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호] 시작, 도전, 열정 / 정혜원 모담지기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3-10-24 조회수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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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도전, 열정

 

인터뷰이 : 김찬우(예나엔터테인먼트 기획자)

취 재 : 정혜원 모담지기

 

 

그는 타고 온 스쿠터를 세우고 털털하게 들어왔다.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뒤편 카페에서 너의 마음속 Melody’를 기획한 김찬우 씨를 만났고, 나는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의 눈빛을 보았다. 그는 올해 문화예술교육에 처음 도전했고, 한 해를 무척 숨가쁘게 보내고 있는 듯했다.

 

안녕하세요.

예나엔터테인먼트이사 김찬우입니다. 대학교에서 작곡, 대학원에서 지휘를 전공했어요. ‘예나예술로 나누다라는 뜻이에요.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면서 문화예술기획·연출 회사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교육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으로 시작했다고요.

작곡과 작사를 전공해서 학부 때부터 강사로 문화예술교육을 접했어요. 졸업하고 회사를 세워 하나를 오롯이 기획하긴 처음이죠. 규모가 큰 교육 사업은 벽이 높고, 준비하다 보니 이 사업을 알게 됐는데 저희를 위한 일이라 생각했어요멘토가 기획하고 교육과정 다듬고 기획서 쓰는 일을 컨설팅해줬어요. 말 그대로 인큐베이팅이었어요.

 

   

인큐베이팅 받으면서 성장합니다

 

4월에 선정되어 두 달 정도 교육을 받았어요. 그 중 프레젠테이션으로 다섯 팀을 뽑고, 기획서를 다시 다듬어 6월 말쯤 최종 발표를 했고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요. 11회짜리 수업을 7월부터 시작해서 마무리했어요.

 

. 숨 가쁜 한 해였네요.

사실 정산이랑 서류 작업은 이제 시작이라서요.(웃음)



자기가 작사한 글에 멜로디를 입히고 있어요. (사진제공_예나엔터테인먼트)

 


어린이가 작사와 작곡을 하며 나를 표현하는 시간이었네요. 어려워하진 않았나요?

내용을 이끌어 내는 데 오래 걸렸어요. 수업의 반 정도를 에 대해 표현하고 작품 주제를 선정하는데 썼어요. 그리고나서 곡으로 쓸 수 있는 형식으로 글을 다듬고, 멜로디를 붙였고요. 다음으로 각자 어린이 건반을 이용해 이어폰 쓰고 곡을 만들어요. 네 마디 쓰고 선생님이랑 다듬고, 네 마디 쓰고 다듬고 해서 24마디 곡을 만들어 발표회를 열었죠.

요즘 어린이들은 다들 피아노를 배우더라고요. 한 명만 피아노를 못 쳤는데, 선생님이 피아노를 치면 아이가 여기는 더 신나게, 여기는 느리게라고 하며 피드백을 주고받아 완성했어요.

MR을 작곡가 선생님에게 맡기고 아이들의 멜로디에 다른 악기의 베이스를 넣어서 작품 퀄리티는 좋았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세 번쯤 만난 후에야 서로 편해졌고 선생님과도 이야기가 잘 통했는데 10회 수업이 짧더라고요. 반 년에서 일 년 정도 진행하면 더 좋겠더라고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유는요?

다양한 연령이 섞이면 교감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공통분모를 가질 수 있도록 정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1, 2학년과 5, 6학년 차이가 크더라고요. 열 명 중에 아홉 명은 고학년이고 한 명이 저학년이었는데 한 번 하고 힘들다고 나갔고, 고학년들과 수업했죠. 초등학생도 학년에 따라 다르다는 걸 수업을 하면서 배웠어요.

 


피아노는 선생님이 치지만 깐깐하게 수정하는 건 나에요(사진제공_예나엔터테인먼트)

 

왜 나를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나요?

컨설팅을 받기 전에는 더 넓게 잡았어요. 부모님, 장소, 좋아하는 가수 등을 표현하려 했는데 멘토가 초등학생은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모르니까 나로 집중하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말과 행동 말고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을 우리가 알려주자 라는 취지로 진행했죠.


나를 표현하는 데 작사와 작곡을 선정한 이유는요?

저는 작사, 작곡을 하고 아내는 피아노를 쳐요. 아무래도 주변 인프라가 음악과 관련되다 보니 작사와 작곡을 해본 거죠. 아이들이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서툴고 어려워해요. 글도 많이 안 써봤고요. 그래서 그림도 그려보고 춤도 춰봤어요. 그렇게 이끌어낸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었죠.

예를 들어, 아이가 그림을 그리면 선생님이 너의 그림을 보니 이런 음악이 떠오르는데?”라고 하면서 즉흥 연주를 해요. 아이들이 공감하고 소통하고요. 글과 멜로디를 합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야 하니, 중간중간 본인을 표현하도록 여러 방법을 썼어요.

처음부터 감정을 표현해봐라고 하면 쑥스러워하니까 좋아하는 가수를 표현해봐”,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써봐라고 하면서 가사 쓰는 연습을 했고, 선생님이 즉흥 멜로디를 몇 번 붙이니까 신기해하고 호응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 하더라고요. 나중엔 혼자서도 잘 만들고, 선생님이 수정해 준 곡에 대해 엄청 깐깐하게 피드백했어요.(웃음)

 

  

그림으로 음악으로 나를 표현해봐요(사진제공_예나엔터테인먼트)

 

 

처음 수업과 마지막에 아이들이 엄청 달랐을 것 같아요.

4학년 아이는 처음엔 선생님과 말을 안 했어요. 쑥스럽고 낯을 가려서 입을 아예 안 열더라고요. 친구들하고만 조금 이야기하고 선생님이 말 걸면 대답도 안 하고 그림 그려보라고 하면 항상 백지상태고요. 이대로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마지막에는 그 아이가 제일 시끄러웠어요. 제일 말도 많고 뭐 하라고 하면 제일 잘하고요.(웃음)

작품 발표회에 가족들이 모두 왔어요.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오기도 했고요. 직접 노래 부르며 발표했고 가족들이 너무 좋아했죠. 모두 만족한 시간이었어요.


  

온 가족 앞에서 우리가 만든 곡을 연주했어요

 

한 해를 꽉꽉 채워 보내셨어요. 인큐베이팅부터 실제 수업까지 어려웠거나 생각지 못했던 점이 있었나요?

시작부터 끝까지 해본 건 처음이잖아요. 기회를 받은 것 자체는 정말 감사해요. 그런데 인큐베이팅 단계가 좀 더 간소화됐으면 좋겠어요. 주강사 2, 기획자 1, 보조강사 1명인데 강사비로만 전체 사업비의 반 이상이 빠져요. 단체가 생계를 유지하려면 다른 일을 병행해야 하는데 시간을 많이 뺏기다보니 여유가 없었고요. 인큐베이팅 하면서 다듬은 사업이니 더더욱 대충할 수는 없잖아요. 교육 할 때 집중할 수 있게끔 해주면 좋겠어요.

, 다섯 팀이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을 재단에서 마련해주면 좋겠어요. 처음 수업을 들을 때는 팀끼리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교육을 시작하고 나서는 네트워킹 시간이 전혀 없더라고요. 서로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휴가철에 너무 많이 결석해서 당황했어요! 생각 못 했는데, 방학하고 8월 첫 주에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더라고요. 그때 수업에 두 명만 나왔어요. 다음부터는 일정을 잘 체크 해야죠.


처음 긴 호흡으로 수업하셨잖아요. 수업 중 학생들과의 문제는 없었나요?

강사 한 명이 세 명을 맡아서 충분했어요. 유난히 많이 빠졌던 아이는 진도를 맞추려고 따로 오게 해서 수업했어요. 다행히 집이 가깝더라고요.(웃음)


앞으로 재밌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갈 텐데, 계획이 궁금해요.

다양한 연령대를 만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어르신이 가족을 위해 남기는 글과 곡을 쓰고, 그 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만들어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언제든지 꺼내서 볼 수 있게요.

그리고 연인들이 프러포즈할 때 짧은 멜로디와 가사를 본인이 직접 만들게 하는 등,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곡을 만들기, 좋죠?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한 인터뷰이의 한 해를 들었다. 어떻게 보면 길고, 어떻게 보면 짧은 500m 달리기를 함께 한 기분이다. 마지막에 도착했을 땐 숨이 찼다. 하지만 내내 젊음과 열정의 기운을 받았다.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은 이렇게 힘차구나. 그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 가는 길, 나무의 푸른 잎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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