특별하게 세 사람의 인터뷰가 들어있다. 창의예술학교 가을 소풍에서 만난 세 명의 여자이다. 창의예술학교에는 ’삶을 위한 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네 곳의 민간 학교가 있고 낱개로 존재하지 않으려 함께 모여 다양한 행사를 한다. 9월 9일 아직은 뜨거운 햇볕 아래 가을 소풍에서 만난 세 명의 여자에게 문화예술을 물었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김유리 님이다.

 

 

 

▲ 서구 청소년 문화의집 총괄팀장 김유리 / 시소예술학교 기획자 

 

꿈을 찾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에요.”

솔비 : 문화예술교육을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유리 : 국문학과를 다니면서 국어 강사를 오래 했어요. 그 길이 전부라고 생각하다가 막학기에 문화예술교육 수업을 들었는데 그 때 이쪽으로 공부해보고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문화전문대학원을 준비하면서 문화관광형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문화예술이 다양한 연령층의 삶에 가까이 있구나를 배웠어요. 어렵게만 생각했던 문화 콘텐츠가 결국에는 다 사람 안에서 나오더라고요. 그런 과정들을 찾고 기록하고 알리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2009년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는 걸 보면.

 

솔비 : 국어 강사일을 하시다가 문화예술교육으로 넘어오셨네요. 

유리 : 학원에서 오래 일했지만 공교육에 대한 회의감은 항상 있었어요. 제 학창 시절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거든요. 입시 공부만 강요하는 교육이 불편했어요. 저는 입시를 위한 국어보다는 글쓰기나 독서 교육을 했는데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서 알려주는 것이 문화예술교육과 접목이 되더라고요. 문화예술교육은 정답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주는 일이거든요, 글쓰기처럼.

 

 

“2023 삶과 예술 학교 소개”

유리 : 창의예술학교는 ‘시소예술학교, 태이움직임학교, 마음여행학교, 바퀴달린학교’ 네 개의 단체가 컨소시엄해서 운영하는 곳이에요. 2018년부터 함께했는데 올해는 ‘삶과 예술학교’를 새롭게 시작했어요.

 

솔비 : 작년과 무엇이 달라졌나요?

유리 : 2022년까지는 대표 단체가 사무국 역할을 했는데 올해부터는 네 단체가 하나의 사무국이 되어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같이 역량을 키우고 있습니다.

 

솔비 : 네 곳의 단체가 모였으니 하나보다 더 큰 시너지를 내겠어요.

유리 : 문화예술교육을 오랫동안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데 우리는 네 단체가 같이 진행을 하니까 서로 견인해 주게 돼요. 기획했던 것과 일이 다르게 진행될 때 당황하게 되는데, 달에 한 번, 많게는 두세 번 모여서 월례회를 하면서 어려움을 털어놓고 또 해결할 수 있어요. 함께 하는 힘이 정말 커요.

 

솔비 : 십 년 이상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계시는데 애정이 가는 대상이나 그 이유가 있다면.

유리 : 지금 일하는 곳이 ‘청소년문화의집’이라 청소년에 대한 애정이 커요. 청소년은 문화예술 활동을 많이 하는 듯 보이지만 긴 호흡으로 하긴 어려워요. 자아를 발견하고 관계를 맺고 성장하는 기회가 더 필요하죠.

 

솔비 : “긴 호흡이 어렵다”라는 말에 공감해요. 평생 필요한 과정이지만 청소년기에는 특히나 시간을 내기 어렵죠.

유리 : 수요와 공급의 문제인데, 공급하려는 데는 많아요. 하지만 입시 위주 교육에서 밀릴 수밖에 없죠. 문화예술교육과 사교육 중에서 많은 보호자들은 후자를 선택해요. 그러다보니 문화예술교육은 초등학생들에게 집중되고 청소년기를 건너뛴 다음에 성인기에서 다시 활성화돼요.

“문화예술교육은 삶을 열심히 살아가게 하는 동기가 되기도 해요.”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학생에게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되는 이유를 찾아주기도 하죠.  문화예술교육은 나에게 집중하게 하니까 내가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자꾸 묻게 돼요. 청소년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고 꿈을 찾아갈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라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솔비 : 앞으로 하게 될 문화예술교육도 청소년을 향하고 있나요?

유리 : 청소년과 더불어 보호자들이요.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안전하려면 둘러싼 환경이 변해야 해요. 첫 번째, 보호자가 변해야 해요. 다음으로 환경이 변하면 좋겠고요. 뿌리부터 바꿀 수 있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이라고 생각해요. 

 

 

그녀가 삶을 사랑하는 방법은 청소년의 긴 여정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것이 아닐까. 서구청소년문화의집 팀장으로 청소년과 보호자들을 위해 준비하는 기획들이 꼭 작은 변화를 만들리라 생각한다. 다음은 삶터뷰의 최연소 인터뷰이다.

 

 

  

대자초등학교 6학년 3반 조은사/바퀴달린학교 참여자

 

*바퀴달린학교 - 북구문화의집 프로그램으로 책 안에 머물러 있는 지식 보다 탐구, 모험, 실험, 노작활동을 강조하는 경험 중심의 교육과정. ‘주말건축, 땅과예술, 괴짜소년단’ 세 과목을 일 년동안 한다. 

 

 

“예술 감각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솔비 : 오늘 소풍 온 기분이 어때요? 

은사 : 설레요! 문화예술활동도 좋아하고 사람들이랑 함께 노는 거 너무 좋아하거든요. 꿈만 같아요.

 

솔비 : 학교에서 가는 소풍이랑 다른 게 있어요? 

은사 : 학교 소풍은 계획이 짜여 있고 꼭 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이곳은 자유로워요. 일정은 있지만 자유롭게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솔비 :'바퀴달린학교'를 다니면서 뭐가 제일 좋았어요?

은사 : 담양에 가서 땅을 밟고 만지면서 체험한 게 가장 좋았어요. 설명하기 어렵지만 예술적 감각을 느끼면서, 좋아했던 예술을 더 좋아하게 됐어요.

 

솔비 : 이렇게 예술을 좋아하는데 그동안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았나요?

은사 : 하고싶은데 주변에 많이 없어요. 엄마가 일일이 알아봐서 바퀴달린학교를 신청할 수 있었어요.

 

솔비 : 은사가 다니는 두 학교의 차이점이 있다면

은사 : 초등학교는 시험이 있고 일 등도 있어요. 그리고 요즘 학교 폭력도 많잖아요. 공부를 싫어하는 친구들도 많고 강요받는 친구들도 많아서 마음이 좋지 않은데 ‘바퀴달린학교’는 내가 좋아서 하는 거고 또 마음껏 숨 쉴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걸 예술로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아요.

 

솔비 : 은사의 꿈이 궁금해요.

은사 : 엄청 많은데, 남에게 도움을 주고 마음을 고칠 수 있는 심리치료사나 예술 감각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솔비 : 중·고등학교를 가면 공부량이 늘어날 텐데 꿈을 펼칠 수 있는 활동을 쭉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은사 : 그래서 지금도 학교 또래상담부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솔비 : ‘삶과 예술 학교’라는 또 다른 학교를 다니면서 달라진 변화가 있다면.

은사 : 처음에는 몰랐는데 예술 감각이 다양해지고, 또 흥미 없었던 문화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솔비 : 예술 감각을 일상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어요?

은사 : 미술관에 가면 전에는 그냥 지나쳤는데 이제는 작품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요. 전체와 부분을 함께 보면서 상상하게 되거든요.

 

솔비 : 오늘 가을 소풍에서 무엇을 가장 기대해요?

은사 : 방금 공연이요! 뛰어놀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냥 이 시간이 다 좋아요.

 

솔비 : 오늘은 어른들도 함께 참여하는데 어때요?

은사 : 어른들과 함께 놀 수 있어서 더 즐거워요. 서로 아는 게 달라서 이야기를 다양하게 할 수 있어요. 

 

 

은사는 마음껏 뛰놀고 생생하게 예술을 느끼며 삶을 사랑하고 있었다. 두 곳의 학교를 다니며 풍부하게 경험하며 힘차게 나아갈 은사. 은사를 맞아줄 세상이 좀 더 따듯하고 안전하기를 바라며 마지막 인터뷰이를 만나보았다.

 

 

 

▲양산동 김미경 / 마음여행학교 참여자

 

 

*​마음여행학교 - 마음놀이터의 노년·중장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삶터와 일터를 기반으로 ‘마음노래여행’과 ‘마음글여행’을 진행 중이다. 

 

 

“낯선 사람들이 아니라 이제는 점점 가까워져서 보고싶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솔비 : 가을 소풍 오기 전 기분이 궁금해요.

미경 : 설레고 행복했어요. 소풍이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이 있잖아요. 그 동심을 다 잊고 있다가 내가 소풍을 간다니 기대가 되더라고요. 여러 단체에서 아이들이 많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들과 어울린다는 자체도 설렜어요. ‘이제 남편하고 나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시점이구나. 공허할 수도 있겠다.’ 생각하다가 ‘오늘 하루는 마음껏 즐겁게 즐겨야지.’하고 왔습니다.

 

미경 씨의 막내딸은 올해 취업을 했다.

 

솔비 : 네 곳의 학교가 한자리에 모여 활동을 하니까 다양한 연령이 모였어요.

미경 : ‘삶의 예술 학교’는 이런 점이 좋아요. 우리 아이들한테 못 해줬던 걸 요즘 부모들은 해주고 있잖아요. 넓은 공간에서 아이들의 행동과 표현을 보는 게 기쁨이에요. 아이들도 어른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솔비 : ‘마음여행학교’의 ‘마음글여행’을 처음 떠날 때는 어땠어요?

미경 : 처음에 에세이를 써오라고 해서 당황했어요. 장부에 가계부를 쓰거나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짤막한 글로 써보던 습관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인터넷도 뒤져봤는데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명쾌하게 나온 게 없더라고요. 망설이다가 보통 글을 쓰면 서론, 본론, 결론이 있으니까 그 부분을 토대로 글을 한번 써보자고 시작했어요. 글을 쓰니까 제 마음속 숨겨진 것들이 끄집어 내주는 거예요. 내 마음속의 생각이지만 말로 하는 데는 한계가 있잖아요. 글로 쓰니까 감수성이 더 풍부해지고 잊었던 감정들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어요.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구나’ 쾌감이 느껴지더라고요.’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자연스레 생겼어요. ‘작가가 이렇게 탄생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솔비 :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찾아왔을까요?

미경 : 글 쓰는 삶을 살게 되었죠. 글을 쓰기 전에는 일상생활이 물 흘러가듯이 흘러갔는데 글을 써야 된다고 동기를 부여하니 일상이 소재가 되더라고요. 쉽게 흘러갈 수 있는 생활이 좀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고 해야 될까요? 내 생활을 글로 남기기 위해서는 행동 하나라도 좀 더 여유 있게 하고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삶의 지표를 세웠어요. 아직 기초 단계지만 차근차근 밟아가면 내 삶이 더 풍요롭지 않을까 기대해요. 다른 분들한테도 많이 추천하고 싶어요.

 

 

“문화예술교육은 ____ 이다.”

미경 : 나의 동반자. 글을 쓰면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길이 열렸잖아요. 앞으로 평생 같이 가지 않을까. 그래서 동반자 같다고 생각했어요.

 

솔비 : 오늘 일상은 소풍이었네요. 어떤 영감을 받으셨나요?

미경 :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하고 생활을 많이 못 했어요. 일하는 엄마라서 이런 프로그램을 몰랐는데 오늘 온 아이들을 보니 참 좋아 보였어요. 내가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엄마였는지, 이렇게 돌보지 못했다는 것도 자식들한테 글로 표현하고 싶어요.

 

솔비 : ‘마음글여행’이나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좋은 상호작용이 있네요.

미경 : 맞아요. 요즘은 일기를 쓰면서 자식들에게 표현을 해요. 긴 편지는 요즘 애들이 싫어할 수도 있어서 그날 그날 생각나는 걸 긴 문자로 써요. 사회로 나간 자식들의 삶이 좀 더 흥미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요.

 

 

▲ 인터뷰중인 오솔비 모담지기

 

 

솔비 : 감동이에요. 미경 님의 글 생활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요. 처음은 어려우셨을 텐데 잘 이겨내신 것도 뭉클하네요.  

미경 : 처음에는 낯선 분위기에서 글을 쓴다는 것이 두려웠는데 같이 음식을 해서 먹으면서 돈독해지더라고요. 같이 먹고 같이 읽고 같이 쓰고 그리고 그걸 낭독을 하는 과정이 쌓이다 보니까 이제는 식구가 된 거죠. 낯선 사람들이 아니라 이제는 점점 가까워져서 보고 싶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가을 소풍에서 만난 세 여자는 일상의 행복을 고스란히 느끼며 삶에 집중하는 열정을 갖고 있었다. 삶을 열심히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하고 싶어진다. 개인의 건강한 삶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 거라는 믿음, 그 믿음이 더욱 단단해진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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