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 편지] 자립의 여정, 함께 걷는 시간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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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과 함께한 4년의 문화예술교육을 성찰하다

자립의 여정, 함께 걷는 시간


최태웅 / 놀이요점빵 크루



몇 해 전, 매체를 통해 ‘자립준비청년’이 대중에 알려졌다.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면서 호칭이 ‘자립준비청년’으로 바뀌었지만 새로운 집단이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주변에 있었지만 관심 두지 않았던 대상일 뿐이다. 성인이 되면 보육시설이라는 울타리 밖으로 나가 스스로 삶을 개척해야 하는 ‘자립준비청년’들과 문화예술교육 하며 만나고 있는 ‘놀이요점빵’의 이야기를 참여자이자 관찰자로서 짧게 적어본다.


그들을 주목한 것은 사 년 전쯤이다. 문화예술교육 공모사업을 준비하면서 가족의 다양한 형태를 고민했고, 그중에서도 1인 가족에 집중하던 중이었다. 또한, 그동안 해왔던 ‘학교 밖 청소년’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싶던 차에 ‘보호종료아동’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보육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크다가 성인이 되면 말 그대로 더는 보호받을 수 없다. 이때 선택지는 두 가지인데, 자립하기 위해 야생으로 뛰어들어 ‘자립청년’이 되거나 관련 시설에서 공동생활을 이어가며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이 될 수 있다. ‘놀이요점빵’은 후자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과 함께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시우시작 1,2,3,4(2021~2024)



‘자립준비청년’(이하 친구들)과 알고 지내던 사이는 아니었기 때문에 주변에 수소문하고 보육시설에 연락하면서 직접 만나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시설에서 호의적이지 않았고 심하게 경계했기 때문에 접점을 찾기가 정말 어려웠다. 맨땅에 헤딩을 반복하다가 현재 사무국장님을 겨우 만났다. 친구들이 “이모”라고 부르는 사무국장님은 처음엔 우리를 꺼렸고 더군다나 ‘코로나19’가 극에 달했던 상황이라 출입은 물론 친구들을 만날 수도 없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사무국장님은 우리를 ‘뻔한 프로그램 들고 와 뻔한 이야기를 하러 온 영업사원’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도 우리의 마음이 조금은 가닿았는지 결국 그들과 만날 수 있었다.


겨우겨우 만나게 된 친구들의 눈빛에서 경계심을 느꼈다. 한없이 늘어져 있거나 게임에 열을 올려야 하는 시간에 지루하고 재미없는 교양강좌 따위를 반강제로 참여해야 한다니 굉장히 불만스러웠으리라. 친구들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것을 보여줄 거냐, 뭐라고 하나 보자’하는 반응이었고, 우리는 반대로 이들은 거칠고 날카로우리라 지레짐작하다 보니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먼저 질문을 던지는 등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농담을 던지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마음이 조금 열렸구나’하고 느꼈다. 서로 안부를 묻고, 시시한 농담일지언정 같이 낄낄댈 거리를 찾으면서 우리는 조금씩 친해졌다.


벌써 사 년째, 프로그램을 구실 삼아 이들을 만나고 있다. 말 그대로 ‘자립’을 위해 필요한 행정, 금융, 부동산 정보를 익히고, 여가를 함께 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기 돌봄’이라는 키워드로 이어가고 있는데 요즘엔 아이디어가 고갈되어 머리를 쥐어짜는 중이다. ‘매너리즘에 빠졌나’, ‘문화예술교육이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나’하는 진지한 고민도 한다. 그렇지만 처음 이들을 만나 느꼈던 감정을 되새기면서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프로그램 시간엔 선생과 참여자로, 다른 때엔 따로 갑자기 가볍게 만나기도 한다. 특히, 일손이 부족할 때는 우리의 스태프로도 만난다. 이렇게 만날 거리를 조금씩 만들면서 관계가 두터워지고 있는 것 같다.


참여 대상이 무엇을 생각하고 원하는지 듣고 나서 대상에 대한 공감의 지점을 찾는 놀이요점빵 이다정대표, 이보미, 최태웅(왼쪽부터) ⓒ청춘기획



문화예술교육 공모사업을 준비하면서 친구들을 만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참여자가 필요했다.” 공공선이나 사명을 위한 명분보다는 구체적 대상이 필요했고 계획서로 설득해내야 했다. 늘 ‘소외’에 집중했기 때문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소외된 이들이 또 어디에 있을까?’하고 생각했다. ‘놀이요점빵’이 했던 프로그램을 돌아보면 복잡한 도심보다 한적한 곳으로, 부촌보다는 빈촌으로, 학원 뺑뺑이보다 놀거리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문화적 소외 극복’이라는 명분보다는 우리들 기질에서 비롯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프로그램의 주제나 장르를 정해놓고 거기에 적합한 대상을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설계하진 않았다.


공모사업은 시기와 종류가 크게 바뀌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는 연초에 미리 프로그램의 얼개를 어느 정도 구상해 놓는다. 특히 ‘자립준비청년’들과의 프로그램은 사전에 사무국장님과 친구들을 만나서 같이 고민한다. 시설에서 무엇을 고민하는지, 친구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원하는지 듣고 나서 공감하는 지점을 찾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업과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기획에 들어간다.

기획할 때 참여자 생각을 고려하지 않고 단체 처지에서만 짐작해서 설계한다면, 당장 선정될 순 있어도 현장에 가면 예측이 빗나가기 마련이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참여자에 대한 자료를 수집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직접 만나려 하고 현장에 맞는 기획에 힘을 쏟는다. 이때 우리는 ‘대상을 대상화’ 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경계한다.


몇 년 전부터 ‘자립준비청년’에 대해 언론이 조명하면서 이들의 존재가 화두가 되었다. 2022년 “유퀴즈”에도 당사자가 출연해 ‘자립준비청년’의 현실에 대해 알리기도 했다. 사회적 약자의 아픈 현실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선의였겠지만 관심이 이슈 거리로만 소비될까 걱정된다. 처음 이들을 만났을 때 품었던 경계심과 떨치기 어려웠던 선입견을 사람들이 고스란히 이어받게 될까 봐. 친구들은 보통의 또래와 다르지 않다. 일하기보다는 놀고 싶어 하고 앞일에 대한 걱정보다는 현재 누릴 수 있는 환경에 안주하고 싶어 한다, 다들 그렇듯이.




우리는 직접 만나려 하고 현장에 맞는 기획에 힘을 쏟는다. 이때 우리는 '대상을 대상화'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경계한다 ⓒ청춘기획



인생을 조금 더 살아본 입장에서, 미래에 대해 두려워하는 만큼 치열하게 고민하고 일을 저지르는 힘이 부족해 보일 때가 있다. 나는 제삼자일지언정, 이들이 잘 되길 바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립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보통 청년들보다는 사회의 시스템과 보호자의 지지와 도움이 아무래도 충분하지 않으니, 불리함이 실패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들의 미래를 설계하고 책임질 수는 없다. 다만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동안 쉽게 마음이 무너지거나 자존감을 잃지 않길 바라기 때문에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당신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다’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힘들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단어 몇 개로는 우리 관계가 잘 정리되진 않는다. 서로를 소비하기보다는 같이 재미를 찾아가는 친구 정도로 생각한다. 지금을 함께 보내는 사이로 남고 싶다.













최태웅 / 놀이요점빵 크루

자신을 표현할 단어가 마땅치 않아 기획자라고 말하지만 기획은 잘 모른다. 기획을 알아가기보다는 사람을 알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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