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 편지] 두 시간만에 동료가 되었다
광OO
날짜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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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만에 동료가 되었다



김민상 /(재)담양군문화재단 생활문화팀원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기에 문화예술교육 웹진에서 원고를 요청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기획자도 아니고 예술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참여자도 아닌 그저 기관에서 행정 업무를 하는 사람인데 우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인터뷰 장소에 도착했다.


퇴근 후 저녁, 인류학을 공부하며 현재는 ‘예술약방’ 소속으로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김주영 님을 만났다. 처음 만난 이와 얼마나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을지 못내 두렵고, 어색했다. 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금세 우리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의 일터에서 일한 지 석 달째이고 ‘예술로 어울림’ 사업 담당자라는 점이었다. 공감대가 생기니 마음이 편안해졌고 비로소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인류학과 문화예술교육 사이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지, 인류학에서 본 문화예술교육은 어떨지 궁금했다. 그렇게 ‘예술약방’으로까지 흘러오게 된 사연부터 여쭤보았다.



“코로나 시절 ‘예술약방’ 오주현 대표와 ‘북구문화의집’ 도시 텃밭 프로그램을 통해 인연이 되었는데 저를 좋게 보신 덕분에 ‘창의예술교육랩’ 사업이나 ‘전남문화재단 행복문화지소’ 등 이후의 일들도 함께하게 되었어요. ‘행복문화지소’ 일을 하면서 지역 활동가들과 이십 대 청년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지역의 문화예술교육과 문화생태계를 알게 된 것 같아요. 그 일을 마무리하는 시기에 ‘예술로 어울림’을 하게 되면서 ‘예술약방’과 정식으로 일하게 되었네요.”



인류학을 공부하며 현재는 ‘예술약방’ 소속으로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김주영 님 ⓒ청춘기획



오주현 대표와의 인연으로 지금의 ‘예술로 어울림’을 진행해 보는 감사한 기회를 얻게 되었다면서, 고민도 많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성취감과 재미도 함께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주영 님은 문화예술교육의 어떤 지점에서 흥미를 느끼고 있는 걸까?



“관계와 네트워크에 대한 고민으로 인류학을 시작했는데 문화예술교육에서도 비슷한 부분을 느꼈어요. 문화예술교육을 하다 보면 결국 사람을 만나 사람이 남게 되고 나와 연결고리가 전혀 없던 예술가, 기획자, 기관 관계자들과 사업이라는 매개를 통해 관계가 형성되는 것 같아요.”


“‘행복문화지소’ 일을 하며 인터뷰하러 다닐 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가진 지역에 대한 생각과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생각 혹은 예술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게 재미있었어요. 사람마다 다른 생각과 날 것의 현장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필요를 다양한 방법으로 제안하면서 관계를 시작할 수 있더라고요.”



그의 말을 들으니 나 또한 예술가와 참여자들이 자기의 터를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고유한 이야기를 재창조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바라보곤 했다. 또한 그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자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면서 문제를 풀려고 애쓰는 사람 같았다. 인상적이었다.



예술가와 참여자들이 자기의 터를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고유한 이야기를 재창조하는 과정이 흥미로운 김민상 님 ⓒ청춘기



이야기를 쭉 듣다 보니 큰 맥락 안에서 문화를 바라보는 인류학과, 생활문화와 예술 중심인 문화예술교육이 어떻게 다를지 궁금해졌다. 두 분야 모두를 경험해 본 그는 무어라 말할까.



“결이 다른 느낌이에요. 인류학에서 바라본 문화는 어떤 사회의 총체적인 맥락과 인간 삶의 양태에 대한 느낌이라면 ‘예술약방’을 통해 바라본 문화예술교육은 감각적인 느낌이에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느낌에 가까워서 낯설기도 해요.”



문화예술교육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자기 이야기를 끄집어내야 하는 부분이 낯설고 생소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주영 님이 생각하는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역할을 하고 또 어떤 가치가 있는지 물었다.



“예술을 통해 타자를 적대화 하지 않고 환대할 수 있도록 창의성, 감수성과 같은 문화 수용성을 키우는 게 문화예술교육이 아닌가 싶어요. 예술교육은 진짜 전문가들이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래도 문화예술교육은 좀 더 많은 사람이 즐기고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 이러한 부분이 지역사회와 공동체로 이어져 영향을 주는 게 아닐까요.”


“우리가 가치 있다고 말하는 것들이 흔히 돈이나 물질적인 것들로 표현되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가치 있다고 여기죠. 그중에서 문화예술교육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회학적 가치나 도덕적 가치에 가까운 듯해요. 결국 더 큰 사람이 되는 방식에 가까운 거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대안과 방향성을 제시해 주려면 그러한 가치는 뜬구름 상태로 잡히지 않아야 하는 것 같아요. 뜬구름이 잡히면 구름도 아닌 것처럼요.”



예술을 통해 타자를 적대화 하지 않고 환대할 수 있도록 창의성, 감수성과 같은 문화 수용성을 키우는 게 문화예술교육이 아닌가 싶어요 ⓒ청춘기획



이런 답변을 들으니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 문화예술교육 분야가 꽤나 멋지고 근사한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생기는 듯했다.


지금 하는 일에서 같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주영 님의 고민으로 인터뷰는 마무리되었고 같은 일을 맡고 있는 입사 삼 개월 차 우리는 서로 든든한 동료가 되어 주기로 했다.


인터뷰 두 시간 만에 낯선 사람은 나의 동료가 되었다.







김민상 / (재)담양군문화재단 생활문화팀원
일로 만난 문화예술교육과 사적으로 친해져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잠시 담양에 정차한 프로봇짐러로 여러 지역을 오갔던 흔적이 묻어있는 나를 좋아한다.
나만의 경험을 어떻게 아웃풋으로 나타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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