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전통문화 배워요>_김다령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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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6-10-09 조회수 1,114

나모네트워크_전래동화로 배우는 전통 문화, ‘아하~ 그렇구나!’
<이야기로 전통문화 배워요>

통신원 김다령

 

  일제 때 만주로 간 사람들은 조선족, 연해주로 간 사람들은 고려인이라고 부른다. 고려인 동포는 1860년 무렵부터 1945년 광복할 때까지의 시기에 항일 독립운동, 강제동원 등으로 구소련, 지금의 러시아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들이다. 즉, ‘고려인’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등 독립국가연합 내에 거주하는 한인 교포들의 총체적 용어라고 할 수 있다. 광주 월곡동에는 이런 고려인 동포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 있다. 월곡시장 사거리 쪽 상점들이 빽빽하게 위치한 거리를 걷다보면 골목 안으로 밀집된 작은 주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갈색 벽돌이 햇살을 받으며 빛나는 골목 사이에는 러시아어로 웃고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가 있다. 바로 고려인 지역아동센터가 위치한 곳인데, 오늘은 그 곳에서 우리나라의 전래동화를 읽고 역할극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콩쥐팥쥐 이야기를 아니?


 우리나라 아이들 중 콩쥐팥쥐 이야기를 모르는 아이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콩쥐팥쥐는 해님달님, 혹부리 영감과 같이 가장 사랑받는 우리 전래동화 중 하나이다. 그 후로 나이를 먹고, 동화책이라는 단어와 멀어진 지 몇 년이 흘렀건만 동화책 이름만 들어도 어린 시절 선생님이 읽어주시는 동화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흠뻑 빠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의 아이들이 콩쥐팥쥐 이야기를 들으며 흥미진진해하는 모습은 이야기의 힘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한다.

 오늘 고려인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전래동화를 읽어주고 우리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의 동화책은 앞서 말했듯, 가장 인기 있는 동화 ‘콩쥐팥쥐’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대부분 아는 것과 달리, 고려인 아이들은 아직 생소하기만 한 동화다. 콩쥐가 뭐고, 팥쥐가 뭘까? 아직 한국말을 잘하지 못해 단어조차 생소해하는 아이들이 과연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지만, 통역사 선생님의 등장으로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방식은 이러하다. 강사님이 ‘콩쥐팥쥐’ 동화를 VCR을 통해 보여주고 한국어로 설명을 하면, 통역사 선생님이 러시아어로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준다. 시간이 좀 더디 걸리긴 하지만, 아이들이 강사님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지장은 없었다. 그런 식으로 동화에 대한 설명을 하다가 ‘사또’, ‘행차’ 와 같은 어려운 단어들이 등장하면 그 단어의 뜻과 유래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진다. 아이들의 이해를 위해 몸으로도 직접 표현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강사님의 적극적인 모습 덕에 아이들 모두 쉽게 이해하고 까르르 웃기도 했다.

 아이들 대부분이 한국어에 서툰 것과는 달리, ‘안젤리나’라는 이름의 친구는 강사님의 한국어 설명도 이해하고 한국어로 능숙하게 말도 할 줄 알았는데, 더 놀라운 건 한국에 온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통역사 선생님이 잠시 자리를 비우신 틈을 타, 안젤리나가 강사님의 설명을 아이들에게 러시아어로 통역해주었는데 아직 11살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창한 실력이었다. 아이들 모두 안젤리나의 설명을 이해하고 강사님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손을 들어 대답하기 시작했다. 왁자지껄 떠드는 분위기 속에서도 집중력 있게 콩쥐팥쥐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는 모습이 여느 초등학생들처럼 당차고 밝다.

고 싶은 역할 정하기!

  이제 콩쥐팥쥐 이야기를 다 알았으니 역할극 전 배역을 정할 차례다. 큰 칠판을 중앙으로 가져온 강사님은 콩쥐팥쥐에 나온 등장인물들을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 ‘콩쥐, 팥쥐, 엄마, 새엄마, 아빠, 두꺼비...’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역할은 단연 동화의 주인공인 콩쥐! 콩쥐를 누가 하고 싶냐는 강사님의 질문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드는 아이들의 모습이 잔뜩 상기되어 있다. 이 연극에는 친구들, 부모님 등 친한 사람들을 모두 초대해도 된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에게 멋진 배역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한 아이는 경쟁에 밀려 하기 싫은 배역을 맡게 됐는지 뾰루퉁한 모습이고, 마음에 드는 배역을 맡게 된 아이는 안심한 듯 활짝 웃는다. 그래도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도를 보니, 누가 어떤 배역을 맡았건 연극을 할 때에는 모두 최선을 다할 것임이 자명하다.

 역할 정하기까지 다 끝이 난 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간식 타임을 가졌다. 동화에 집중하고 신나게 떠들고 나니 배가 고픈지 아이들 모두 어느 때보다 조용하게 간식을 먹는다. 아까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뽐냈던 안젤리나에게 한국에 온 지 얼마나 됐냐고 물어보니 작게 3년이라고 대답한다. 그 전에는 교회에 지내다가 고려인 지역아동센터로 오게 된 것이라고.

  또한 고려인 지역아동센터에 와서 재밌다고 말했다. 이렇게 전래동화 읽는 것도 재밌지만 가장 재밌는 것은 간식을 싸서 친구들과 소풍가는 것이라고 하니, 영락없는 11살 아이다. 집에서 자기가 가장 한국말을 잘하니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동생에게도 한국말을 가르쳐야 한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우리 전래동화에 대해 전혀 모르던 아이들이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큰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아이가 낯선 곳의 전통문화를 접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우리 전래동화의 경우 전통문화가 짙게 배어있어 고려인 아이들이 그 동화를 어렵게 받아들일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즐기고 있는 듯 했다. 낯설지 않게 우리 문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해가는 모습이 흐뭇하면서도 또래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 시간부터는 아이들이 직접 무대를 꾸미고 연극할 준비를 한다고 하니 어떻게 꾸며질 지 궁금하다. 직접 캐릭터 가면을 만들고 홍보 포스터도 만든다고 하니, 처음부터 끝까지 말 그대로 아이들이 직접 만든 무대가 아닐 수 없다. 광주에 살면서도 광주에 고려인 마을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이렇게 안 보이는 곳에서 같은 문화를 배우고 같은 언어를 배워가며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새롭다. 그들과 우리가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힘쓰는 작고 큰 노력들을 직접 만나니 우리 것을 지키고 알려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언어는 다르지만 서로 소통하려는 모습과 같은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는 사실, 앞으로 아이들이 꾸밀 무대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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