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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뜬구름편지.

문화예술교육 현장 및 전문가의 인터뷰를 담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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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편지]☁새해 북 많이 받으세요

뭣이 손에 잘 안 잡히네요. 백 미터 달리기인 줄 알고 종아리 터지게 뛰었는데 아무리 달려도 결승선이 나오지 않아 숨 넘어갈 듯 지치고 힘듭니다. 국가의 원수가 웬수가 되어 슬픕니다. 뿐인가요. 하루아침에 소중한 이웃 백일흔아홉을 잃은 지금이 새해인가, 묵은해인가 모르것네요. 올해는 새해 복을 바라는 오래된 소망이 초상집에서 색동옷 입고 뛰노는 아이처럼 어색해 보이다가도 일순간 더없이 간절해집니다. 누가 어떻게 주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복이란 것이 기필코 착한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남 좋은 일 하느라 애쓰는 우리 독자님들도 마땅히 받아야 하고요.뜬구름 편지에서 책을 엮었습니다. 2024년에 부친 아홉 통의 편지를 몽땅 모았습니다. 선뜻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것을 진실하게 글로 옮겨준 서른아홉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문화예술교육 하는 마음을 헤아려 번번이 편지봉투를 뜯어준 독자님들께도 겁나게 고맙습니다. 복을 드리는 법은 알지 못하지만 같은 뜻으로 비슷한 일을 하는 여러분을 응원한다는 정표로 요 딸기우윳빛 책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책도 복도 '짓는다'는 동사를 쓰니 왠지 책도 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기면서요. 새 일을 도모할 때, 계획서 쓸 때, 동료를 찾을 때, 문화예술교육 고만 할까 싶을 때 들춰보시면 괜찮을라나요. 새해 북 많이 받아 가세요.  뜬구름 편지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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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편지]☁다시 만난 세계의 크리스마스

"안녕하냐"라는, 흔하디흔하고 쉽디쉬운 한 마디가 다르게 들리는 2024년 12월입니다. 까딱하면 안녕하지 못할 뻔했으니까요. 모두가 그럴 뻔했지요. 이번 달 편지를 쓰려고 채성태 님을 만나러 가는 버스 안에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서울 사는 친구가, 오일팔 때 광주 사람들 마음이 어땠을지 알겠다 하더라고." 나쁜 일은 꼭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뭣이 중요한지 번쩍하고 알게 하니까요. 자는 곳, 먹고 입는 것, 하는 일 모두 선명하게 그대로지만 우리의 세계는 전과 같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올겨울의 배경음악이 된 "다시 만난 세계"가 예사로 들리지 않습니다. 12월 3일 이후 우왕좌왕 안절부절못하는 중에 동료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자." 이것은 두 가지 뜻일 겁니다. 광장에 모여 높은 목소리로 가치를 외치고, 각자의 자리에서 낮은 목소리로 일상을 지키자는 선언이겠지요. 그래서 귀가 팔랑이고 엉덩이가 들썩일 때마다 저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집니다. 그렇게 새벽 다섯 시에 책상 앞에 앉아 올해 마지막 뜬구름 편지를 씁니다. 남 좋은 일 좀 해보겠다고 팔 걷어붙이고 꾸역꾸역 한 해를 살아낸 당신을 떠올립니다. 나누고 싶어 안달하는 희한한 당신들을.'저 아이가 중학교에 다니다가 쉬고 있다는데, 우리 목공방에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오라고 하면 어떨까.''하릴없이 하루를 보내는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 우리 사진관에 오라고 해서 사진 좀 가르쳐주면 어떨까.''소아암 치료를 끝낸 어린이들이 모이는 곳이 있다던데, 거기 가서 동화를 함께 써보면 어떨까.''외따로이 살아가는 청년 예술가들이랑 같이 푸성귀 키워 밥 지어 먹고 일기도 같이 쓰면 어떨까.''아픈 형제를 둔 어린이들은 때때로 얼마나 외로울까. 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도우면 어떨까.''아, 자꾸 저 사람에게 마음이 간다.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또 어떨까. 그냥 한 번 해보자. 어라, 내 생각이 맞았네. 이게 되네. 그럼 다음엔 이것도 해볼까.' 이런 마음으로 일 년, 삼 년, 오래오래 발바닥에 땀 나도록 남 좋은 일 해온 당신을 이제 좀 이해할 것 같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책에 이런 말이 나온대요. "나를 구하는 유일한 길은 남을 구하려고 애쓰는 것이다."올해도 남 좋은 일로 나를 좋게 가꾸어낸 당신에게 다시 만난 세계에서 인사를 전해요."메리 크리스마스." 뜬구름 편지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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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편지]☁광천사거리에서 하품하는 마음

광천사거리에서 차를 멈추고 신호를 기다리면서 도대체 이 길을 얼마나 왔다 갔다 했을까 생각했다. 뉴스와 광고를 틀어두는 집채만 한 전광판, 커다란 눈알이 그려진 안과병원 간판, 나 좀 알아달라고 펄럭이는 정치인들의 현수막, 세상에서 가장 큰 택배 상자처럼 생긴 백화점. 변하지 않는 시시한 풍경에 시비를 걸다 보니 애꿎게도 나까지 불똥이 튀었다. '내 삶도 앞으로 거기서 거기겠지.'다시 액셀을 밟아서 풍암동에 있는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로 향했다. 시각장애인들이 모이는 자리였다. 삼십 대쯤 되었을까. 서서히 시력을 잃은,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현미 씨가 무심한 표정으로 늘어놓는 진심을 들었다. 코까지 덮는 물안경을 쓰고 바닷속을 구경하는 스노클링을 좋아한다고 했고 미술관도 종종 간다고 했다. 남편이 말리지만, 클럽에서 춤추는 게 소원이라고도 했다. 그렇다고 '불굴의 의지로 장애를 딛고 도전하는 위대한 현미 씨'라며 세상이 기대하는 대로 그녀를 정의하고 싶진 않았다. 볼 수 있고 아니고, 장애가 있고 없고는 그날 모인 우리 사이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녀의 고요한 포효에 반했다. 이것도 해봤고 저것도 해봤지만 요것도 하고 싶고 죠것도 하고 싶다는 수다 끝에 그녀는 덤덤하게 말했다.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은 다르잖아요." 현미 씨는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가능과 불가능의 기준은 세상이 아니라 오직 나만 세울 수 있다는 선언이 새삼스레 놀라웠다. 몸과 몸 밖의 조건 보다 나의 의지에 먼저 귀 기울이며 산다면 한 사람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문화예술교육은 어쩌면 집요하게 말을 걸면서 한 사람의 자유 의지가 기어이 빛을 보도록 돕는 일이 아닐까. 그렇게 나는 십일월의 뜬구름 편지에서 소개된 허니펀치의 양동준, 전통연희놀이연구소의 정재일, 광산농악보존회의 한석중, 러브앤프리의 윤샛별, 그리고 그들이 만나고 읽어낸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들에게 오만가지 빛깔의 자유 의지를 느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또 광천사거리에 멈춰 섰다. 별 다르지 않은 가운데 새롭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가로지르는 작고 큰 사람들이, 그리고 달뜬 얼굴로 "안 하는 것은 못 하는 것과 다른 거야, 암 그렇고 말고."라고 중얼거리는 내가 별나 새로워 보인다.  뜬구름 편지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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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기획기사

✉[뜬구름편지] 크리스마스 이브에 보내는 편지

크리스마스 이브에 보내는 편지화평한 세계를 그리는 예술가 채성태를 만나다천윤희 / 뜬구름편지 편집위원선생님!1.올해 초 선생님을 뵈었을 때, “안녕하세요. 잘 계셨어요? 오랜만이지요.”라고 인사를 드렸더니 오랜만에 숨 고를 시간이 서로에게 주어졌는지 선생님께서는 마주 보고 짧은 시간에 여러 말을 쏟아내셨어요. 뚫어지게 쳐다보는 선생님의 시선을 감당하며, 빠르게 쏟아내는 말을 귀담아야 했어요. 급하고도 중요한, 해야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어요. 산 밑 동네에 방앗간을 내었다고, 할매들이 이것도 저것도 필요하다고 해서 하나둘 하다 보니 참기름도 짜고 고춧가루도 빻고 떡도 만들었다고, 방앗간 때문에 너무 바쁘다고 했어요. “내 떡 한번 해주어야 하는데….”라면서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고 하셨어요.그곳으로 이사하고 나서 몸과 마음이 매우 아파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적이 있다고 했어요. 동네 할머니들이 오고 가며 냉장고에 반찬 해 넣어주고 죽 끓여주고 약 사다 주고 해서 자신이 살아났다고 했어요. 차마 왜 아팠냐고, 그렇게 많이 아팠냐고 묻지 못해 머뭇거리는데, 혈육은 아니지만 오래 자식처럼 돌보던 아이를 보내고 이어 어머니를 보낸 뒤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고, 공황장애가 와서 숨도 쉬기 힘들었고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고 했지요. 지금은 좋아졌다고 했고요. 그 말에 뭐라 말도 못 하고 고개만 끄덕끄덕, 속으로 ‘어떻게 견디셨어요. 어떻게?’라고 질문했지요.사는 게, 살아내는 게 이토록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데 삶의 소망이 보이지 않는 때를 갓 지난 선생님을 찾아가 ‘문화예술교육’을 말하려고 했네요. 아직도 선생님께 문화예술교육이 의미 있나요? 문득 이 모든 게 너무 사소하고 허망해 보여요. 가난한 아이들과 장애인과 성매매 여성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하다가 살던 동네를 재개발하면서 그곳을 떠나 들어온 이곳에서 선생님은 안녕한가요?2.요 며칠, 날이 너무 추워요. 편한 삶에 익숙해진 제 몸은 냉기에 몸살이 올 것 같아요. 그리고 지난번 선생님을 찾아뵌 날 방앗간과 간판 없는 가게에서 느꼈던 냉기가 바로 떠오르네요. 더 아프시지 말아야 할 텐데요.오늘도 새벽에 가게 불을 켜고 겨우내 버려진 화분들에게 말 걸고 물 주고 음악을 틀어두고 있을 선생님을 상상해요. 어느 날 동네 도로에 화물 트럭들이 줄줄이 서 있는 걸 보고 ‘새벽에 일 나가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다가 일일 노동자들, 화물 운전자들이 들으라고, 세수하는 듯 정신 나라고, 음악을 틀기 시작했다고 단지 그것뿐이었다고 말했잖아요. 시간에 따라 오가는 사람들이 다르길래, 아침에 시간대별로 나름 선곡하여 음악을 틀었다고요. 간판도 없는 어느 공간에서 불을 켜고 매일 음악을 틀어주니, “여기 뭐 하는 데에요”라며 한 명 두 명 들어왔고요. 하루는 깜빡하고 음악을 틀지 않았더니 “왜 오늘은 음악 안 틀었냐”라고 누군가 물었다고 했지요. 그렇게 이곳은 차를 덥히면서 잠깐 머무는 대기소이자 쉼터가 되었다고 했어요.전주 서서학동에 있는, 초록초록 식물 가득한 간판 없는 가게 '문화공간 싹' ⓒ청춘기획라이브온3.이쁜 초록 초록 화분들은 잘 있나요? 간판도 없는 가게에 들어갔다가, “와!”하고 함성을 질렀지요. 여긴 온실인가요? 꽃집인가요? 바깥세상과는 너무도 다른 환상 공간이었어요. 천장, 벽, 바닥이 온통 식물로 장식되었어요. 겨울에 이토록 건강하고 생생한 초록이라니, 눈과 마음이 행복했네요. 요맘때 이집 저집 화분을 많이 버리고, 그것들을 주워와 버려진 폐가구, 재활용품을 써서 다시 심고 살려낸다고요. 이쁘게 키우니 갖고 싶어해서 어르신들에게 다시 선물하고 있다고 했고요.동네에 혼자 사는 어르신, 장애인 등이 많고 아예 출입도 안 하고 사는 분들도 많다고 했잖아요. 쓰레기랑 같이 살고 환기를 하지 않아 냄새 나는 곳도 더러 있고요. 그래서 선생님이 그런 집에 화분을 들고 가서 빛과 바람이 드는 곳을 찾아서 두었다고 했죠. 식물 하나만 들어왔을 뿐인데 달라진 집 안 분위기와 매일 자라는 모습에 감탄하며 식물과 말벗하는 어르신들이 눈에 선하네요. 어떻게 환기해야 좋은지, 내 몸에 건강한 공간은 무엇인지를 바지런히 알려주셨다고 했는데 그러면 사람이 달라지잖아요.그래요, 그게 선생님의 그림이지요. 청소하고 나면 기분이 달라지듯이 일상을 달라지게 돕는 일이 선생님의 작품이겠지요. 어르신을 어떻게 방 안에서 움직이게 할 것인가를 상상하고 계획하다가 식물과 사람을 연결하니 이어서 자연스레 다양한 일이 줄줄이 일어났다고 말씀하셨지요. 식물을 나누니 떡이 오고, 밥이 오고, 약이 오고, 어느 날엔 드디어 집에만 계시던 할머니가 밖에 나왔다고 했지요.청소하고 나면 기분이 달라지듯이 일상을 달라지게 돕는 일이 채성태 선생님의 그림이자 작품이다 ⓒ청춘기획라이브온4.뒷산 조그마한 땅에다 농사지으며 거기 앉아있는 게 선생님의 가장 큰 기쁨이라고 하셨지요. 젊은 남자가 하도 그곳에 앉아있으니까 어르신들이 걱정하고 궁금해할 법도 하죠. 그때 선생님은 궁리 중이었잖아요. 땅을 실험실 삼아서 말이죠. 처음엔 쓰레기 매립지였기 때문에 쓰레기를 다 파내서 밭을 만들고, 동네 사람들과 수확을 나누고, 거기서 난 식재료를 방앗간에서 가공해 팔고, 이어서 카페 음료 재료로도 썼지요. 할머니들이 자꾸 땅을 맡겨서 힘들어 죽겠다는 말이 이해되네요.“빚내서는 안 합니다.”라는 선생님 말에 안도했어요. 지원금도 월급도 나오지 않으니 저의 좁은 세계관에서는 ‘선생님도 먹고살아야 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하지’하며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그 또한 저의 어리석음이었네요. 모든 실험은 연결되어 있고, 자립하고 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연구하고 있으니까요. 작년에 심은 모종이 알고 봤더니 매우 비싼 식물이라고…. 서울 양재 꽃시장에 비싼 값에 팔 수 있다고 알게 된 후로 종류별로 키우고 있다고 하면서 값을 알려주셨는데 그 식물이 정말 달리 보이더군요.방앗간도 올해는 실험하는 한 해로 보내면서 여러 재료로 실험하고 기술을 습득하는 데 몰입하고 있다고 했지요. 어떻게 하면 고춧가루를 잘 빻아볼까 연구하다 보니 품질이 소문 나서 먼 데서 트럭 가지고 오고, 참기름과 떡도 인기가 좋다고 했어요. 직접 키운 여러 작물을 건강한 먹거리와 건강한 삶을 바라며 사용했더니 반응이 좋다고 했지요. 그래요, 선생님. 사람은 건강히 먹고살아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돈과 일자리가 필요하고요. 지원받는 구조에서 탈피하여 스스로 자립하고 자급자족하는 삶을 구상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해요. 공동체로 살아가야 하니 사업을 하면서 일자리를 만들어 주민과 함께 삶을 영위하고 싶다는 구상이지요. 간판 없는 가게는 카페로 만들어 주민이 운영하되 밭과 방앗간에서 재료를 마련하고 또 식물도 키워 팔고, 방앗간도 분야를 나눠 여러 주민이 사장이 될 수 있도록 하고요.5.“둘러보면 사방에 보물 천지다.”라고 말씀하셨지요. 다만 잘 보이지 않을 뿐이겠죠. 선생님에게는 숨어있는 보물을 보는 특별한 힘이 있나요?“일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보물도 달라져요. 무심히 지냈던 공간에 대해 곰곰이 궁리해보면 ‘이렇게 바꿀 수도 있겠다’라는 느낌이 들면서 희망이 생기더라고요. 아이든 어른이든 버려진 것을 좋게 바꾸면 나도 집에서 해보고 싶고, 그렇게 시도했을 때 희열을 느끼죠. 그 감각이 중요해요. 이것을 맛보면 다음을 또 계획하더라고요. 사람들에겐 그런 힘이 있어요. 근데 안 해봐서 깨닫지 못할 뿐이지요. 나는 그게 문화예술교육의 힘이 아닐까 싶어요. 상관없던 사물을 다르게 쓰면서 자기 삶에 연결할 때, 삶도 조금씩 변할 수 있어요. 그게 문화예술교육이라고 생각하고요.”선생님의 삶터를 잠시 들여다보고 오며, 나는 선생님이 성직자 같다 느꼈어요. 성직자가 신에게 받은 소명을 따라 사는 것처럼 말이죠. 누구도 그걸 하라고 등 떠밀지 않았는데, 선생님은 가난한 어린이, 장애인과 그 가족, 성매매 여성과 그 가족,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어르신에게 말을 걸고 손을 내밀었어요. 선생님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그곳 사람들이 본래 가진 것과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찾도록 도와주며 살고 있지요. 미술을 전공한 선생님은 자신을 “세계를 캔버스 삼아 그리는, 모두가 화평할 수 있는 세계를 그리는 예술가”라고 했어요. 그게 선생님이 말하는 문화예술교육이라 했지요. 그래요. 화평한 세계를 그리는 예술가.사물을 다르게 쓰면서 자기 삶에 연결할 때 삶도 조금씩 변할 수 있어요. 그게 문화예술교육이라고 생각하고요 ⓒ청춘기획라이브온근데 말이죠, 선생님. 작디작은 세계를 겨우 살아가는 저는, 다른 누구보다 선생님이 먼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안녕했으면 좋겠어요.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오래 보고, 또 만나 후배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은 우리에겐 선물 같은 보물이니까. 스스로를 아끼고 잘 돌보았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그들을 생각하듯, 안전 기지 같은 좋은 사람이 곁에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고마워요. 선생님이 계셔서 참 좋아요. 메리 크리스마스!p.s 탱자엑기스차 참으로 약이네요. 고춧가루와 떡, 참기름도 잘 먹고 있어요!*이 글은 문화예술교육하는 채성태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우성방앗간과 간판없는 가게에서 나눈 대화를 기반으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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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인터뷰

✉[뜬구름편지] 덕분에 나답게 살 수 있었네요

덕분에 나답게 살 수 있었네요“다정한 참견 : 나의 문화예술교육을 찾아서”를 마치고 임아영(뜬구름편지 편집위원장)고백하며 시작한다. 2009년, 스물여덟 살에 첫 직장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이하 센터)에 들어왔다. 우리 할머니 말마따나 ‘먹고 대학생’ 시절을 지나, 방송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서 여기저기 방송국을 기웃거렸지만 줄기차게 떨어졌다. 얇은 가방끈을 길게 늘일 셈으로 대학원에 들어갔고 거기서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여섯 글자를 처음 들었다. ‘공교육’과 ‘사교육’은 알겠는데 문화예술교육은 또 무슨 조어인가 싶었다.뭐 하는 곳인지 몰라서 하라는 대로 했다. 나의 첫 사수, 박형주 팀장님과 여러 사람을 만났다. 여러 이상한 사람을 만났다. 하나같이 뜻대로 살려고 아등바등하는 사람들이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남 좋은 일만 골라서 하는, 바쁘고 지쳐있는 사람들을 한 다스씩 마주했다. 그리고 뒤늦게 알았다, 나는 이들을 지원하는 공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내 배부터 불리며 살아야 한다고 삼십 년 동안 보고 듣고 배웠는데, 남 기름지게 하는 일에 집요하게 골몰하는 사람들을, 내가 무슨 수로 돕는단 말인가. 말도 안 돼.나는 센터에서 교류와 양성을 맡았다. 그러니까 문화예술교육 활동가를 모이게 해서 새 기운을 넣는 일을 했다. 새로운 문화예술교육을 갈망하는 네트워크 ‘새갈래’라는 먹고 떠드는 모임을 한 달에 한 번씩 열었다. 그리고 학교 미술 선생님, 음악 선생님들을 방학 때마다 만나서 연수를 열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좀 다르게 만날 수 있도록, 바깥 예술가랑 이것저것 몇 날 며칠 해보도록 했다. 내가 하는 일은 한 마디로 중매였다.한 해 두 해 지나면서 활동가들이 센터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사업계획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강당에서 공연 연습 좀 해도 되냐, 연구 모임을 하려는데 여기가 좋다, 아니면 그냥 보고 싶어 왔다며 빵이나 귤을 내밀었다. 그즈음 어렴풋이 깨달았다. ‘아, 우리가 이분들에게 필요한가 보다.’ 그리고 나서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맡았고 우리는 신나게 현장에 다녔다. 별의별 단체와 기관과 사람들을 만났다. 모니터링하러 가서 발달 장애 어른들과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미혼모들이 그림 그리는 곳에선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아찔했다. 만날 이런 사람들만 보니까 배알이 뒤틀렸다. 나는 이렇게 못 살 것 같은데 뜻대로 사는 사람들이 주위를 빼곡하게 둘러싸고 있으니 가끔 숨이 막혔다. 도울 자격이 있나. 도울 주제는 되나 싶었다. 나랏돈 받아다 따숩고 시원한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서 전화 몇 통 돌리고 메일 몇 장 뿌리고 고맙단 소리 들어도 되나. 답을 내리지 못한 채 그렇게 육 년이 지났다.서른다섯 살이 되었다. 센터를 나와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이하 삶디)에서 일을 시작했다. 강 건너 불구경은 그만하고 싶었을까. 삶디는 십 대들에게 “꿈이 뭐예요, 꿈을 꾸세요.”라고 사근대지 않고 “내 삶은 내 손으로”를 외치며 망치, 호미, 국자, 붓과 악기를 쥐여 주는 곳이었다. 거기서 또 육 년 가까이 보냈다. 남의 진로에 다정히 참견하다 보니 결국엔 나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또다시 나의 자격과 주제를 묻게 됐다. 나는 남의 손을 빌려 살면서 저들 앞에 서 당당할 수 있나. 그렇게 그곳을 떠났다. 살고있는 곳에서 내 몫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렇게 친정아버지에게 포도 농사를 배우기 시작했고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며 그림책을 읽어주고 축제를 준비했다. 농사짓는 부부들과 더 가까워졌고 마을 도서관에서 기타를 배워 크리스마스 음악회에 서기도 했다. 이제야 비로소 진로를 정했다. ‘글 짓고 농사짓는 시골 할머니 기타리스트.’스물여덟 얼떨결에 받아 든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여섯 글자는 처음엔 그냥 일이었지만 숱한 활동가를 만나면서 그것은 내 삶의 태도가 되었다. 나와 남과 예술을 아끼며 살아가고 싶고, 그렇게 살고있는 분들을 내 코딱지만 한 재주로 돕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그러다 센터에서 여는 ‘문화예술교육 서로배움 : 다정한 참견’에 초대받았다. 그리고 활동가들이 사업으로서 문화예술교육 말고 ‘나만의 문화예술교육’을 정의하도록 도왔다. 열 명 남짓한 그들을 환대하고 그들의 일을 긍정하는 그림책을 읽었고, 예술과 이웃에 대한 고백을 쓰게 하고 곁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음악을 하니까, 목공을 하니까, 심리상담을 하니까”가 아니라 “나는 이런 사람에게 눈길이 가니까, 누구를 돕고 싶으니까, 이들이 내게 이런 걸 원하니까”로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길 바랐다. 계획서 쓰는 법이나 글 잘 쓰는 법을 원하고 왔다면 이 자리를 빌려 심심이 위로한다.“나는 이런 사람에게 눈길이 가니까, 누구를 돕고 싶으니까, 이들이 내게 이런 걸 원하니까”로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길 바랐다.   십오 년 전에는 사직공원에 있던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그리고 지금은 삼서면 유평리에서 나는 여전히 문화예술교육 활동가인 당신을 마음 다해 응원하고 있다. 부지런히 쓰고 떠들면서 받았던 사랑을 할부로 갚아나가는 중이다. 여기 다정한 참견을 앞두고 참여자들에게 보냈던 편지글과 그들에게 드렸던 질문지를 동봉한다. 내년에도 굳이, 뜯어말려도 기언치 문화예술교육을 할 참이라면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프린터에 전원을 넣고 요놈을 뽑아 꼭 연필로 적어보길 바란다. 마침내 ‘나의 문화예술교육’을 정의할 수 있길 바란다.“올해도 여러분 덕분에 나답게 살 수 있었네요.고마워요.”                                                                                                                                                                                마침내 ‘나의 문화예술교육’을 정의할 수 있길 바란다.✉ 안녕하세요. 아봉이라고 해요.이름은 '임아영'인데, 임아영으로 불리면 임아영이 지닌 성격, 취향, 능력만 가지고 살고 말아 버릴 듯해서요.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며 살아야겠다고 어렴풋이 맘먹었을 때, 정확히 말하면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를 그만둔 서른다섯 살부터 '아봉'이라는 어릴 적 별명을 일터와 삶터에서 쓰고 있어요. 임아영은 주위 사람들이 알고 있고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아봉은 내가 바라는 나라고 봐야겠네요. (아봉은 스무 살에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인데요. 몇몇은 '아몬드봉봉'의 줄임말이냐고 묻기도 해요.)만나기 사흘 전이네요. 한 날 한 시에 한 자리에서 만나는 인연이 신기하고 반가워서 띄우는 편지이고요. 단 몇 시간을 만나더라도 제대로 마주하고 싶은 마음에, 다음 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알리고 싶었습니다. 특히 '우리가 왜 만나야 하는지'에 대해 꼭 말씀드려야 해요. 혹시나 해서 말이죠. 어디에 내밀어도 합격하는 기획서 쓰는 법이나 한강처럼 노벨문학상 타는 작가가 되는 법을 기대했다면 여기 말고 다른 데 가셔야 해요. (근데 돈만 날릴 거예요. 나아지고 싶다면 그냥 오늘부터 매일매일 일기를 쓰세요.)먼저 "다정한 참견"을 기꺼이 허락한 여러분에게 고맙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잔소리, 그러니까 참견이라면 지긋지긋하지만 "다정한" 참견은 반갑습니다. 앞에 있는 사람을 진심으로 위해야 다정할 수 있잖아요. 저는 어찌하다 보니 문화예술교육하는 분들을 말과 글로 응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참견은 쉽고 깔끔하고 돈까지 되지만, 다정한 참견은 어렵고 따분하고 내 시간과 돈을 들여야 가능하더라고요. 심사, 컨설팅, 모니터링 등이 단박에 평가하는 것이 참견이라면, 먹고 마시며 나누는 하소연이나 인터뷰 그리고 여러분과 만나는 이런 자리가 제겐 다정한 참견입니다.어찌 보면 문화예술교육도 다정한 참견이겠네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말 걸잖아요. "이거 한 번 해보자. 뱃속 느낌과 생각을 세상 밖으로 꺼내자. 이곳은 안전하다. 당신 이야기를 들려달라. 당신의 이야기가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이렇게요. 여러분이 예술로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이런 거 맞죠? 하지만 "나는 이런 이유로 누굴 위해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어(혹은 하고 싶어)"라고 똑 부러지게 말하거나 써내기 어렵고, 나아가 이게 문화예술교육이 맞는지도 모르겠나요? 보름 전에 만난 한 분이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나는 문화예술교육을 할 자격이 없나 봐요."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이고, 또 문화예술교육을 할 수 있는 자격은 또 무엇일까요. 그림을 배웠으니 그림을 가르치고 무용을 전공했으니 춤을 알려주면 문화예술교육일까요.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따고, 삼 년 넘게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소외계층을 위해 일하면 할 자격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의 충고, 조언, 평가, 비판은 설익은 밥 같아서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질 않고, 그렇다고 어디 물어볼 데도 마땅치 않은 채로 어김없이 새해는 밝아옵니다. 그렇지만 잘 생각해 보면 답은 나에게 있어요. 내가 찾아야 해요. '나의 문화예술교육'을 내가 정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내 일과 삶은 내 것이니, 스스로 정의 내릴 수 있어야겠지요. 하지만 참 어렵더라고요. (저도 못 하고 있어요. 끄응.) 그래서 시간 내고 마음 내서 모였으면 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나의 일을 말하고 쓸 수 있게 돕고 싶고요. 그래서 강의를 들으러 오는 게 아니라 뱃속에 꽉 들어찬 생각을 토해낼 마음먹고 오셨음 해요. 아침밥 든든히 잡숫고 좋아하는 펜을 들고 온다면 좋겠네요. 오랜만에, 어쩌면 처음으로 내 말을 들어주는 자리인 '나와 나의 인터뷰'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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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기획연재

✉ [뜬구름 편지] 두 팔을 접고 쉬어도 좋은 겨울

책 속에 니가 있다 - ④두 팔을 접고 쉬어도 좋은 겨울윤샛별 / 독립서점 러브앤프리 대표“문학의 힘이 크다는 걸 느껴요.”늦은 밤, 서점에서 독서모임을 하던 중에 한 분이 말했다. 같은 책을 읽고 모르는 이들이 모여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다. 문학의 힘이라는 게 뭘까. 2024년 가장 뜨거운 작가, 한강의 인터뷰에서 이 이야기가 나온다. “거칠고 딱딱하기만 한 세상에서 소설은 어떤 힘을 가질까요?”라고 기자가 묻자, 한강 작가는 답했다."우리는 일상 속에서 정말 깊은 진실을 보거나 보여 주기 쉽지 않잖아요. 친구와 밥을 먹다가 ‘나는 요즘 산다는 게 뭔지 생각하고 있어’라고 고백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꺼내기 쉽지 않지만 표면 아래에서 우리를 흔드는 중요한 감정들, 깊은 의문들, 감각들을 문학이 다루면 그걸 읽는 사람들은 문득 자신 안에 있던 그것들을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 읽고 있는 소설 속 사람이 되어보며 자신으로부터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순간을 반복하면 자아에 틈이 벌어지면서 투명하게 자신을 직시하는 경험을 하게 되고요. 그렇게 소설은 여분의 것이 아니라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 우리를 연결하는 실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경제신문, 2024. 10. 10.)그날 서점에 모인 이들은 “문학의 힘”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강 작가가 말했듯이 소설을 읽으며 요즘을 어떻게 보내고 주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돌이키는 등, “자신을 직시하는 경험”을 하며 우리는 함께하고 있었다.‘러브앤프리’ 서점 벽면 한편에는 손님들의 글쓰기 코너가 있다. 질문 하나에 각자가 생각하는 걸 포스트잇에 쓰고 붙여두는 코너다. 올해 첫 질문은 〈2024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였다. 많은 이들의 쪽지가 붙었다.“덜 걱정하고 덜 울고 덜 힘든 2024가 되었으면 합니다.”“괜찮아, 사랑해, 꽤 멋져, 또 보자.”“네가 원하는 꿈을 펼쳐! 눈치 보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누구든 너의 삶을 응원할 거야. 인생은 네가 개척해 나가는 거야.”“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어. 자신감을 갖고 항상 있는 그대로 멋지게 피어나기를. 응원해, 항상 나 자신이.”“우리 딸들 항상 행복해.”“아낌없이 사랑할 것.”“소중한 것을 잃지 말고 새로운 것들에 연연하지 말자. 행복합시다.”“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작년보다 조금 더 성숙한 내가 되길 바라봅니다.”빼곡히 붙여둔 마음들을 하나하나 읽다 보면 눈시울이 붉어질 때도 있다. 모두가 자신을 응원했던 올해, 다들 어떻게 보냈을까. 연말이 되면서 새로운 질문 쪽지가 붙었다. 〈2024 당신에게 위로가 되어준 것은 무엇인가요?〉 어떤 한 해를 보냈을지, 내게 위로가 되어준 것들에 대해 떠올려 보며 서로의 이야기들을 벽면 가득 주고받게 될 거다.11월 11일, 빼빼로 데이였고 또 서점의 날이었던 그날의 마지막 손님을 기억한다. 책을 정리하면서 눈을 마주쳤고, 그러다 사라지셨는데 카운터 테이블 위에 빼빼로와 쪽지 한 장이 있었다. 손님이 남긴 글을 한참을 보며 서 있었다. “숨이 버거울 때 ‘러브앤프리’에 오면 좀 나아져요. 감사합니다.” 2024년 위로가 되어준 것은 무엇인지를 작성한다면 그날의 일을 적을 테고, 그 손님도 언젠가 그날의 일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말려드립니다』(남섬, 향, 2021)라는 그림책이 있다. 제목 그대로 말려주는 이야기인데, 주인공은 빨래 건조대이다. 버튼만 누르면 기계 안에서 ‘돌돌돌’ 돌아가며 자동으로 빨래를 말리는 건조기 말고, 팔을 양쪽으로 ‘척’하고 펼쳐서 그 위에 빨래를 거는 파란색 건조대가 주인공이다. 무엇을 말릴까. 흠뻑 젖은 빨래도 ‘척척’ 걸어서 ‘쨍쨍’하게 말려주고 물 ‘뚝뚝’ 신발도 말려준다. 그리고 외친다 “자, 다음!” 열정 건조대다. 그래서 비에 젖은 우산도, 어린아이의 동생에게 물려줄 인형들도, 냄새나는 이불들도, 할머니가 정성껏 손질한 우거지도 “말려드립니다!”라며 크게 외친다. 건조대가 말리는 건 빨래만이 아니다. 지나가던 발 젖은 고양이도 네 발바닥을 건조대 위에 누워 꼬리 흔들며 느긋하게 말리기도 하고, 목욕하느라 힘들었던 멍이도 물기 많은 털을 건조대 아래 앉아 말린다. 때로는 새들도 건조대 위로 올라온다. 먹구름을 통과하느라 축 늘어진 깃털을 ‘짹짹짹, 짹짹짹’ 신나는 수다와 함께 말리고 간다.그렇게 모두 모두 말려드린다며 신나 하는 건조대에게 이번에는 조금은 다른 손님이 찾아온다. 힘없이 걸어오는 한 사람, 건조대에 가만히 몸을 누이는데 표정이 좋지 않다. 건조대 아래로 눈물이 ‘뚝 뚝 뚝’ 떨어진다. 늘 힘차던 건조대도 이번만큼은 걱정이 가득한 얼굴도 그 사람을 바라본다. 그리고 힘이 들었는지 건조대도 살짝 휘어진다. 이번에도 잘 말릴 수 있을지…. 그림책을 한 장 넘겨 보니 온몸이 물기로 파랬던 그는 건조대 위에서 자기 색으로 몸이 변해 밝은 얼굴로 걸어 나간다. 역시나 말리고 싶은 건 뭐든지 말리는 건조대다. 『말려드립니다』(남섬, 향, 2021) ⓒ윤샛별소설 『단 한 사람』(최진영, 한겨레출판사, 2023)에 ‘목화’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목화는 열여섯 살에 이상한 꿈을 꾼다. 투신과 살해, 사고사와 자연사 등 무작위한 죽음의 장면을 목격하는 꿈이다. 그 꿈에서 누군가가 목화에게 말한다. “네가 구하면 살아.” 단 한 사람, 수많은 죽음 가운데 오직 단 한 사람만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은 할머니, 엄마, 그리고 목화까지 대를 잇는 업이었다.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지켜보는 일. 그중 단 한 사람만을 살릴 수 있는 일. 그보다 더 지옥이 있을까?” 한 사람을 살리는 ‘중개’라 부르는 이 일을 할머니와 엄마, 목화는 각자의 자리에서 해낸다. 할머니는 중개를 ‘기적’이라, 엄마는 ‘악마’라고 했다. 대대로 이어지는 중개를 셋은 모두 다르게 받아들였다. 목화에게 단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은 어떤 의미일까.책에서 눈여겨본 것은 목화가 이 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였다. 목화는 자신이 살렸던 한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살아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평범한 그들 일상을 확인해 본다.                       『단 한 사람』(최진영, 한겨레출판사, 2023) ⓒ윤샛별“중개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뭔지 알아?”“글쎄, 살려달라는 말?” 목화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사랑한다는 말.”(p.104)그렇게 그녀는 타인의 삶과 죽음에 판단을 멈춘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마음을 다해 명복과 축복을 전하는 일, 죽어가는 사람과 살아난 사람의 미래를 기원하는 일”을 한다. 단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의 의미를 스스로 찾은 것이다. 단 한 권의 소설에는 그렇게 ‘단 한 사람을 살리는’ 과업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의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일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문화 예술 현장에서 한 해 동안 바쁘게 뛰었을 많은 이들이 있다. 어쩌면 무엇이든 말리는 건조대처럼 지역에서 어린이, 청소년, 어르신, 남녀노소, 다양한 세대를 ‘문화 예술’로 만나왔을 것이다. 많은 것을 공유했을 테다. 또, 단 한 사람을 구해야 하는 과업으로 끊임없이 고민하는 목화처럼, 음악으로 춤으로 미술로 문학으로 각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시도와 공백과 그 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있었겠지만 참여자들은 숨통이 트였을 테다. 때로는 마을, 때로는 축제 현장, 때로는 학교, 때로는 작은 공방에서 말이다. “올해 어떻게 보냈어?”라는 질문에 “별거 없었어.”라고 말하는 그 안에는 반짝이며 빛나는 시간이 있었다. 문화 예술 현장에 당신이 있어 위안을 받고 일상의 힘을 되살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떠올리며 눈 내리는 겨울엔 건조대처럼 양팔을 접고 쉬어야 한다. 휴식하며 책을, 문학의 힘을 느끼길 바라며 책방 주인의 편지를 갈음한다.윤샛별 / 독립서점 러브앤프리어릴 적부터 만화책을 좋아해 만화방 주인이 꿈이었다. 월급날이면 지인들에게 책 선물을 즐겨 했고 여행을 다닐 때면 동네 책방 탐방을 빼놓지 않았다. 청소년활동 지원 현장에서 10년을 근무하면서 ‘책’과 ‘성장’이 주된 관심사였고, 청년인문공동체의 멤버로 공부했었다. 문화예술단체에서 ‘청년’을 주제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책과 인문예술 클래스를 접목하는 독립서점 러브앤프리를 6년째 운영하고 있다. 2022년부터 라디오 국악방송 ‘윤샛별의 금요책방’ 게스트로 참여했으며 현재는 KBS 라디오 에 남도책방 코너에 게스트로 참여하고 있다.독립서점 러브앤프리‘사랑하며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바람’을 담은 독립서점이다. 근대역사문화마을 양림동에 위치해 있으며 1층에서는 개성 있는 독립출판물과 굿즈(문구)를 판매하고 2층에서는 클래스를 운영한다. 책을 매개로 지역 작가, 예술가, 창작자들과 협업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지역기반 복합문화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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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사현장역량강화

은암미술관

있어서 잇는 자연과 우리

  • 교육대상

    청소년

  • 교육기간

    24.07.27 - 24.09.28

  • 교육장소

    은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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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사현장역량강화

각화문화의집

우리함께 Green지구!

  • 교육대상

    전연령

  • 교육기간

    24.08.17 - 24.11.16

  • 교육장소

    각화문화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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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사현장역량강화

(사)광주광역시 북구 마을자치도시재생센터

덩기덕 전통음악 첫걸음!

  • 교육대상

    중장년

  • 교육기간

    24.09.10 - 24.11.06

  • 교육장소

    풍물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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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사현장역량강화

용봉청소년문화의집

ART FOR YOUTH(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

  • 교육대상

    청소년

  • 교육기간

    24.08.17 - 24.11.09

  • 교육장소

    용봉청소년문화의집 가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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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사현장역량강화

미로센터

미로탐험클럽 : 상상력 대모험

  • 교육대상

    청소년

  • 교육기간

    24.09.29 - 24.11.30

  • 교육장소

    미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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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전환문화예술교육

문화컨텐츠연구협회

손으로 만드는 이야기

  • 교육대상

    중장년

  • 교육기간

    24.07.09 - 24.10.08

  • 교육장소

    엔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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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전환문화예술교육

비알스페이스

오매감각 예술놀이패

  • 교육대상

    중장년

  • 교육기간

    24.08.29 - 24.11.07

  • 교육장소

    미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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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전환문화예술교육

나무로협동조합

도전! 인생 제2막 꿈의무대-꼰대 탈출을 위한 프로젝트

  • 교육대상

    중장년

  • 교육기간

    24.07.21 - 24.10.11

  • 교육장소

    피노키오공방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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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전환문화예술교육

광주서구문화센터

수선스런 런웨이

  • 교육대상

    중장년

  • 교육기간

    24.07.08 - 24.10.21

  • 교육장소

    광주서구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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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전환문화예술교육

스윗뮤직가든

나를 바꾸는 시간(나.바.시)

  • 교육대상

    청년

  • 교육기간

    24.07.03 - 24.11.06

  • 교육장소

    다인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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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지도
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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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Art Map은 광주 5개구별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도입니다. 기관 및 단체 정보를 검색하고, 다양한 문화예술교육활동을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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