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만의 상상력으로 그려낸 무서운 이야기의 힘, 들어보실래요?
-전당 어린이문화원의 이야기 실험실 '훗날옛적에, 무서운 이야기'-
통신원 전경화
무더운 한여름이면 무서운 이야기들이 더욱 재밌어진다. 올 여름은 유독 무시무시한 악령이나 괴물, 좀비, 귀신 보다 더 무서운 대상이 나타났다. 그 이름은 누진세!
각 가정마다 8, 9월에 나오는 전기료가 무섭다고 할 정도로 올 폭염의 공포 대상은 누진세였다. 이렇게 대다수의 국민이 폭염과 사투를 벌이는 와중, 들려오는 간담 서늘해지게 만드는 이야기. 눈빛이 반짝! 누진세를 누를 수 있을 정도로 막강파워 무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무서운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기에 무서운 이야기 상영일에 찾아가보았다. '훗날옛적에'란 단어가 끌리기도 하였다. 기존의 아시아에 존재하는 무서운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지금의 이야기로 다시 풀어본다는 과정이 궁금하기도 하였다.
이번 프로그램은 여름방학 납량특집이다. 아시아에 존재하는 무서운 이야기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존재들을 탐색하며 아시아의 독특한 문화적 특징을 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훗날 무서운 이야기로 남을 새로운 이야기로 재창작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미디어 아트로 표현해보는 예술창작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좋아할 요소들이 많다. 우선 스마트폰, 태블릿 PC, 게임기 등등 기기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하나의 이야기를 직접 창작하는 과정과 시연이 흥미를 준다.
오늘은 그 세 번째 시간이다. 팀별로 '무서운 이야기'를 상영하는 날이다. 다른 날보다 더욱 분주하고 바쁜 날이다. 지난 번 시간에 나눴던 귀신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내고 각 팀별로 만든 무서운 이야기를 네 컷으로 그리면서 대사도 만든다. 콘티 작성을 하는 셈인데, 이를 바탕으로 태그툴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태블릿 PC 화면 위로 그림을 그린다. 연동된 화면 구성이라 내가 그린 그림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그림까지, 다른 팀의 작업 과정까지 엿 볼 수 있다.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결과물이라 아이들은 더욱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과정을 실감하게 된다.
도깨비, 요괴, 귀신이라는 아시아의 구전된 이야기 속 무서운 존재들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통해 현대화된 무서운 존재의 이야기로 재탄생한다. 아시아의 무서운 존재들에 대한 활동지가 벽면에 붙여있었다. 이야기를 만들기 전에 만들고자 한 대상들에 대한 탐색 활동이 매우 잘 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구울’과 ‘강시’ 그리고 ‘갓파’ 등 다양한 ‘요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연계한 스토리텔링 활동이 이어진다. 정보에 그치지 않게 이를 퀴즈로 접근하고 다양한 요괴들을 알아보았다면 이를 바탕으로 요괴 팀은 스토리를 구성하게 된다. 등장인물은 아이 2명, 코끼리 요괴, 선생님이다.
아이의 집안에서 사건은 시작된다. 아이가 애완코끼리를 죽인다. 아이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 자신이 죽인 애완코끼리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요괴가 됐다! 화장지가 없으면 사람들을 불태워 죽인다는 원한을 품은 요괴 코끼리는 복수를 하려고 한다. 아이는 도움을 요청한다. 나타난 반 아이들이 (실제 그림에선 이 장면은 무수히 많은 아이들로 표현했다. 연대의식이 강하다.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구해주기 위해 싸우지만... 요괴 코끼리는 불태워 죽이려 하는데... 위기의 상황이 고조되고 이때 짠! 하고 나타난 선생님이 물을 뿌려 죽인다. 아이들은 병원 신세를 진다.
여기서 이야기는 끝이다. 현대물로 각색된 요괴의 정체는 코끼리였다. 이 요괴는 휴지를 좋아하는데 없으면 불타올라서 사람들을 불태워 죽인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 동기가 무엇일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혹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 곤란했었을까? 코끼리 긴 코와 줄줄 풀어지는 휴지를 연관했을까? 코끼리 휴지걸이를 집에서 사용할까? 어찌됐건 중요한 점은 발상의 힌트가 아이들의 생활환경과 연관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발상은 어른들의 시각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그만큼 아이들의 상상력은 재미있다.
혹시 아는가? 호러물의 저예산 레전드 영화인 피터 잭슨의 '고무인간의 최후'에 버금가는 '코끼리 요괴'물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한국 교육 시장은 아직도 경직된 사고를 자꾸 주입하려고 한다. 어른들 속의 요괴는 어떤 모습인가, 아마 다 같은 모습일 것이다. 아이들의 독서교육이나 논술 교육도 혹은 문화예술교육 관련에서도 어떤 주제나 의미에 집착하는 경향이 많다. 콘텐츠가 산업이 되고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서 미래의 창조인력인 아이들에게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시켜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오늘 본 아이들이 만들어낸 무서운 이야기들에서 발견한 그 황당하고 재밌고 웃기는 상상력이 너무도 반가웠고 감탄했다. 요괴만 예를 들었지만, 귀신이나 도깨비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서 이야기 실험실이 제대로 실험을 했구나 싶었다. 아이들에게 권선징악의 전형적인 코스를 밟게 하지 않고 너희들의 이야기를 마음대로 풀어보라는 것. 이러한 즐거움을 아이들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열심히 만들어냈다. 펼쳐진 화면을 바라보며 대사를 하고 효과음까지 넣는 시간. 그 즐거운 시간 동안 아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에 성취감을 느꼈을 것이다.
또 다른 매력은 기기를 사용한 작업의 특성이었다. 미디어 아트란 장르를 한 편의 애니메이션 작업 과정으로 쉽게 이해하면 될 듯싶다. 쉽게 내가 그린 그림이 지워지고 다시 만들어가면서 다른 팀의 작업도 동시에 볼 수 있는 점. 프로젝트 빔에 투사된 화면이 바로 앞에 펼쳐져 있고 아이패드를 통해 내가 그리거나 줄인그림이 앞에 바로 보인다. 이 즉각적인 반응이 아이들이 제일 좋아했으며, 이러한 즉각적인 반응은 지금 세대들인 아이들의 특징이다. 기기를 사용하면 재밌다. 그 재미를 더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건 밑 작업이라 생각된다. 오늘 아이들이 들려준 이야기에서 힘을 느낀다. 그 힘은 촘촘하게 진행된 밑거름 작업과 상상력의 간섭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박연숙 에듀케이터와의 인터뷰
-태그 툴을 사용하기 어려워하지 않는가?
아이들이 스마트에 익숙했다. 처음 시작할 때도 컴퓨터로 그려본 사람 하면 그림판으로 한 애들도 있었다. 태그툴 자체가 어려운 프로그램이 아니다. 크게 어려움 없이 접근 했다. 한 시간 동안 익히기 했고. 또다시 다음날 몇 가지 그리면서 익히게 했다.
-프로그램의 특징은?
전설에 관련된 이야기를 아이들의 생활 안에서 만들어낸 방식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전에는 구전이라 숲이 나온다면 지금은 화장실이 나타난다. 아이들 생활환경이다. 병원은 좀 의외였지만 아이들에게는 익숙한 공간이기도 하다. 자신들의 생활과 문화 안에서 이야기 만들어낸다.
-그 점이 굉장히 장점이라 생각한다. 프로그램의 포인트를 꼽는다면?
자연스럽게 옛날이야기를 통해서 아시아 문화를 익힌다. 놀이로써 자신의 문화를 익힐 수 있다는 점이다.
-미디어 활용의 반응은?
좀 더 흥미로워 한다. 아이들은 게임에 익숙해서 게임 방식으로 이해를 한다. 미디어 자체를 게임 하나로 이해하며 받아들인다. 아직 아이패드가 일상화가 안 됐지만, 이 아이들이 자라면 일상화가 될 것이다. 앞으로 이 기기가 일상화 될 때, 흥미롭고 재미난 소재로 다가올 것 같다. 접근성에서 흥미를 주는 것 같다. 태그툴 같은 경우 모둠별로 활하면서 동시에 그림 그리는 기능이 있어 저 친구가 그리는 게 내 화면에 나오고 하니까 그런 걸 재미있어 한다.
아이들의 이구동성 한 마디!
-어렵지 않는가?
안 어렵다. 왜냐면 제가 컴퓨터 좋아해서.
기기 사용 수업이 색다르다.
기기 사용이 재밌다. 그림을 바로 그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