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호] 혼자가 아닌, 사람들과 그림을 그립니다 / 오솔비 모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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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3-12-22 조회수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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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닌, 사람들과 그림을 그립니다


인터뷰이 : 노이노이 대표 류수빈

 취  재 : 오솔비 모담지기


△물감 냄새가 가득한 동명동 화실 노이노이



신입생 때 선배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졸업한 선배들은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요?” 선배는 알면 다쳐~ 그런 건 알려고 하지 마라고 말하며 웃었다. 나는 그 대답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나를 너무 어리게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무책임한 말이라고 느꼈다. 나중에 후배에게 같은 질문을 받게 된다면 저런 답변은 하지 말아야지 생각한 게 아직도 기억난다. 시간이 흘러 졸업생이 되었지만 여전히 마음에 드는 답을 생각할 수 없었다. 지금의 나는, 미대를 졸업하고 작업이 몇 년간 멈추어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린다. 내 이름의 작품이 아닌, 타인과 함께 그린다. 그리고 오늘은 이런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났다. ‘노이노이를 운영하며 문화예술강사로 활동하는 류수빈, 그녀의 화실은 물감 특유의 냄새와 따듯한 볕이 어우러지는 공간이었다.




△사람들을 만나는 따듯한 공간



솔비 : ‘노이노이의 뜻이 궁금해요.

수빈 : 노이노이는 새로운 우리라는 뜻이에요. 새로 취미를 가지는 사람들이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을 만드는 곳이 되고 싶어서 지은 이름입니다.

솔비 : 현재의 직업은 수빈 님의 꿈이었나요?

수빈 : 아니었어요. 어릴 때는 제가 작가 활동을 하면서 살아갈 줄 알았어요.(웃음) 환상 속에서 살았던 것 같지만 지금도 가지고 있는 꿈입니다




△ 그림 그리는 사람, 수빈


솔비 : 왜 환상이라고 생각하세요? 어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까요?

수빈 : 작가는 자신만의 확실한 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을 견딜 자신도 있어야 하죠. 그런 부분에서 저에게는 작가 활동이 환상이었어요. 경제적인 활동으로 화실 운영에 집중하다 보니 막상 작품 활동을 할 시간도 없더라고요. 두 가지 일을 모두 잘 해낸다는 거 자체가 환상 같아요.

솔비 : 미술은 언제부터 좋아했어요?

수빈 :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어요. 초등학생 때는 집에 있는 모든 가구를 아크릴 물감으로 칠하기도 하고 낙서도 많이 했지요. 그러다가 중학생 때 미술로 대학교도 갈 수 있다는 걸 알고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솔비 : 어린 수빈은 왜 그렇게 그림이 좋았을까요?

수빈 : 어린 시절의 저는 많이 소극적인 아이였어요. 말로는 생각을 표현하기가 힘들고 답답했는데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면 감정이 표출되더라고요. 그렇게 표현하는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솔비 : 수빈 님의 mbti 궁금해요.

수빈 : 저는 변덕이 심한 성격이라 mbti가 자주 바뀌는데 istp, isfp 반반 나와요.

솔비 :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수업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수빈 : 저는 소심한 성격이라 처음 만나는 분들이 조심스러워요. 수업 참여자분들도 서로 조심스럽게 대하니까 그 부분이 잘 맞더라고요. 처음에는 걱정도 되고 어려울 것 같았지만 이런 제 성격이 좋은 작용을 하는구나 느끼고 있어요.






솔비 :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특별히 애정이 가는 대상이 있다면?

수빈 : 혼자 오는 이삼십 대에게 가장 애정이 가요. 수업하는 동안 서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야기하면서 많이 공감해요. 갖고 있는 고민들이 비슷하거든요. 취업, 연애, 결혼과 같은 비슷한 가치가 있으니까 금방 친해지고 편해져요. 제가 사오십 대가 되면 또 바뀔 수 있어요.(웃음)

솔비 : 이삼십 대 분들과 진행하고 싶은 프로젝트도 있을 것 같아요.

수빈 : 함께 그림을 그리는 소개팅을 생각하고 있어요. 제 수업에 오시는 분들을 보면 참 멋진 분들인데 이성친구를 만날 기회가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일반적인 소개팅은 약간 부담스럽잖아요, 대화 주제가 그림이 되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수업을 하면 다 모르는 사람이어도 금방 친해지거든요.

 

 

솔비 : 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수빈 : 사람들이 찾을 때 문화가 되고, 예술적 가치가 있는 교육이 된다고 생각해요. 문화예술교육은 즐길거리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문화예술교육을 찾는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의 권태로움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즐길거리가 되죠. 스스로 만들어내는 결과물로 성취감을 얻을 수 있고 삶의 재미를 찾을 수 있으니까요.

솔비 : 제 주변에서는 광주를 떠나는 청년들이 많아요. 타지에서도 활동하셨는데 다시 광주로 돌아온 이유가 있나요?

수빈 :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이 지역이 익숙하기도 했지만 예술이 특화된 도시에서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제 학창 시절 기억에는 광주가 예술의 도시거든요. 주변 사람들을 보면 일자리 문제로 광주를 많이 떠나요. 그리고 더 많은 문화시설을 누리고 싶은 욕망도 있다고 생각해요.

솔비 : 광주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수빈 :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무료 전시, 체험부스, 행사에 대해서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즐길 거리는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솔비 : 꾸준히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원동력이 있다면?

수빈 : 항상 새로운 분들과 그림을 그리다 보니 계속 다른 주제를 그리게 돼요. 작업하는 사람도 다양하고 주제도 다양하니까 싫증 날 겨를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꾸준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솔비 : 어떤 주제들을 다루나요?

수빈 : 인물, 풍경, 추상 등 오는분들이 원하는 것을 그려요. 이미지를 가져오시거나 설 명해주시면 쉽게 그릴수 있는 방안으로 제가 제시하죠. 자유 주제라서 따로 주제를 잡지는 않아요.

솔비 : 수업 후 참여자들의 변화도 있나요?

수빈 : 참여자들이 항상 공통적으로 묻는 게 있는데 그림이 처음인데 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에요. 수업이 끝난 후에는 생각보다 쉽고 재밌었어요!’라고 하세요. 예술을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의 마음이 변하는 것 같아요. 조금이나마 예술의 문턱을 낮추고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 뿌듯하고요.

솔비 : 수빈 님도 변했나요?

수빈 :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부정적이었던 제 성격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어요.

솔비 : 밝고 쾌활해 보이는데 부정적인 성격이라니, 저는 상상이 안 가는데요

수빈 : 밝아 보였다면 성공이에요! 지금도 많이 부정적인 편이지만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노이노이에서 그릴 수 있는 연말 그림


솔비 : 부정적인 감정으로 힘들 때 이겨내는 방법이 있나요?

수빈 : 바쁘게 할 일을 계속 만들어 내요. 나쁜 생각이 들다가도 할 일이 있으니까 안 좋은 생각을 할 시간이 없이 만드는 거죠.

솔비 : 수빈 님의 내년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수빈 : 내년 계획은 아직 없어요. 즉흥적인 성격이라 미리 정해두지 않아요. 그래도 목표가 있다면 23년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싶어요.

솔비 : 많은 사람들과 꾸준히 그리고 있는 2024년일 것 같아요. 일부러 바쁜 시간들은 올해보다 적었으면 좋겠네요. 그림 그리는 소개팅도 꼭 진행해 주세요~~

 

혼자가 아닌, 문화예술교육

사람이 필요하고 사람에게 필요한 교육이라서 다정하다. 자신이 부정적인 편이라고 하지만 모순되게 그녀의 눈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 코끝이 차가운 겨울에 온기를 나눌 수 있었던 오늘, 나는 이제 스무 살의 질문에 답을 정했다.

미술을 꿈꾸던 사람들은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요?“

혼자가 아니어도, 혼자가 아니어서 꾸준히 그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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