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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광주 유아문화예술교육 돌아보기
구름 모아 비를 만드는 사람들의 바람
조재경 / 고무신학교 대표, 유아문화예술교육 컨설턴트
지난여름 보다 더 뜨겁게 움직였던 유아문화예술교육 현장을 뜬구름 편지에 실어 보낸다. 유아문화예술교육의 현장은 구름으로 비를 만들어 대지를 적시는 예술가들의 힘찬 고민과 치열한 움직임 그 자체였다.
비를 만드는 몇 개의 방법
비가 내리지 않으면 세상은 마르고 갈라지고 타들어간다. 식물이 살 수 없으니 결국 동물도 사라진다. 땅속을 흐르는 물을 뽑아서 대지를 흐르게 하여 생명을 살리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은 비가 와야 한다. 비를 만나기 위해서는 구름이 있어야 하고, 구름을 모으기 위해서는 바람이 불어야 한다. 바람을 바람. 뜬구름을 잡아야 비가 온다.
전통시대에 기우제를 지내는 모습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자연과 밀당이었다. 비를 오게 하는 용이 살고 있다고 믿는 성스러운 곳을 더럽혀서 청소하게 내리는 비, 부녀자들이 소복을 입고 마른 개울에 솥뚜껑을 뒤집어쓰거나 디딜방아를 뒤집어 매고 곡을 하며 돌아다니면 하늘이 부끄러워서 내리는 비, 작은 병에 솔잎으로 주둥이를 막아 거꾸로 뒤집어 놓으면 비가 오는 것을 흉내 내는 비, 북쪽으로 난 문을 열고 비가 올 때까지 비를 바라고 비는 비. 어떨 때는 겁박하고 때로는 달래고 때로는 흉내 내면서 비를 바라는 빌기는 비가 와야 끝이 난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된 유아문화예술교육을 실행한 개인과 단체의 유아들과 함께한 시간 또한 비를 비는 마음의 연결이었다. 2024년 예술가와 유아들의 살아있는 밀당의 현장은 난생처음 더위처럼 뜨거웠다. 그 밀당의 과정에서 비를 만나는 시원함이란 말로 글로는 다 표현하지 못하는 뭉클함이다.
잔소리꾼들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예술가들
‘유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예술가의 하고 싶음과 유아들의 하고 싶음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 좋겠어요’
‘유아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장치는 무엇인가요’
‘유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포장해서 다시 유아에게 돌려주세요’
‘유아들이 순간에 충분히 머물러 몰입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면 좋겠어요’
‘단체의 장르적 특성을 잘 살려 그것으로 놀아 보세요’
‘활동을 마치고 나면 유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그것이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나요?’
‘유아들과의 활동이 예술가들의 작업에 영감을 주나요?
‘내가 말을 많이 했나요? 유아들이 말을 많이 했나요?
‘더 많이 보여주세요!’
문화예술교육현장의 심사에서 컨설팅까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문’이다. 읊조리기만 하면 무엇이든 이루어지는 주문(呪文)이 아닌 부탁하고 요구하는 주문(注文)이었다. 주문이 주문대로 된다면 좋겠지만 늘 핀잔을 듣는다. “이상적이잖아요.” “우리도 그렇게 하고 싶죠.” “현실은 다르잖아요.” “해 봐도 안 되는걸요.” 그래도 꾸역꾸역 한발 한발 나아가며 뜬구름을 잡으려는 이들이 있기에 비를 꼭 만난다.
유아를 만나는 예술가들의 마음과 도구
2024년 유아문화예술교육 운영 단체는 저마다 다른 목표와 자부심과 욕심을 가지고 출발하였다. 새로운 교육 자료와 재료를 개발하였고 지난해 활동을 보강했으며 달라지는 교육환경을 주도적으로 해결하고픈 의욕이 넘쳐났다. 유아들과 더 적극적으로 만난 현장의 순간을 옮겨 보았다.
강당 가득 펼쳐진 파란 공은 강물이 되었다. 유아들은 그 위를 풍덩풍덩 헤엄치고 유아들의 맑은 눈망을을 바라보는 예술가들의 더 초롱초롱한 눈빛을 만난다. ⓒ조재경
‘펀스토리’는 유아들과 함께 이야기 극을 만들었다. 이야기 극은 예술가와 유아들의 밀당을 통한 완성이었다. 예술가들이 ‘?’를 던지면 유아들은 ‘!’를 찾는다. 그러나 더 큰 느낌표는 예술가들이 발견한다. 유아들의 호기심과 궁금함을 만들어 주는 ‘?’를 설계하다가 ‘!’를 찾게 된 것이다. 여왕개미에게 줄 물방울을 모으는 아이들의 움직임이 빛난다. 옷깃을 잡아당겨 주머니를 만들고 그 위에 물방울을 모아 담는다. 어디에서 보았을까? 누가 가르쳐 주었을까? 물방울을 모으는 움직임 그 자체가 자유이다. 강당 가득 펼쳐진 파란 공은 강물이 되었다. 유아들은 그 위를 풍덩풍덩 헤엄치고 있다. 유아들의 맑은 눈망울을 바라보는 예술가들의 더 초롱초롱한 눈빛을 만난다. 그 모든 것의 시작도 끝도 아이들 곁에 있다. 예술가는 자기 안의 어린이성을 회복하고, 유아들은 예술가의 멋짐과 섬세함을 따라 배운다. 함께 배움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펀스토리’의 구름은 유아들의 자유로운 움직임이었다. 비슷한 것을 흉내 내며 본질에 다가간다.
‘포레스트’는 악기로 유아를 만나는 음악팀이다. 바이올린, 비올라, 클라리넷, 콘트라베이스가 자리를 잡으니 유아들은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적극적인 관객이 되었다. 이토록 가까이에서, 이렇게 크고 섬세한 예술가들의 연주를 처음 보고 듣고 흥얼거렸을 것이다. 유아들은 소극적 관객인 동시에 적극적인 질문자와 평론가로 변신하였다. “왜 이런 소리가 나요?” “왜 이렇게 소리가 커요?” “무슨 소리까지 낼 수 있어요?” “ 만져 봐도 돼요?” 예술가와 유아들의 어울림은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몸의 감각이 느낌으로 저장되어 즐거운 기억이 된다. 예술가를 쫑쫑 따라다니며 계속 연주해 주기를 바라는 유아의 바람에서 예술가와 유아가 적극적으로 이어져 있음을 확인한다. 유아들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즉흥으로 연주하고, 예술가들의 연주에 유아들은 곧바로 움직인다. ‘포레스트’의 구름은 악기다. 악기의 울림은 예술가와 유아들이 만나는 공간에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다. 서로를 의지하며 서로가 된다.
유아들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즉흥으로 연주하고, 예술가들의 연주에 유아들은 곧바로 움직인다. ‘포레스트’의 구름은 악기이다. ⓒ조재경
‘포레스트’는 악기로 유아를 만나는 음악팀이다. 바이올린, 비올라, 클라리넷, 콘트라베이스가 자리를 잡으니 유아들은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적극적인 관객이 되었다. 이토록 가까이에서, 이렇게 크고 섬세한 예술가들의 연주를 처음 보고 듣고 흥얼거렸을 것이다. 유아들은 소극적 관객인 동시에 적극적인 질문자와 평론가로 변신하였다. “왜 이런 소리가 나요?” “왜 이렇게 소리가 커요?” “무슨 소리까지 낼 수 있어요?” “ 만져 봐도 돼요?” 예술가와 유아들의 어울림은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몸의 감각이 느낌으로 저장되어 즐거운 기억이 된다. 예술가를 쫑쫑 따라다니며 계속 연주해 주기를 바라는 유아의 바람에서 예술가와 유아가 적극적으로 이어져 있음을 확인한다. 유아들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즉흥으로 연주하고, 예술가들의 연주에 유아들은 곧바로 움직인다. ‘포레스트’의 구름은 악기다. 악기의 울림은 예술가와 유아들이 만나는 공간에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다. 서로를 의지하며 서로가 된다.
‘유연미술관’의 활동은 숨바꼭질이다. 예술가들이 숨겨놓은 여러 가지 활동을 유아들은 스스로 찾아낸다. 이 과정에서 예술가들은 유아들의 생각과 말과 느낌을 찾는다. 예술가와 유아들이 서로 숨기고 서로 찾는 마주 보는 숨바꼭질이다. 서로가 어디에 숨어있을지, 무엇을 숨기고 있을지 궁금해하며 서로를 향하는 눈빛이 또롱또롱하다. 악기를 만들고 악기 소리를 내고 좋아하는 노래를 부른다. 악기를 꾸미며 바닥을 보호하기 위해 깔아 놓았던 넓은 종이 운동장이 대형 캔버스로 변했다. 나무 악기를 꾸미던 작은 그림이 큰 그림으로 확장된다. 예술가의 멋진 그림을 본 유아들이 지고 싶지 않았다. 13층 유치원이 그려지고, 도로가 건설되고, 여러 가지 자동차가 그 길 위를 달린다. 찰나에 유아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유아들의 그림에 예술가들의 섬세한 터치와 색감이 더해진다. 그 위에 유아들은 또 새로운 세계를 그려 나간다. 서로 주고받는 활동이 마침내 대형 벽 그림이 되었다. 벽 그림을 그린 모든 사람이 그림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움직임이 멈춰진 순간이었다. 멈춰진 그림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퍼져 나온다. 함께 만들어 낸 작품이다. 예술가들이 장르적 특성을 잘 살려 그것이 유아들에게 직접 닿을 수 있도록 많은 연구를 하였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예술가들이 잘하는 활동으로 구성된 활동은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유연미술관’의 구름은 유아와 활동을 주고받는 방식이다. 유아들의 작업 순간을 놓치지 않는 섬세한 관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