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강사 인터뷰> 애니메이션 강사 조대호 - 사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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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5-11-09 조회수 4,481

“ 눈높이를 맞추면 학생들이 스스로 수업을 만들어 가요”

 

조대호 예술강사의 애니메이션 수업이 있는 광주여자상업고등학교(이하 광주여상)로 가는 길. 걸어가는 발걸음마다 낙엽이 밟힌다. 가을이다. 광주여상 교문에서 수업이 진행되는 2학년4반 교실로 가는 길목에 세 명의 여고생들을 만났다. 한걸음 앞서 무리 지어 가던 그네들은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올라가는 내내 까르륵 소리가 끓이질 않는다. 웃음소리가 교정 안을 가득 채운다. 여고생과 애니메이션이 만나게 되면 어떤 모습일까? 발끝에 닿는 낙엽을 툭툭 건드려가며 교실로 향했다.

  

 ▶ 릴레이 그림그리기에 대해 설명하는 조대호강사

 ▶ 자기가 맡은 가사의 그림을 그리는 학생

 
2-4반 앞,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온다.

칠판위에는 ‘릴레이 노래가사 만화 그리기’ 라고 쓰여 있다. 말 그대로 가사의 한 구절씩 한 학생이 맡아 가사와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넣으면 된다. 조대호 강사가 준비해 온 가요는 김범수의 ‘사랑의 시작은 고백에서부터’이다. 총 26개의 문단으로 나눠진 가사 중에 본인의 마음에 드는 가사를 학생들이 직접 선택한다. 어떤 구절은 여러 명의 학생들이 한꺼번에 지원하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구절이 특히 인기가 많다. 함께 하는 수업이지만 개인의 작업이기도 하기에 노래가사를 선택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신중하다.
수업이 진행되는 한 시간 동안 그림을 그려 넣고 동영상을 만들고 함께 작품 감상까지 해야 하는 일정이다. 한 시간이 빠듯하다. 학생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5분.  각자 맡은 가사를 보며 별 고민 없이 쓱쓱 밑그림을 그려 나간다. 그들이 그려가는 미완성된 그림과 가사의 구절을 맞춰 가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치 않다.


너와 나의 그림을 합치니,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완성되었다.

   

   

   

 지금부터는 조대호 강사가 실력을 발휘해야 할 시간. 그가 겉옷을 벗어던지고 학생들의 작품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아낸다. 2-4반 여고생들이 그의 옆에서 자발적 조수 역할을 한다. 순서대로 그림을 나열하고 정리 하면서 서로의 그림을 감상한다. 수준 높은 그림이 나오니 “올~~~~ 고퀄!고퀄!” 을 외친다.
조대호 강사와 2-4반 학생들의 도움으로 수업이 끝나기 오 분 전에 극적으로 작품이 완성되었다. 교실 텔레비전에 김범수의 노래와 함께 학생들의 작품이 흘러나온다. 15분 만에 완성 된 그림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창의적이고 완성도가 높다. 마치 한 편의 뮤직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한 구절 한 구절 김범수의 감성적인 노래와 함께 본인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 나올 때마다 그림만큼이나 창의적인 평이 교실 안에 메아리친다.
“얼~~” “욜~~” “아~~” 등의 다양한 탄식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아! 교실에 소녀감성이 흐른다.

   

   

 ▶ 내 가슴을 떨리게 만들죠

  ▶ 아무런 이유 없이 전화를

   

   

 ▶ 들을 수 없었던 그 목소리

 ▶ 사랑은 내게 상처뿐이라

 

“ 선생님~ 다음에 한 번 더 해요!!!” 
그림 하나하나 나름의 의미가 있고 창의적이라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사랑은 내게 상처뿐이라’  라는 그림에서는 한 소녀가 심장에 화살을 맞고 울고 있다. 주위의 배경도 소녀의 마음을 대변해 주듯 어둡다. 누군가 “내 마음이 더 아파” 라고 말했다. ‘나 가진 건 하나 없지만’이라는 가사의 그림은 마치 순정 만화의 한 장 면을 보는 듯하다. 용지의 반은 힘없이 고개를 숙인 남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나머지 반에는 한 푼도 들어 있지 않은 남자의 지갑을 그려 넣었다. 갑자기 깜찍한 캐릭터의 귀여운 남녀가 등장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갑자기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꺄~~~~ 너무 귀여워” 빠르게 넘어가는 장면들마다 여고생스러운 감상평이 이어진다. 김범수의 절절한 보이스톤의 노래가 끝났다. 수업을 끝나는 종이 울렸는데도 노래 가사와 그림을 매칭 시키느라 쉽게 자리를 뜨질 못한다. 다음에 한 번 더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곧이어 빅뱅을 하자고 하고, 투애니원의 노래를 하자고 하더니 순식간에 신청곡이 늘어난다. 아무래도 이 수업 한 번은 더 해 야 할 것 같다.

  

 ▶ 2-4반  박유빈, 김희수 친구

 

Q.굉장히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 이였다.
   이 수업이 다른 수업과 다른 점이 있는가?

 

A. 박유빈 : 학교 수업 같지 않다.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되는데 수업이 재미있어서 모두 참여한다. 한 시간 안에 그림을 그리고 작품이 나온다. 다 함께 감상까지 할 수 있어서 정말 재미있다. 다음에 다른 노래가사로 한 번 더 해보고 싶다.

 

Q. ‘나 오늘 너에게 고백할 거야’ 가사를 맡았다. 그림 속 남자가 조금 아버님 같다.

 

A. 박유빈: 깔깔깔깔 (그녀는 정말 이렇게 웃었다) 그리다 보니 우리 아버지가 그려졌다. 고백만 하면 되지 않는가?

 

  

 ▶ 애니메이션 강사 조대호 선생님

 

Q. 애니메이션 예술강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A. 조대호 : 조선대 미술대학에서 만화 애니메이션학과를 졸업했다. 졸업하고 만화 교습소를 운영했다. 만화입시학원은 있지만 교습소는 많지 않다. 한마디로 순수 만화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였다. 내가 만화를 어렵게 배웠기 때문에 만화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 있었으면 했다. 연령층도 다양했는데 7세부터 70세까지 학생들이 찾아 왔다. 순수하게 만화를 그리고자 하는 분들, 기초 회화를 배우고 싶은 학생들까지 다양했다. 교습소를 운영하다보니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좀 더 많은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던 중 ‘예술강사’ 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안 겹치는 선에서 교습소와 함께 예술강사를 병행하면서 일을 시작했다.


Q. 수업에 참여한 친구들이 “놀 수 있는 수업이라 좋다” 고 하더라. 수업안을 만들 때 중요시하는 부분이 있는가?

A. 조대호: 광주여상에서 애니메이션 수업을 요청하면서 원했던 바가 ‘아이들과 함께 놀아 달라’였다. 이미 학생들은 학업에 지쳐있다. 수업에 지친 아이들에게 쉴 수 있는 시간, 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노니까 결과물이 좋다. 만약에 전시회나 결과물을 요구하는 수업 이였다면 아이들이 이렇게 즐길 수 있었을까? 한 시간 수업이지만 제대로 놀다보니 창의적인 수업이 만들어지고 자연히 결과물이 좋다. 놀게 만들어야 한다. 노는 게 정말 중요하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수업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Q. 애니메이션 수업의 장점은 무엇인가?

A. 조대호 :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장점은 ‘창의성’보다 ‘자기표현력’이라 생각한다. 중학생 남자 아이들의 경우 굉장히 폭력적인 그림을 그릴 때가 있다. 이럴 때 “너 하지마 ” 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림으로 네 감정을 표현 해 봐”라고 말한다. 만화를 통해서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하고 소통할 때 만화는 올바른 분출구가 된다. 아이들도 소통의 창구가 필요하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소통하고 감정을 풀어 낼 곳이 있으면 그 아이는 잘 자랄 수 있다. 예술교육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Q. 앞으로 계획 및 꿈을 이야기 해 달라.

A. 조대호: 솔직히 가정을 꾸린 남자가 예술강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것은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나의 작품을 한다는 것 또한 녹록치 않다. 중학교 때부터 “만화를 그려야지” 생각한 이후 지금까지 외길 인생이다. 이 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못지않게 나의 그림 작업도 병행해 가고 싶다.

 

  

 

 

인터뷰를 마쳤다.

그는 다음 수업을 위해 서둘러 학교로 올라갔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예술강사이자, 만화가인 그에게 ‘만화그리기’는 삶을 살아가는 것만큼 녹록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길 인생 ‘만화’ 가 있어 행복하다고 그는 말한다.
가을, 낙엽을 밟으며 교정을 오르는 그의 뒷모습을 보는데 김범수의 노랫말이 읊조려진다.
‘만화’에 대한 그의 마음을 전하는 듯하다.

 

“행복을 줄꺼야~~ 사랑하게 해 줘서 고마워”

 

 

취재일시: 2015년, 10월 28일
장    소: 광주여자상업고등학교 , 2-4반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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