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장애인 재활협회 <연상영극en-ABLE 극놀이 학교>
취재내용 :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취재일시 : 2015년 10월 21일 수요일 오후 2시~3시 30분(공연), 11월 9일(담당자 인터뷰)
취재장소 : 광주광역시 교육연수원 한빛관
'거인의 정원'이라는 제목의 공연을 보기위해 광주 교육연수원 한빛관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장 로비와 공연장은 정말 많은 관객들로 북적였다. 그 규모와 관객 수에 한 번 놀라고, 관객들의 호응에 두 번 놀라고, 배우들의 열정에 세 번 놀랐다. 그리고 공연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나는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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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 그리고 관객들
'en-ABLE 극놀이학교'는 광주광역시 장애인재활협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1년 동안 극놀이 형태의 연극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학생들의 변화와 지역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고자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그 1년간의 프로그램의 결과물이 이 날 공연에서 펼쳐졌다.
이 날 두 가지의 공연이 있었다. 첫 번째 공연은 극놀이학교 동아리팀의 '내 마음의 풍금'이라는 뮤지컬 공연이었고, 두 번째 공연은 문정여자고등학교 드림반 학생들의 '거인의 정원'이라는 연극 공연이었다. 첫 번째 공연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이 전에 극놀이학교를 통해 공연 경험이 있는 학생들 중에서 연극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스스로 '극놀이학교 동아리'에 참여하여 노래와 춤, 연기 실력을 갈고 닦았다. 또한 두 번째 공연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현재 '연상영극 en-ABLE 극놀이학교' 프로그램에 따라 1년간 활동한 문정여자고등학교 학습도움실의 14명의 학생들이 배우로 열연했다.
총 1000석의 공연장에 약 1060명의 관객들이 왔다. 문정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을 포함하여 외부에서도 300명~400명 정도의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왔다. 공연을 하는 배우들은 모두 장애학생이었다. 그리고 관객들은 장애인도 있었고 비장애인도 있었다. 공연 시작 전 관객들은 사회자의 진행에 큰 호응을 보였다. 이제까지 어떤 공연에서도 볼 수 없었던 큰 호응이었다. 문정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은 자신의 친구를 무대에서 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리고 장애학생들은 주저함 없이 무대에 선 친구들을 응원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호응을 보내지 않았을까.
참 멋진 관객들이었다. 배우들도 참 멋졌다. 특히 첫 번째 공연의 동아리팀은 프로답게 극을 이끌어갔다. 공연 중간에 관객의 웃음도 유발하고, 무대 위에서 긴장하거나 어색함 없이 무대 위를 즐기며 뛰어다녔다. 극 중 강동수 선생님과 어린 홍연은 대사에 감정을 실어 표현했고, 출연진 모두가 함께 부르는 '나비'라는 노래는 노랫말과 멜로디, 화음, 배우들의 멋진 연기가 어루러져 정말 아름다웠다. 두 번째 공연의 문정여자고등학교 학생들도 실수에 당황하지 않고 극을 이끌어가고, 음향문제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맡은 역할을 끝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 앞에서, 극 안에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자신이 맡은 역할을 책임감 있게 소화해내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끝까지 연극을 마무리해가는 배우들의 모습이 참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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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풍금' 중에서)
학생들이 직접 만든 대본
이 공연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 중 하나가 연극 '거인의 정원'의 내용이다. 넓고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주인은 늘 혼자 지내며 다른 아이들이 자신의 정원에 오지 못하도록 '접근 금지' 팻말을 붙여놓는다. 주인은 과거에 소심한 아이였는데, 학교에서 발표를 하는 것이 자신에게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친구들은 기다려주지 않았고 창피하다고 놀렸다. 주인은 점점 더 소심해 지고 혼자 지내게 되었고 마침내는 자신만의 세상에서 혼자 지내기로 결심하였다. 그 이후 주인의 정원은 문이 굳게 닫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꼬마아이가 나뭇가지에 걸린 풍선을 내리기 위해 애쓰는데, 자신의 공간에서 내쫓기 위해 주인은 풍선을 내려준다. 하지만 꼬마아이는 주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주인은 꼬마아이에게 도움을 주게 된 이 일을 통해 자신이 오해했던 많은 상황들과 다시 만나게 되고, '오해'와 '편견'으로 굳게 닫힌 문을 조금씩 열게 된다.
이 연극의 내용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직접 완성시켰다. 1년 동안의 프로그램 중 절반은 학생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또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도록 선생님과 학생들이 다양한 '노는' 활동을 한다. 그 다음으로 학생들은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출연할 연극의 대본을 만들어간다. 위 '거인의 정원'의 내용은 학생들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창작물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의 공연을 보고 있는 '나', 그리고 '문정여고 학생들',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가슴에 많은 질문을 품게 된다. '내가 나 스스로를 피해자로 만들어버린 것은 아닐까.' '나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하며 슬쩍 묻어간 것은 아닐까.' '나의 작은 행동으로 누군가가 상처를 받아 오랜 시간 마음의 문을 잠그게 되진 않았을까.' '마음의 문을 열고 닫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거인의 정원' 중에서)
광주광역시 장애인재활협회 '염건이 사무국장' 인터뷰
Q. '거인의 정원' 공연 잘 봤습니다. 한 해 동안 활동했던 결과물을 공연으로 선보임으로써 마무리했는데, 그 소감은 어떠신가요?
A. 학생들은 더할 나위 없이 잘 해 줬는데, 공연 중에 음향 문제가 있었던 게 정말 아쉬워요. 그동안은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공연을 했고, 처음으로 전문 공연 시설이 아닌 곳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외부 장비 사용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호응도 정말 좋던데, 공연이 끝난 후 배우들과 선생님들은 어떤 소감을 얘기하던가요?
A. 아직 사후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요, 배우들과 선생님 모두 '잘했다'는 평이에요. 저희 프로그램은 공연이 끝난 직후에 '사후 검사'를 시행하는데, 전문 검사자가 선생님, 학생들과 함께 1년 동안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게 됩니다. 아이들의 자존감이 어느 정도 향상되었는지, 표현 하는 정도에 있어서 어떤 변화들이 있는지 등을 수치화하여 평가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 평가 결과가 절대적이지는 않고요. 개선 여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자료로 활용됩니다.
Q. 1년 동안의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1년 중 전반부 5개월 동안은 '연극 체험'을 합니다. 그냥 노는 거예요. 선생님들과의 교류도 하고요.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극적인 태도를 조금씩 줄여나가는 과정입니다. '연극'의 인물들이 '가상의 인물'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과정이고, 소극적인 표현에 익숙한 아이들이 연극 안에서 배우로써 많은 것들을 표현할 수 있게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후반부 5개월은 '연극 연습'을 합니다. 주제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면서 대본을 함께 만들고, 공연을 위해 연습을 하는 과정입니다.
Q. 9년 동안 극놀이학교를 이끌어오고, 매해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셨는데요, 그동안 가장 많은 노력이 필요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A. 관계자들(강사, 자원봉사자, 특수교사, 관련부처 등등)에게 프로그램의 지향점을 이해시키고 함께 한마음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특히 연극 강사와 기획자가 같은 교육목표를 향해 서로 다른 의견을 조합하고 마음을 맞춰나가는 과정에 많은 노력이 있었어요.
Q. 그러한 노력을 통해 이루어낸 많은 결실 중 가장 좋았고 행복했던 순간이 있을 것 같아요.
A. 저희 프로그램이 이제는 지역사회 선생님들 사이에서 서로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되었어요. 프로그램이 좋다고 서로 참여하고 싶어 하세요. 예전에는 저희가 참여 학교를 모집하기 위해 애를 썼는데 이제는 저희가 사업설명회를 열고 신청한 학교들 중에 한 곳을 심사를 통해 결정하게 됩니다. 그 만큼 프로그램의 질적인 측면이 많은 전문가들에게도 인정을 받고 있다는 뜻이겠죠.
Q. 앞으로의 또 다른 목표가 있나요.
A. 프로그램 매뉴얼(사례집)을 꼭 만들고 싶어요. 오랫동안 많은 노력을 통해 프로그램을 완성된 형태로 발전시켜왔고, 또 더욱 다양한 의미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주고 있는 현 시점에서 매뉴얼로 만들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지원이 끊기면 프로그램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누구든지 언제든지 극놀이학교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어놓는 것이 목표에요.
Q. 인권영화제에 영화를 출품한다는 소식이 있던데요?
A. 올해 1년 동안의 수업 내용을, 연극을 만들어 온 모든 시간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수업 과정, 학생들의 인터뷰, 공연까지의 내용들을 40분의 영상을 통해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올해 11월 인권영화제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으로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