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호] 안녕? 계림 / 조중현 모담지기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3-11-28 조회수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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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계림


인터뷰이 : 김윤미(실내악단마하나임 대표)

취  재 : 조중현 모담지기



김윤미 대표의 계림동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어린시절 시청 옆에 살던 기억이 났다. 내가 초등학생이던 90년대 계림동은 상당한 번화가였다. 광주광역시의 주요 행정기관이 자리하고 있으니 당연한 것 이였고 그 옆의 광주역은 중요한 철도교통의 역할을 하고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지금 계림동은 방치되어 낙후되었다. 그만큼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점점 잊혀져 가는듯하다. 김윤미 대표와 인터뷰를 하며 당시의 어린시절이 떠오르며 계림동의 쇠락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실내악단 마하나임'이라는 이름으로 16년째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는 김윤미 대표는 창의예술학교'에서 별별문화예술학교'를 운영했다. 계림동을 주제로 남녀노소가 소통하는 모습을 꿈꾼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소개 부탁합니다

'실내악단 마하나임'(이하 '마하나임) 대표 김윤미입니다. ‘마하나임은 연주활동과 음악교육사업을 하는 단체입니다. 2008년에 교회에서 만난 클래식 음악 동료들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결성 후에 요양원, 시골에 있는 교회 같은 곳을 다니며 봉사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시골에 공연을 갔는데 홈스쿨링을 하는 곳에서 자원봉사 해 줄 선생님을 찾고 있더라고요. 이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문화예술교육의 시작이었습니다.


의하는 모습, 주황색 원피스를 입은 김윤미 대표와 아트에듀원광연 대표 /출처_김윤미


 

별별문화예술학교에 대해 알려주세요.

별별문화예술학교는 네 개의 단체가 연합해서 만들어진 학교예요. 올해는 '()한국예술진흥회', '다원예술', '아트에듀' 그리고 '마하나임'이 선정되어 각자 개발한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계림동을 주제로 그곳의 역사, 문화자원들을 주민들과 공유하며 소통하기 위한 기획입니다. 저희는 공동 사무국 운영과 함께 '동구네 음악대-Happy 클래식 앙상블', '아마빌레-노래하는 아이들'을 운영했습니다.

 

'마하나임'은 작년에 이어 2년 차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어떤 다른 점이 있나요?

작년에는 계림동을 알아가고 별별문화예술학교의 존재를 알리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기획단을 꾸려 계림동에 대한 자료를 찾고 공부하며 동네의 분위기를 파악했어요. 각 단체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사업설명회와 결과공유회를 하며 주민자치위원회, 계림1동 주민센터, 광주고등학교, 계림초등학교, 지역아동센터, 마사회등 계림동 주민들에게 별별문화예술학교를 알리는데 주력했습니다. 근데 공통 주제가 없는 게 조금 아쉬웠어요. 그래서 올해는 하나의 주제를 잡기 위해 애를 썼어요. 계림동에서 자꾸 모이다 보니 그 동네가 보이기 시작했고 그게 주제가 되었어요. 네 단체가 함께 운영하는 공동 프로그램 '경양마을 별별 예술단'을 기획했고 각 단체의 기획도 계림동으로 묶어내었어요.



별별문화예술학교 결과발표회 리플릿 /출처_김윤미


계림동에 대한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요.

중년층부터 노년층의 광주사람에게 계림동은 번화가로 기억될 것 같아요. 1960년대 까지 농경지에 물을 공급했던 '경양방죽'이라는 큰 저수지가 있었고요. 송정역이 생기기 전까지 광주역이 광주의 철도교통을 전담했습니다. 어린 친구들은 모르겠지만 상무지구에 있는 광주시청이 지금 대형마트 자리에 있었고 또 대인동 공용버스터미널과 대인시장, 문화동 시외버스정류소와 서방시장은 인근지역인 장성, 담양, 화순의 상인들로 북적였습니다. 책을 구하기 어렵던 시절 유림서점을 비롯한 헌책방 거리가 성황이었고요. 플루트를 전공했던 저도 악보를 사러 헌책방을 돌아다니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시청이 옮겨간 후부터 계림동이 쇠락한 것 같아요. 지금 계림동은 두 곳으로 나뉘어져 한쪽은 도시재생지역, 다른 한쪽은 재개발지역이에요. 재개발 지역의 신축아파트에는 새로운 주민들이 유입되었고 도시재생지역은 원래 주민이 그대로 살고 있었어요.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느껴집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계림1동에 있는 마사회예요. 경마가 있는 날과 없는 날의 분위기가 너무 달라요. 경마가 있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인근 도로가 차량으로 마비가 되요. 그 반면에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너무 적막해요. 대비되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에요. 동네가 전체적으로 고령화되어 있는 게 또 다른 특징입니다.



  ▲1946년, 만수위가 된 경양방죽의 풍경  /출처_나무위키                                                                      ▲1999년의 광주역. 앞의 분수대 로터리가 사라지고 도로 구조가 바뀌었다./출처_나무위키


  

                 2002년의 광주광역시청 /출처_광주시청각자료실                                                                   계림동의 대표 헌책방 유림서점 외관 /출처_인문360>



공동 프로그램은 '경양마을 별별 예술단'은 어떻게 운영되었나요?

먼저 계림동에 있던 저수지 경양호에서 이름을 가져왔어요. 우리 동네를 돌아보며 느낀 감정을 시와 노래로 표현하는 예술단이에요. 기획서를 작성할때 남녀노소가 모여 화합을 이루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어르신들만 모집이 되었어요. 칠십 대부터 구십 대 어르신들로 구성되었는데 이분들이 대부분 계림동 토박이예요.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으로 과거 여행하기, 그림과 시로 나 자신과 소통하기, 우리 동네 이야기 만들기, 합창하기를 하며 스무 번이나 만났네요. 프로그램을 마치고 보니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온 어르신들의 삶이 고스란히 보였어요


별별문화예술학교에서 마하나임이 운영한 프로그램에 대해 알려주세요.

첫 번째로 '아마빌레-노래하는 아이들'이에요. 계림동에 사는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했어요. 프로그램 홍보를 하며 새로운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원래 계림동의 아이들이 다양하게 모이길 바랬어요. 하지만 의도대로 되지는 않았어요. 새로운 아파트에 홍보를 갔을 때는 너희들이 하는 프로그램을 우리 아파트로 가지고 들어와서 하자'라고 했어요. 저희가 기획한 의도와 달라서 그건 당연히 성사되지 못했어요. 홍보를 하고 신청을 받던 중 두 집에서 먼저 연락이 왔는데 각각 다섯명, 여섯명이 모였어요. 알고 보니 '그룹홈'의 아이들이었어요. 가정 보육원의 아이들이죠. 아이들은 열 번의 수업동안 단 한번도 빠지지 않았고 발표회까지 매우 잘해줬어요. 공연 전날인 금요일에 미로센터에서 리허설을 하는데 눈이 휘둥그레진 아이들이 설레며 기뻐하는 모습이 생각나요. 긴장속에 발표회날이 되었고 아이들은 저와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해주었습니다. '동구네 음악대'의 반주에 맞춰 부른 '고향의 봄'이 특히 감동적이었요. 발표회가 끝나고 관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받았어요. 어떤 분은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고 하고, 어른으로서 사회에 좋은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분도 계셨어요. 관객들의 생각은 제각각이었지만 느끼는 감동은 하나였을 거예요. 잘 울지 않는 저도 무대에서 노래하는 아이들을 보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마빌레-노래하는 아이들' 연습하는 장면 (계림1동 도시재생지원센터)  /출처_김윤미                  '아마빌레-노래하는 아이들' 공연 (동구 예술의 거리 미로센터 공연장)/출처_김윤미

 

두 번째는 그림형제의 동화 '브레멘 음악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동구네 음악대-Happy Classic'이에요. 매주 금요일 날이 저물면 악기를 하나씩 가지고 모여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스물다섯 명을 모집했는데 아쉽게도 이탈자가 있어 열네 명이 무대에서 연주했습니다. 이분들을 보면서 무리의 힘이 참 대단하구나 느꼈습니다. 혼자 할 때는 뭔가 엉성하고 서툴지만 앙상블이 되면 서로 의지하게 돼요. 그럼 다 같이 엔딩까지 연주할 수 있죠. 그런 면에서 특히 클래식 앙상블은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 같아요.



동구네 음악대-Happy Classic 연습, 공연장면 /출처_김윤미



어떤 계림동을 꿈꾸시나요?

최근에 별별문화예술학교 운영진들과 선견지 탐방으로 부산에 다녀왔어요. 도시재생지역의 성공사례로 찾아본 탐방지였지요. 깡깡이 예술 마을, 흰여울문화마을, 감천문화마을을 둘러보고 저녁에 돌아와서는 양림동에 들렀어요. 부산은 지역의 문화와 지형의 특색을 그대로 살려 관광지가 된 사례였고 양림동은 근대화 과정의 역사와 건축물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곳이더라고요. 계림동도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면 멋진 문화마을로 재탄생하여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며 어린시절 생각에 잠시 추억에 잠겼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내가 봤던 풍경은 애고 어른이고 북적였던 거리와 사람들로 꽉꽉찼던 식당들이다. 그런데 지금 계림동을 지날 때면 마치 오래 알고지낸 친구가 이제는 힘이 다한 느낌이다. 김윤미 대표와 인터뷰를 하며 계림동에게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았다. 그녀가 일으키는 작은 물결이 큰 파도가 되길 바란다. 그런 마음을 담아 여러분들도 계림동을 지날 때면 관심과 사랑을 담아 이렇게 인사해 주길.  


안 녕?  계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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