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호] 선생님 우리 시작할까요?
운영자
날짜 2023-08-29 조회수 158

 

 선생님, 우리 시작할까요?

북구문화의집 링크트리마중물 모임 현장 후기

 

문화예술교육팀_김유정

 

 

89일 뜨거운 여름날.

초록초록한 공원 옆 건물 2층을 향해 우드 데크를 따라 걸으니 스멀스멀 나무향이 반긴다. 북구문화의집을 생각하면 언제나 내게 새로움을 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번엔 또 어떤 배움이 나를 자극할지 기대를 안고 북구문화의집을 향했다.

 

선생님 융복합 문화예술교육, 시작할까요?’라는 주제로 학교문화예술교육링크트리마중물 모임이 북구문화의집에서 열렸다. 시작 전 장비를 준비하듯 참가자들에게 나무로 만든 독서링, 연필, 테이블용 스탠드를 나눠주었다. 완제품이 아니다. 독서링은 동봉된 사포로 살살 문지르고 오일을 발라줘야 되고, 나무 가지를 직접 잘라 만든 연필은 사각사각 깎아야 쓸 수 있다. 스탠드는 한 땀, 한 땀 직접 만든 메이드 인 북구문화의집이다. 흔하지 않은 물건(?)들을 두 손 가득 챙겨 자리에 앉았다.

 

 

△북구문화의집스러운 안내판과 나무로 만든 독서링, 연필, 스탠드

 

 

 

모임의 참석자는 대부분 학교 선생님이고 문화예술교육매개자와 사업관계자 등 30여 명이 모였다. 생소한 듯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김희승 담당자가 인사와 함께 모임의 시작을 알렸다.

 

링크트리는 북구문화의집에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주최하는예술로 링크(LINK)의 사업으로 그간 쌓아온 역량과 경험을 가지고 올해 처음 지원 한 사업이다. 학교 선생님, 매개자, 예술인이 모여 연구모임을 하고 각각의 테마에 맞는 현장워크숍 로드스꼴라’, 그리고 이 과정의 소통체계 구축을 위한 예술배움위원회를 운영한다. 그리고 참여자들이 함께 아카이브 하는 과정을 담아 연결, 다각화, 지속의 학교문화예술교육을 실행한다. 이날 진행한 마중물 모임은 매개자, 협력 학교 선생님들이 사업의 시작을 함께 하고자 모두 모인 자리였다.

 


 


△마중물 모임 진행중

 


먼저예술로 링크(LINK)사업에 대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박경하 담당자가 추진배경, 과정 등을 안내해 주었다.

학교문화예술교육 다각화를 위해 2022년 시범사업을 시작한예술로 링크(LINK)는 학교 맞춤형 교육, 돌봄 서비스 제공에 대한 수요를 고려하여 지역(기초)과 학교를 연계한 매개자 협력 학교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이다. 다양한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여 수요에 맞는 학교 문화예술교육 기획하고, 학교 안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이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한다.

연결, 유연, 연속의 키워드를 가지고 학교와 지역이 유연하게 연결하는 구조를 구성하는데 그 역할에는 매개자가 있다. 매개자는 학교 안과 밖에서 필요로 하는 예술교육의 수요를 조사하고 지역 자원을 연계하여 학습자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2023년은 4개 지역(전북 전주, 경기 양평, 광주 북구, 전라남도)에서 협력학교를 모집하고 학교수요를 바탕으로 지역자원을 교육과정과 연계한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그리고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형태로 추진된다고 한다.

 

그간 문화예술교육계에서는 학교와 지역을 연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져 왔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예술로 링크(LINK)는 지역을 기초로 설정하고 학교와 지역의 유연한 연결을 위한 매개자의 역할을 만들었다. 이러한 구조가 이 사업의 가장 큰 핵심이라고 생각된다. 매개자는 사업의 실행을 위해 상담, 컨설팅, 네트워킹 등의 활동을 수행해야 하기에 문화예술교육의 5년 이상 활동가로 구성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북구문화의집은 3명의 매개자를 구성했다. 각각의 테마(삶의 그릇/ 작은 것, 먼 곳/ 쓸모)를 가지고 5~6개의 학교를 만난다.

 

 


첫 번째 삶의 그릇매개자 독립서점 러브앤프리를 운영하고 있는 윤샛별 대표이다. ‘삶의 그릇은 사람과 예술에 관한 탐구로 청소년의 일상이 예술이 되고, 청소년의 생각과 말이 문학과 철학이 되는 과정을 경험해 보고자 한다. 교육과정에 맞춰 문화기획자-학교교사-예술문학작가와 만나 관찰-창작-감상-비평으로 청소년들은 예술적 감각을 깨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한다.

 

삶은 어디 다른 곳에 있지 않고 자신이 발 딛고 있는 곳에서 펼쳐진다

자신과 주변이야말로 예술의 공간이고, 교육이 일어나야 마땅한 곳이다.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다

 

 

두 번째 작은 것, 먼 곳매개자는 동물권 단체 성난비건의 유휘경 대표이다. 오늘의 선택으로 내일이 달라지는 환경생태교육으로 인간과 비인간 모두가 안전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내일을 위해 기꺼이 나의 오늘을 바꾸는 생태전환교육이 주제이다. 지역 활동가, 생태전문가, 문화예술기획자와 교사가 어린이청소년의 든든한 동료가 되어 지구를 위해 끼치지 않는 수업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예술로 접근하는 눈앞의 생태 감수성부터 기후위기까지 

생태에 속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생태를 존중하는 방법

예술로 이어지는 생태와 나의 연결 

 

 

세 번째는 이로운 것을 상상하고 만들고 쓰고 고치는 쓸모매개자는 고영준 기획자이다. ‘쓸모는 기술 중심주의와 소비가 아닌, 사물의 쓸모를 생각하며 스스로 구상하는 사유의 학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필요한 것을 직접 생산하는 메이커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로운 것을 상상하고 만들고 쓰고 고치면서 주변에 대한 문제인식부터 디자인적 사고까지 배워보고자 한다. 


'기술은 예술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예술은 기술을 필요로 한다.

예술이라는 큰 그릇 속에는 기술도 들어 있고 사상도 담겨 있다.

이로운 것을 상상하고 만들고 쓰고 고치면서 예술이 묻어간다.'



매개자와 학교 선생님은 사전회의를 진행한 상태라고 한다. 각자의 전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학교의 수요를 함께 찾고 고민하며, 지역 예술가 연결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중부대 현혜연 교수의 강연도 함께 했다. 듣는 내내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새로운 배움을 공유하기 위해 아래 내용을 담는다.

 

현혜연 교수는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위험과 재난이 닥칠지 모르는 불안정한 시대에서 오는 재난감각의 일상화를 이야기하며 개인과 집단 모두에게 사적, 정신적 가치의 위기를 설명했다. 그리고 기술 환경의 장단점을 살피지 못하고 바로 적용한 시대의 등장을 이야기했다.

이렇게 빠른 변화는 기후위기, 생태계 파괴가 현실로 다가왔음을 알리고 있으며, 인간 삶의 기반에 대한 숙고, 사회, 내 옆에 있는 사람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인간의 가치,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발견에 고민하면서 교육과 예술의 기본 전제가 전환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학교가 예전에는 가르치는 공간이었다면 이제 돌봄이 중요해졌고 그 안에서 배움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시도가 요구된다. 학습의 주도권이 교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주워져야 하는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미디어는 아이들의 삶에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고, 사고의 형태도 변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학교는 교사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지역사회 모두가 같이 협력하고 연결해 아이들이 스스로 무엇인가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로 방향을 달리해야 한다.

 

예술에 대한 관점은 우리 삶 안에서 기능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기에 우리가 다른 삶을 선택하게 해주는 힘은 예술에 있다. 예술을 통해서 삶을 보는 방식이나 삶에 대한 생각, 행동이 변화해야 한다.

학교문화예술교육은 진짜 필요를 탐구해야 한다. 아이들 혹은 학교에 무엇이 필요한지, 학교 그리고 주변지역에서 우리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탐구해야 하는 것이다. 예술가를 만나서 예술적 체험을 하는 것에서 모두가 자기답게 살기 위한 학습의 주체로 예술을 만나는 것으로. 그 방법으로 융복합 문화예술교육, 예술로 링크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주체의 연결을 위해 지역, 학교, 매개자, 예술가, 아이들의 유기적인 연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이야기하며 하나의 유기체로 링크트리가 멋지게 반짝반짝하기를 기대했다. 

 

 

이제 학교의 고민을 중심으로 지역과 예술가 그리고 아이들이 만날 과정이 남아있다. 10차시 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난다고 하니 그 하나하나의 과정이 벌써 궁금해진다. 마지막으로 선생님들의 의욕 가득한 참여 의지를 나눴다.

 

 

 

△마중물 모임 진행중

 

 

 

문화예술교육을 이해하고 싶지만 예술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어렵다. 자꾸 기능에 치우치려고 하는 경향도 있어서 매개자, 예술가와 협업하면 생각을 깰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있다. 아이들도 그런 경험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지원했다

 

미술선생님이다. 미술선생님도 예술가가 주는 자극과 영감이 필요하다. 예술가와 결합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수업을 할 때 항상 재료에 대해 목마른 느낌이 있었다. 또 학생들과 수업하고 나면 잔뜩 쌓인 쓰레기를 만나게 되는데, 충분히 교육적이면서 다시 쓸 수 있는 재료에 대한 고민 있다. 이런 고민을 예술가와 나누고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

 

농어촌혁신학교이다. 학교 아이들은 텃밭을 가꾸다 보니 선생님들보다 감자를 잘 캔다. 손 잘 쓰는 아이들의 또 다른 손쓰는 작업이 기대되고, 예술가와 함께 학교에 쓸모 있는 무언가를 만들게 될지 기대된다.”

 

 

손에 쥐고 있는 독서링, 나무연필, 탁상용 스탠드가 매개자들의 테마와 연결되는 듯 보였다. 그들의 노력과 협업이 녹아들어 의미 있고 값진 과정의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 요즘 사회적으로 불안과 혐오가 계속되고 있다. 돌봄과 사회안전망이 필요한 시기에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와 지역이 함께 소중하고 행복한 경험을 주면 좋겠다. 스스로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들로 자라날 수 있도록 말이다. 아이들, 학교선생님, 매개자 그리고 예술가가 어떤 재미나고 신나는 일을 벌일지 기대해 본다.

 

선생님, 이제 진짜 융복합문화예술교육 시작해 볼까요?

 

링크트리과정이 속속들이 궁금하다면,  https://linktreeschool.notion.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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