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번지고 물들이고 꽃 피우는 힘, 그 사랑을 노래하는
마음놀이터 김옥진 대표
남도향토음식박물관에서는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인 ‘엄마 꽃이 되다’ 결과발표회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그 곳에서 김옥진 강사를 만났다. 인사를 나누고 제법 규모가 큰 전시장 안을 함께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선, 전시회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색의 다양함”이다. 이채롭고 따뜻하고 자유로운 기운을 발산하는 작품들은 회화뿐만 아니라 석고, 실 등을 재료로 사용하여 다양하게 시도되었다. 결과발표회를 위한 전시회라기보다는 다양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룹전처럼 느껴졌다. 그 느낌이 매우 특별하게 느껴졌다.
추상화 작품에서는 모든 작가들의 붓의 터치는 매우 역동적이었다. 외유내강처럼 자잘한 붓의 터치도 겹침을 통해 강인한 엄마들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색의 선택도 전체적으로 밝고 다양했다. 어두운 색을 칙칙하지 않게 버무릴 수 있는 건, 아마도 엄마들의 힘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도 미술 전공자도 아닌 엄마들과 함께 하면서 이러한 에너지와 감성을 끌어내고, 그림으로 표현하게 이끌어준 김옥진 강사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엄마들에게 뮤즈가 되었던 김옥진 강사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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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매우 잘 봤다. 정말 미술을 배우지 않았던 분들이었을까, 할 정도로 다양하고 이채롭다. ‘엄마 꽃이 되다’의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의 결과물전시전이라고 보기에는 다들 그림 실력들이 수준급이다.
A. 가르치지 않고 모인 사람들의 생각들을 끌어내려 애쓰지도 않고 순간순간을 즐기려 했다. 어른이며, 중년 여성인 대상자들은 자신의 고민 안에 있어서 나란 존재에 대한 생각이 많을 나이다. 직접 말로 드러내지 않지만 포부, 외로움, 허한 공허함 등을 자주 떠올린다. 젊었을 때 외로움과는 다른 외로움이다. 그렇기에 어떤 주제를 줬을 때 다양하게 끌어낼 수 있었다. 나이가 주는 연륜, 경험, 사유가 작품에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다. 직업이나 꿈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이끌어내니 잘 나온 것 같다.
Q. 벌써 현장에서의 십년이 흘러갔다. 선생님의 십년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A. 위로가 됐던 시간이었다. 에너지도 얻고 피드백도 얻지만 내 에너지를 소진할 때가 있었다. 특별한 대상자를 만났을 때는 쉽지만은 않았다. 그만큼 그들과 공감대와 이해를 하기 위해 에너지를 많이 쏟아야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년이고, 엄마라는 점에서 공감대가 있었고 나도 내 자신을 되돌아보며 내내 작업을 함께 했다.
누군가 쉬어야 하지 않냐고도 했다. 육체적 쉼은 쉼이 아니라 이 시간 동안 충분히 에너지 받았고 쉬었다. 이제 정리의 시간이 되었다. 예술 강사로서도, 내 나이에서의 내 인생, 앞으로의 꿈들 그런 걸 정리했다. 가장 좋은 프로그램은 내가 잘 아는, 관심 있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면 제대로 만들 수 있다. 내가 잘 알고 어떤 이야길 하고 싶은지 아니까. 그래서 이 정도 오니, 좋은 프로그램이란 그 대상자에 대한 공감을 충분히 하며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딜 가나 그런 말을 한다. 기획자양성 관련 프로그램이나 워크숍에 강사로 가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것을 가장 잘하는 것과 매치해보라고 한다.
Q. 한 길을 계속 갈 수 있었던 믿음이 있다면?
A.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을 너무도 잘 안다. 문화예술교육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지. 내가 잘 알고 나도 성장했고 그걸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당장 명품 가방을 안 들어도 미술관 가서 작품을 보면서 위로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경제적 풍요보다 더 좋은 게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한 길을 계속 갈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향유하고 행복했으면 싶다. 어렵고 힘든 기간도 있었지만, 견딜 수 있는 건 이 행복감 때문이다.
Q. 앞으로 시간들은 또 어떻게 변화하며 갈 지 기대된다.
A. 문화예술교육 관련 일을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정책화 이전에 우연한 기회로 일 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십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내가 마치 산 증인처럼 되었다. 아는 분이 이런 비슷한 수업을 해서 거기에 참여했던 것이 시작이다. 2006년도 미술치료 강사로도 활동했고,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고 그냥 현장에서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알아갔다. 지금 전문가들이 하는 이론적 이야길 들어보면 내가 그런 식으로 변화하고 있더라.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며 배워가는 게 많았다. 이렇게 강사를 하면서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교육도 했었는데, 지금은 나누고 있다. 예전에는 나만 했는데 그건 의미가 없다. 자꾸 나누게 된다. 작년부터 기획자 양성에 좀 더 시간을 쏟고 있다. 함께 하면서 얼마나 재밌는지 깨닫다 보니, 함께 하는 게 좋더라. 전에는 혼자가 편했는데, 지금은 같이 하는 즐거움을 많이 느끼게 됐다. 마을 관련 프로그램도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사회적 역할도 열심히 하다 보니 영역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다. 올해 마을에서 이것저것 시도했고, 이젠 구체적으로 만들어질 것 같다. 마을 사람들과 더 재밌는 일을 만드는 데 더 집중하려고 한다. 그 동안 경험과 노하우를 기획자 만나 나누는 일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Q. 이론이 아닌 현장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눈다는 게 매우 좋은 일이다. 강사로서 기획자로 다방면으로 활동하셨던 선생님의 활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본다. 단골 질문이지만,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그 수많은 대상자들 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면?
A. 이순임 어머님. 처음 기획할 때부터 염두 했다. 할머니들이 문화센터나 어디 누릴 공간이 있더라도 쉽지 않다. 복지관도 자기 표현하는 일보단 기술적인 것만 하는 편이다.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했고,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다. 내가 마을에서 미술을 잘하니까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한 번 해보자란 생각이 들었다. 문화예술이 가지고 있는 힘을 보여주자. 이런 취지에서 서로 맞아 함께 하게 되었다. 이순임 어머님의 아들이 전화가 온 적이 있다. 엄마가 물감을 사달라고 하는데 뭔지 모르겠다고. 수업 참여한 날부터 밤마다 그리고 있는데, 한 달이면 족히 두 세권은 거뜬히 나온다. 수업에서 뿐만 아니라 집으로 돌아가도 혼자 그림을 그린다. 색종이도 지화처럼 오려 갖고 오기도 한다. 굉장한 에너지다. 열정적이다. 늘 말하신다.
“느그때가 좋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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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몸으로 보여주시니, 많이 배우고 느끼고 기억에 남게 되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길을 가는 데 힘을 주실 분이라 생각한다. 그 분의 행동과 말, 그림 모든 면들이 나를 돌아보게 하고 생각하게 한다. 앞으로 이 일을 계속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해준다. 마음이 지칠 때, 떠오르는 분이다.
다른 분은 수업을 오랫동안 함께 한 미혼모들이다. 어른들을 그림 그리게 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닌데, 미혼모들은 시작이 굉장히 어려웠었다. 아무래도 마음의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이 안 나고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다던 아이들. 억지로 시킬 수 없으니 어떻게 그림을 그리게 할까? 자기를 어떻게 표현하게 할까? 이런 고민을 가장 많이 하게 한 친구들이다. 내가 지금 이만큼 할 수 있었던 건, 어떤 대상자들 만나든 공감과 이해를 하려는 열정을 갖게 된 것도 아마 이 친구들을 만나면서부터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싶다.
미혼모들에 대한 편견은 식상한 얘기긴 한데, 그 앞에 가정, 울타리가 든든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될까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든 건 이 아이들을 만나면서다. 예전에는 이런 고민도 안 했다. 함께 성장했던 시절이었다. 아이들도 수업을 통해서 자기 자신들 돌아보고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시설을 나가서도 쉼터를 통해 찾아오고 연락하는 아이들을 보며 정말 늘 감사했다. 부족했을 텐데, 그래도 날 찾아주고 기억해주는 게 고맙다.
Q. 미혼모쉼터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실 때, 취재로 선생님을 만났다. 그 때도 느꼈지만 대상자에 대한 접근이 단순한 도식적인 관계가 아니라 사회적인 맥락에서도 넓게 바라보고 미혼모 아이들의 인생까지도 걱정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 때, 많은 감동을 받았다. 지금도 다시 느끼지만, 선생님의 한 길을 이렇게 계속 갈 수 있었던 건 대상자들과의 인연을 위해 노력한 그 열정이 아닐까 싶다. 이런 선생님께서 지금 떠오르는 세 가지 단어가 있다면? 애착을 갖고 있는 그 단어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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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사람, 공감, 밥
밥을 먹는 게 큰 역할이고 중요하다. 난 밥을 잘 못 먹고 다닌다. 밥만 차리는 데도 얘기가 엄청 나온다. 대안 학교에서는 만들어 먹는 게 두 시간 정도 걸린다. 밥을 함께 해서 먹는다는 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바라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더라. 서로 간식 갖고 와 고구마 등등 그러면서 먹고 이런 시간이 친밀해진다. 김장 김치랑 수육 삶아서 먹고 그런 소소한 재미. 그 시간 동안 사람을 내려놓고 편하게 긴장하지 않으니 더욱 사람들이 풀어지고 서로 나눌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공감은 식상한 단어일 수 있지만 머리로 공감 말고 머리와 가슴으로 공감!
사회복지사나 문화예술교육사 혹은 강사, 기획자 등등 아무튼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공감능력이 중요하다. 문화예술교육에서는 특히 대상자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걸 대상자도 알고 느낀다. 그렇기에 진정한 공감이 중요하다.
사람은 우리가 다 사람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 사람을 보고 사람과 함께 하는 것.
착한 사람이라고 하면 촌스럽지만, 그런 사람들이 문화예술교육을 했으면 좋겠다.
세련되고 똑똑한 사람들보다는 사람 같은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다.
사람에게 나는 향기는 저마다 다르다. 사랑으로 번지고 물들이고 꽃으로 피우고 싶어하는 김옥진 강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단어는 밥, 공감, 사람이다. 생뚱맞을 수 있는 질문에도 자신의 가치관을 세 단어로 통해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다는 건,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폭넓은 사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는 일. 사람과 함께 하는 일. 김옥진 강사의 말처럼 세련되고 똑똑한 사람들 보다는 촌스럽다할지라도 착한 사람들이 많이 했으면 좋겠다. 굉장히 의미심장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