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뮤직센터_악기 공방 이야기; 상상의 소리를 입히다
<바이올린을 해체해 상상의 소리내다>
통신원 김다령
포근한 주말 아침, 하남종합사회복지관에서 악기를 미술작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기발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가 보았다. 복지관 입구에 들어서니, 악기 소리보다는 왁자지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더 눈에 띈다. 보통 이러한 체험형 프로그램은 부모님 동반 하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곳은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해 있어 주로 주말에 혼자 집에 있거나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 주로 온다고. 주변에 이러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흔치 않아 이 악기 공방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시간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복지관 내의 아이들의 표정이 무척 밝고 신나 보인다. 과연 이 아이들이 어떻게 악기를 이용해 미술작품을 탄생시키는지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악기 분해하기
오늘의 주제는 바로 ‘악기 원리 이해를 위한 악기 분해’ 이다. 언뜻 보면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는 주제다. 악기를 직접 연주해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반대로 도구를 이용해 악기를 직접 해체하고 그 부품들을 하나하나 알아보며 악기를 이해하는 시간인 것이다. 아이들이 해체할 오늘의 악기는 바로 바이올린! 강사님은 바이올린의 특징, 쓰임새, 부속품에 대한 설명을 하셨고, 아이들은 처음 듣는 생소한 단어임에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곧잘 따라 외웠다. 크게 세 조로 나누어 조장을 뽑고, 조장은 강사님에게 바이올린을 받아 조로 가져왔다. 그리고 간단한 도구에 대한 설명을 조원들에게 해준 뒤, 직접 도구를 이용해 바이올린을 해체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장이 도구에 대한 설명을 마치자마자 여기저기서 쾅쾅쾅 벼락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구를 각자 손에 쥔 아이들이 신이 나서 바이올린을 여기저기 두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의 망치질에 맞춰 하나씩 옷을 벗은 바이올린은 마침내 뼈대와 부속품으로 낱낱이 흩어졌다. 바이올린도 가까이서 처음 보는 것이지만, 그 내부 모습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아이들에게 무척이나 생소하고 흥미로운 경험일 것이다. 그 모습이 신기한지 아이들은 분해된 부속품들을 여기저기 천천히 관찰하였다.

상상의 소리 입히기
이제 바이올린을 분해해보았으니, 새로운 미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킬 시간이다. 분해된 바이올린 대신, 이번에는 새하얀 캔버스가 각 조에 하나씩 놓여졌다. 이내 강사님이 오디오를 키자 바이올린의 은은한 선율이 이내 교육실 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테이프, 글루건, 먹과 같은 준비물들이 아이들의 앞에 놓여졌다. 이제는 바이올린의 선율을 들으며 느낌과 상상을 자유롭게 캔버스 위에 표현해보는 시간이다. 각각 도구를 손에 쥔 아이들은 어떤 제약 없이, 질문 없이 마음껏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이라기에는 어설프고 조금은 서툴기도 했지만 강사님이 강조하시는 것은 ‘정답은 없다’ 였다. 마음껏, 자유롭게 나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테이프를 붙이고, 그 위에 먹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루건으로 마음껏 꾸미고 하다 보니 새하얀 캔버스가 어느덧 다양한 모습으로 채워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캔버스를 꾸몄으니 그 위에 아까 분해한 바이올린을 얹어보는 시간. 분해된 바이올린을 캔버스 위에 본드와 글루건으로 붙여보는 것이다. 놀라웠던 점은 아이들이 마음껏 표현한 캔버스 위의 그림들이 꽤 그럴듯한, 하나의 미술작품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그 위에 바이올린을 얹으니 어느 미술관에 전시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훌륭한 작품처럼 보였다.
아이들이 이러한 과정들을 절대 어렵게 따라간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만들어낸 작품은 어떻게 보면 심오하다고 느낄 정도로 완성도가 있었다. 이런 결과물 뒤에는 강사님들의 악기에 대한 연구, 미술교육에 대한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수업이 모두 끝난 뒤, 프로그램에 가장 열심히 참여한 조수혁 친구에게 간단하게 인터뷰를 요청해보았다. 이 악기 공방 프로그램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참여한 모범생 친구라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지만 인터뷰에 응하는 자세가 제법 의젓하다.
학생 인터뷰-조수혁(10)
Q. 반갑습니다. 오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 인터뷰 요청을 하게 되었어요. 이 ‘악기 공방 이야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미술학원을 다녔었는데 학원 선생님이 이 프로그램이 좋다고 추천해주셔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다른 친구는 생일파티에 갔다가 친구 추천으로 오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Q. 그렇군요. 그럼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수업은 무엇인가요?
A. 오늘 바이올린 해체하는 것도 재밌어서 기억에 남을 것 같은데, 그 전에 했었던 ‘새피리만들기’ 수업이 제일 재밌었어요. 피리에서 새소리가 나는 건데 내 마음대로 소리를 만들 수 있어서 새롭고 재밌었어요.
Q. 그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A. 바이올린이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궁금했었는데 직접 분해해보니까 그 원리를 알게 되어서 유익하고 재밌었어요. 악기의 새로움을 많이 느낀 것 같아요.
강사님 인터뷰- 오주현 강사님
Q. 오늘 수업 굉장히 인상 깊게 보았는데요, ‘악기 공방 이야기’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진행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저희 프로그램은 거의 체험 형으로 진행되는데, 가이드는 저희가 해주되 웬만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해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어요. 또 그냥 형식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마음의 소리를 끄집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저번에는 새피리 만들기 수업을 했었는데, 내가 만일 새가 된다면 누구와 소통하고 싶은지에 대한 구체적 질문을 저희가 던지고 아이들이 직접 상황에 맞게 꾸미고, 소리로 표현하는 거죠. 엄마가 보고 싶은 아이들, 또 어떤 요구사항이 있는 아이들 모두 각자 상황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나오거든요. 이렇게 아이들 스스로 마음의 소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오늘 수업의 목적은 무엇이었나요?
A. 오늘의 목적은 저희들의 개입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 스스로 작품을 완성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었어요. 처음 보는 도구들을 사용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어려움이었을 수도 있는데 그런 어려움들을 어른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쳐나가게 하는 것이, 나중에 아이들이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끔 하는 디딤돌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Q.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생들이 어떤 것을 얻고 가길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A. 이번 기수 친구들이 환경이 열악한 친구들이 많아요. 그래서 스스로 작품을 완성하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면서 성취감을 얻고, 자신감을 얻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저희 프로그램 말미에 발표회를 크게 하려고 생각중이에요. 미술관을 빌려서 아이들이 완성한 작품들을 전시할 예정인데, 아이들이 그것을 직접 보면서 내가 만들었다는 자부심, 성취감, 뿌듯함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습니다.
Q. 발표회를 어떻게 구상하고 계신가요?
A. 11월 12일에 발표회가 열릴 텐데, 일반 작가들이 전시회 하는 것처럼 정식 미술 전시회장을 빌리고, 시간이 된다면 아이들에게 직접 도슨트 교육을 해서 아이들이 사람들에게 작품 설명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또 음악 소리는 녹음을 해서 설치미술처럼 꾸밀 생각이 구요, 마지막에는 작가 인증식을 해서 아이들이 자신이 작가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화려하게 꾸며볼 생각입니다.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
인터뷰를 통해 아이들과 강사님의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교육적 목적보다 아이들의 성장과 경험을 더 중요시 여기는 강사님들의 가치관이 있었기에 아이들 모두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수업을 들으며 느꼈던 점은 아이들이 강사님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 나가려고 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인터뷰를 통해 강사님의 의도였음을 알 수 있었는데, 이것을 느꼈다는 것은 아이들 모두 그러려고 노력했다는 것이기에 놀라움과 기특함이 교차했다.
강사님의 말씀대로 훗날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아이들은 그 훈련에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힘들거나 어려운 것은 아니다. 이렇게 웃고 떠들고, 작품을 완성하고 또 자신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분들이 있기에 결코 그 과정이 힘든 것이라고만은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열악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주말 아침 이렇게 친구들과 어울리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모습, 이런 게 참된 아름다움이 아닐까? 어쩌면 아이들이 만드는 것은 단순한 미술작품이 아닌, 단단한 ‘나 자신’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